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로 빠지는 중

by 탈고

강릉에 온 지 4일이 흘렀다. 눈 깜짝할 사이다. 서핑 강사 겸, 쉬는 겸, 글도 쓸 겸 겸사겸사 온 곳인데 사람들이 좋아 그것 만으로도 이미 만족스러웠다. 여름 손님맞이에 한창이라 이런저런 일, 예를 들자면 장작을 패고 서핑보드와 보드 거치대, 썬배드를 옮기고, 서핑을 더 배우고, 사람들과 친해지고, 가게 일도 배우는 것들. 한동안 몰랐던 노동의 재미와 감사함을 새삼 느끼는 중이다. 돈을 떠나서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하는 그런 긍정적인 움직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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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계획은 어디까지나 계획이다. 언제나 계획되로 되는 일은 없고, 계획에서 한참 벗어난 곳에서 새로운 것이 기다리고 있기 마련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에서는 이런 말이 있다. 인생의 진가는 삼천포에 있다나 뭐라나. 언제나 계획한 것에서 옆으로 빠졌을 때 뜻밖의 풍경이 있고, 그 풍경에 행복해지곤 한다. 지금의 내가 그렇가. 강릉도 처음이고, 이렇게 멀리 벗어나서 전혀 알 수 없는 길을 걷게 된 것도 처음이다. 내가 365일 바다가 보이는 서핑숍에서 일하게 될지 누가 알았을까. 그 처음이라는 것이 좋다. 지금 놓여 있는 이 여유와 이 생활과 이 풍경에 낯섬이른 키워드가 관통하지 않았다면 주어지지 않는 설렘이다.

올여름은 강릉 사천 앞바다의 하파서프에서 시작해서 그것으로 끝이 날 예정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또 내가 어떤 길을 가기 될지 모르지만 그것 나름대로 다 의미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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