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라윤 Oct 13. 2021

구글 입사가 네 인생의 전부가 아니길 바란다.

다른 조직에 갓 입사한 친구와 몇 가지 정리할 것들이 있어서 20분짜리 짧은 미팅을 잡았다.


"안녕, 타라!"


"그래, 안녕 에드윈, 코로나여서 집에서 근무하는데 괜찮니? 이런 시국에 입사해서 동료들과 직접 만나는 시간도 한정적이고 말이야. 잘 적응하고는 있는 거야?"


"응, 안타깝긴 하지만 입사 동기끼리 사적으로 종종 만나서 괜찮아. 어쩔 수 없지모. 그런데 말이야 우리는 왜 이렇게 입사 축하 증정품 그런 게 빈약해? 입사하면 구글 티셔츠도 주고 노트도 주고 뭐 그럴 줄 알았는데 인턴보다 받은 게 없어.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이 티셔츠 하나? 난 정직원이고 내 친구는 인턴인데 걔가 받은 회사 기프트가 훨씬 많아. 걔는 후드티에 가방에...."


"아 그래? 하하 그랬구나. 응, 요즘은 행사도 온라인으로 하니까 기프트를 많이 만들지를 않아서 별로 없더라. 정 갖고 싶으면 구글스토어에서 직원가로 사면 싸."


이렇게 안부를 물으며 본론으로 들어가서 업무 이야기를 시작했다. 미팅이 끝나고 아쉬운 생각이 들어서 글을 쓴다. 그 친구, 구글에 입사한 것이 자랑스러운 것은 알겠는데 입사한 지 이제 일 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에 (10개월) 아직도 구글러가 되었다는 그 타이틀 취득에 대한 흥분감에 사로잡혀 있는 듯한 것이 아쉬웠다. 특히 아주 젊고 앞으로 날이 창창한 친구가 말이다. 구글 로고가 박힌 가방이며 티셔츠며 있어도 나는 입기가 창피하다. 그리고 왠지 행동도 더 조심해야 할 것 같아서 입고 싶지 않다.


본인의 이력서를 들여다보자. 그리고 거기에서 회사 이름만 손으로 살짝 가리고 나의 경력과 이력 및 성과를 들여다보자. 충분히 자랑스럽고 능력 있는 인재인가? 그러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회사 이름은 나와 동일시되지 않는다. 동일시하는 것은 착각이다.


8월에 새로 입사한 분들 (누글러) 입사 트레이닝의 일환으로 시니어 멤버 패널  질문응답 시간이 있었다. 다들 이제 입사한 지 일주일도 안되었기 때문에 눈에서 빛이 나며 어떻게 회사에서 최고의 인재가 될 수 있을지 여러 가지 업무 연관 질문들을 하셨다. 그런데 그중에서 그분들께 그리고 특히 회사에 첫 발을 들인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이것이다.


나 자신을 위해서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 명함은 내가 아니다. 결국 나의 실력은 이력서에서 회사 이름을 빼고 남은 것이 내 실력이다. 실력을 키우는 데에 집중하면 지금 내가 어느 회사를 다니건 중요하지 않다. 남는 건 실력이다.


회사에 목숨 걸게 되면 눈치를 보게 된다. 내 업무의 기준점이 내가 아니고 내 매니저의 평가가 되면 그때부터 회사원의 노예생활이 시작되는 것이다. 승진이 목표가 되서는 안 된다. 일의 주인이 되려면, 일을 내 손아귀에 놓고 조련을 하려면 일을 내가 결정하고 판단해서 해야 한다.  바깥의 소음과 잡음 (성과 평가, 성공과 실패의 잣대)은 그냥 두고 내가 기준이 되어서 내가 생각하는 가장 최선의 결과가 무엇인지 계속 질문하고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을 밀어붙여서 해 나갈 때 결국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오게 된다. 독단적으로 일을 하라는 뜻이 아니라 시킨 일만 하는 것에 대한 경고이다.


그러니 회사에 목매지도 이름에 목매지도 말자. 제대로 된 일을 해내고 그 안에서 내가 배우고 성장하겠다는 자세를 가질 때 외부의 평가는 칭찬이면 플러스고 비판도 그 안에서 배우며 멘털이 크게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내공을 쌓아갈 수 있다. 일에서 일희일비하는 감정 소모를 하면 오래 실력 쌓으면서 일하기가 어렵다. 내 생각과 방향 및 비전을 가지고 실력을 쌓아나가야 한다.



회사 명함은 내가 아니다. 결국 나의 실력은 이력서에서 회사 이름을 빼고 남은 것이 내 실력이다. 실력을 키우는 데에 집중하면 지금 내가 어느 회사를 다니건 중요하지 않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나도 내 실력이 회사 이름을 뛰어넘기를 바라며 매일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 과정이 즐겁고 그 기회에 감사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