거센 물살을 가르는 연어는 멋지지만 우리는 그렇게 인생을 끝내지 않기로
회사에서 '옳지 않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정치가 생기는 이유는 내가 특정 누군가와 일하는 것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핑계를 대자면 나랑 더 잘 맞는 사람과 쿵짝을 맞춰 일을 하면 재미도 있고 일이 진행이 잘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더 능력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나와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잘 맞는 것이다. 이처럼 선호도라는 것은 극히 개인적이다. 많은 뇌과학 리서치에서 우리의 의사결정 과정 및 판단이 얼마나 비상식적인 과정을 거치는지 감성 차지하는 우위를 이야기하는 것은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그렇다. 우리는 생각처럼 그렇게 이성적이지 않다.
감성이 이성보다 앞서는 것은 거의 본능적인 것이다. 인간의 본능 중 최극단에 있는 것은 생존본능인데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연구진은 사이콜로지컬 사이언스지에서 인류의 뱀 공포증이 유전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선조시대에 뱀으로부터 받은 생명의 위협에 대한 공포가 뇌에 유전자처럼 새겨져 인간은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래서 우리는 뱀을 보면 아기도 본능적으로 두려워한다.
우리는 흔히 약육강식의 세계와 같은 회사는 정글이라고 말한다. 본능적으로 그런 곳에서 우리네 회사원들은 매일같이 살아남으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 같은 정글에서 본능적으로 무섭고 두려운 것이 있으면 우선 피하고 본다. 정글에서 뱀을 보면 피하는 것이 먼저 아닌가? 맞는 말이다. 여기서 연어의 귀소본능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오르며 연어가 얼마나 많은 상처를 온몸과 주둥이에 입는지 보았는가? 처참한 지경이다. 본능이 그렇게 무섭다.
인간인 우리가 본능을 따라가면 어떻게 될까? 훨씬 더 무서운 일이 생긴다. 바로 인생이 내가 생각하는 것과 정반대로 간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일이 터졌을 때만큼은 숨을 고르고 시간을 두고 감정을 조금 정리한 다음 결정을 하려고 한다.
회사에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싫거나 어려운 사람이면 피하고 싶다. 반대로 같이 있으면 좋고 즐거운 사람과는 적극적으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직장에서는 어려운 사람일수록 직접 얼굴을 보고 또는 미팅에서도 그 사람을 더 예의 주시하고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승리의 비결이다.
나는 회사에서 내가 잘하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는지의 나침반을 찾지 못해 헤매었다. 그런 헤매는 시간은 쓸데없는 에너지와 감정 낭비로 이어진다. 내 매니저 또는 동료들과 가볍게 이야기라고 하거나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요청하면 되는데 두렵다. 싫고 어려운 사람 괜히 가까이했다가 더 감정만 악화되고 오히려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실 내 감성이 공포하는 것에 입각하여 만들어내는 상상 속의 핑계다. 피해서 해결되는 일은 없다.
시간을 더 쓰라는 말은 상대방에 대한 더 많은 관찰과 이해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싫어하는 사람이 또는 나를 안 좋아한다고 하는 사람이 회의 중에 입맛 뻥끗해도 싫다. 그 사람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으면 읽기도 싫다. 그 안을 가만히 예의 주시하고 들여다보자.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 이유가 바로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관찰을 하면서 좀 더 깊은 사람의 배경이나 생각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가 생기면 내가 왜 그 사람과 어긋나는지 두리뭉실한 부정적인 감정에서 좀 체계가 잡힌다. 이해를 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는 좀 더 윤곽이 잡히기 때문에 덜 어렵다. 싫은 이유가 사실 나를 더 괴롭히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하자.
내 커리어를 통틀어서 100명의 좋은 사람을 만났다면 그중에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 없을 수가 없다. 동료도 안 맞는 경우가 당연히 있겠지만 상사랑 안 맞는 거에 비할쏘냐.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순수하게 질문하라.
근본적으로 서로가 이해된다면 마찰이 없다. 적극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이해시키는 방법에는 질문이 있다. 잘못된 질문이나 질문의 의도가 오해로 해석되지 않도록 내 의도는 순수해야 한다. 순수하게 내용을 이해하고자 하는 의도로 이해가 안 가는 부분, 명확하지 않은 것을 질문하라. 상대도 내 질문에 답하다 보면 나를 이해하게 된다. 이 사람이 왜 나랑 어긋났었는지. 그 오해의 근원을 깨달음을 주게 하는 순간이 온다. 그렇게 상대방에게도 깨닫게 해주는 계기를 만든다.
둘째, 도망칠 생각 하지 마라.
종종 내 마음에서 이렇게 소리친다.
"난 저 상사가 도저히 이해가 안가?"
"아니 나는 이해가 안 가. 왜 이렇게 이런 방식으로 멍청하게 일을 하는 거지?"
"난 저 사람이랑 정말 안 맞아. 내가 이렇게 까지 이야기했는데 왜 말을 못 알아듣지?"
그냥 이 상황을 빠져나오고 싶고 회사나 팀을 옮기고 싶다. 물론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다른 데로 가면 또 그 비슷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지금 넘어야 할 산을 넘는 것이 낫고 내 인생과 커리어의 방향을 남 때문에 그것도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그 방향을 결정하게 만드는 우를 범하지 말자. 누구 때문에 뭘 했다는 학생 때나 가능한 변명이다.
이 상황을 타개한다고 마음을 먹자. 피하고 도망갈 생각과 방법을 찾기 시작하면 당신의 고난의 여정은 길어진다. 다만, 이 전쟁이 에너지를 쏟을 가치가 있는지는 고려하자. 이것을 잘 이겨낼 가치가 있는 조직이고 상사인지는 한번 깊이 생각해보라. 여기서 배울 것이 없다면 빠르게 후퇴하고 탐나는 자리에 배울 것이 많은 곳이라면 어려운 사람 포함 그 주변인들과 계속적으로 미팅을 하면서 피드백을 요구하라. 그렇게 상대의 기대와 내가 가진 카드의 차이를 읽어라. 도망치려고 들면 계속 패배한다. 덤벼라. 이 뱀을 내가 목을 잡아보겠다고.
셋째, 인간적으로 접근하라.
한국의 내 첫 직장에서 내가 만든 ppt 프린트해 가서 리뷰받는데 그것을 공중에 뿌리며 이것도 영어냐고 차라리 한국어로 해오라고 했던 상사가 떠오른다. 거의 매일 울었던 것 같다. 정말 회사라는 곳은 나랑 안 맞다고 생각했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방향을 완전 잘못 잡았다고 생각했다. 그분은 회사 내에서 다른분들과는 어울리지 않으셨는데 나에게만큼은 자주 저녁에 뭐해? 점심 먹으러 같이 갈래? 물어봐주셨다. 그분 때문에 회사 생활은 너무나 힘들었음에도 나의 대답은 항상 YES였다. 도대체 나를 괴롭히는 이 적군이 누군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인간적으로 친해진 뒤 나에게 얘기하시더라. 타라 씨한테 온 이메일 내가 참고인으로 되어있으면 내가 다 처리해주는 거 아냐고. 난 몰랐다. 나의 첫 직장이고 난 내가 뭘 못하는지 뭘 제대로 하는지도 파악이 안 되는 시기였다. 그래서 그분도 힘드셨던 거라고 생각한다. 아군이라고 생각하니 그 뒤로는 나에게 화를 내도 가혹한 피드백을 주어도 고마울 뿐이였다.
결국 조직에서 천사, 악마, 뱀은 없다. 그냥 다들 일이 되게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그 사람이 화내는 것도 결국 내가 내 파트를 완벽히 못해서 이다. 인간적으로 깊게 들여다보면 악마 같은 상사는 사실 없다. 감정적으로 속상할 것도 없이 잘하려는 당신의 의도를 잃지 않고 내 일을 잘하면 회사에서 자연적으로 천천히 많은 것들이 쉬워지게 될 것이다.
사진 출처: https://salmonbusin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