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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톡쌤 카이지 May 08. 2023

당신이 상대를 존중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

말 많이 하는 당신이 '불통'인 이유 Vol. 14

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미안해, 우리 이제 그만 만나"
"왜? 뭐가 문제인데?"
"이유가 중요해? 이제 더는 널 사랑하지 않는다고"
"이해가 안 돼, 왜? 지난주에 너 가고 싶다던 레스토랑도 갔었잖아… 그렇게 잘해줬는데, 왜? 다른 사람 생긴 거구나"


갑작스럽게 이별을 통보하는 사람과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 사랑은 그 시작처럼 끝이 아름답기란 참 어렵습니다.


두 사람, 길고 답답한 대화를 이어갈 것 같습니다. 서로가 감정의 바닥까지 들춰낼 겁니다. 상대방이 결정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받아들일 준비도 자세도 돼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그런 이유로 헤어지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맞섭니다. '결정적인 증거'를 내놓지 않는 이상 그 사람을 돌려세우기란 쉽지 않습니다. 한쪽이 크게 잘못한 게 없는 이상 그런 건 찾기 어렵죠. 그동안의 쌓인 추억이 상처로 무너집니다.



#결정적인 순간엔 결국 상대방이 아닌 '내가'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한 마디 저항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이유, 그게 있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상대'는 없습니다. '내가' 이해를 해야 합니다.




"좋아, 생각이 바뀌면 우리를 찾아와 언제든 환영이야.
함께 하면 모든 걸 이룰 수 있어"

'케이퍼 무비'의 핵심은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에 함께 할 매력적인 멤버를 모으는 거죠. 수학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주인공이 마지막 카드입니다. 그러나 소중한 일상을 포기할 수 없던 주인공, 거절합니다. '여주(여자주인공)'가 나서죠. 일하는 곳에 찾아가 어릴 적 이야기까지 하며 간곡하게 설득합니다. 하지만 대답은 'NO'. 여주는 이렇게 말하고는 돌아섭니다.


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우리와는 사고방식이 참 다르다는 걸 느낍니다. 맺는 것도 끊는 것도 그들에겐 쉬운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별의 순간에도 몇 번 저항하다 "알겠다"며 돌아섭니다. 이별뿐 아닙니다. "당장 나가"라고 하면 일단 나가죠.


'서양사람들은 쿨하니까 그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냥은 못 나가죠. 쿨하지 않습니다. 이유를 들어야 하고 타당(?) 해야 합니다. 그 판단 역시 '내가' 합니다.




"오늘은 학원 가고 싶지 않아"


학교를 마치고 아이가 학원이 아닌 집으로 왔습니다. 학원에 가기 싫다고 투덜거립니다. 여러분은 이럴 때 어떻게 대꾸를 하시나요?


"또 안 간다고? 넌 진짜 왜 그래?
누구는 돈이 남아서 학원 보내는 줄 알아?"


다소 극단적으로 적은 답변이지만, 어떤 부모도 아이의 요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 겁니다. 그런데 이 판단도 누가 했습니까? 


의사 표시는 상대방이 했는데, 판단과 결정은 결국 본인이 합니다. 그 결과를 강요합니다. 큰 갈등이 그래서 빚어집니다. 내가 이해가 안 되고, 내가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의 의사를 거부하는 겁니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게 소통의 기본 중에 기본"


이 글을 쓰면서 새삼 중요하게 느꼈던 부분입니다. 호감과 공감, 칭찬과 설득 등 대부분의 대화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은 '존중'이었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주제입니다.


모두들 머리로는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을요…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주인공이 바뀝니다. 


'상대방'에서 '나'로… 같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래, 그런 날도 있지. 배고파? 뭐 좀 줄까?

아이에게 이렇게 답을 했다면 어땠을까요? 몸이 아팠거나 마음이 힘들었다면 걱정 없이 편하게 쉬었을 겁니다. 부모가 받아들여줬으니까요.


그냥 투정 부린 거였다고 해도 저 대답은 큰 위안이 됐을 겁니다. 큰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니니까 아이는 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겼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모든 행동과 말에는 다 이유가 있다"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속으로 되새기는 문구입니다. 한 순간만 참으면 불편한 상황을 만들지 않습니다.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은 서운해하면서, 상대의 마음은 내 마음대로 재단하고 평가합니다. 그래서 믿지 못하고, 그래서 잔소리를 하게 되는 거죠. 내 생각을 강요합니다. 따라오지 않으면 짜증을 내죠.


그 사람도 '생각'이 있습니다.


외국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쿨' 할 수 있겠습니까? 내 의사를 표현한 뒤엔, 상대가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겁니다. 그래서 자리를 비켜달라면 비켜주고, 헤어지자면 일단 헤어지는 겁니다.

상대의 의사도 내 의사만큼이나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② 상대를 이기려고 한다


"20%만 양보해 주시면 어떨까요? 저희도 회사에 할 말은 있어야 해서요…"
"안 됩니다. 계약하실 뜻이 없는 걸로 알겠습니다."


모터스포츠 경기, 'F1 레이스'를 보면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됩니다. 1등은 말할 것 없고, 10등을 한 팀도 서로 껴안고 기뻐합니다. 전체 20명이 경주를 하니 딱 절반 등수죠. 그래도 10등부터는 포인트를 딸 수 있으니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목표를 현실적으로 잡고 달성 과정을 중시합니다. 


'2등'을 한 아이가 울면서 죄송하다고 하는 게 우리나라입니다. 오죽하면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이 나올까요. 조금이라도 양보하면 100% 성과가 아닌 것으로 인식합니다.


20%… 아니, 10%만 양보해도 괜찮았을 겁니다. 양쪽 모두 돌아가서 할 말이 있었겠죠. 그런데 기어이 판을 엎으려고 합니다. 완벽하게 이겨야 완벽하게 이긴다고 생각합니다. 협상의 기술일 수도 있겠지만, '대화'의 측면에선 좋은 점수를 드릴 수 없습니다.


이 역시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겼다고 이긴 게 아니다… '상호성의 원칙'


대학 강의실에 2개 그룹의 학생들이 있습니다. 한쪽엔 콜라를 무료로 나눠줬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각각의 강의실 문 앞에서 자선 모금 행운권을 판매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공짜 콜라를 마신 강의실이 2배 더 많은 행운권을 구입했습니다.


심리학자 데니스 리건이 1971년 '상호성의 원칙'을 증명하기 위해 한 실험입니다. 무료 음료 대접을 받은 학생들이 '나도 뭔가 베풀어야 한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는 겁니다.


'상호성의 원칙'은 간단합니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곱다'는 우리 속담과 같은 원리입니다. 내가 좋아하면 상대도 좋아하고, 싫어하면 그만큼 싫어합니다. 존중해 줘야 존중을 받는다는 뜻이죠. 카톡으로 선물 이모티콘을 보내면 나도 받아야 하고, 먼저 인사를 건네면 상대방도 인사를 해야 합니다. 이 순환이 안 되면 관계가 틀어지기도 합니다.


이 용어는 '설득의 기술'에서 더 자주 쓰입니다. 양보해서 상대에게 '부채의식'을 주면 본게임에서는 내가 상대를 설득해 낼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대화엔 져주는 게 더 남을 때가 많다


허허~ 그냥 잘했다고 하면 된다네, 그러면 모두가 행복해져

장난으로 한 내기였지만 장모님은 진심입니다. 이게 뭐라고 진지한 장모님의 모습을 보는 게 장인어른은 항상 재미있습니다. 이겼을 때나 졌을 때 모두 장인어른은 "아이고~ 잘했네~"라며 박수를 쳐주십니다. 껄껄 웃으시면서 저렇게 말씀하시고는 살짝 제 어깨를 툭 칩니다. 크게 잘했다는 말을 들을 게 없던(?) 장모님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지만 역시 또 웃으면서 넘어갑니다.


본인 생각을 끝까지 관철시키려다가 일을 아예 망쳐 본 경험, 대부분 가지고 있을 겁니다. '대화'나 '협상'보다는 '승리'가 목적이 아니었을까요? 상대와 내가 함께 이기는 방법보다는 내가 이기는 방법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나요?


악착같이 이기려고 하면 원하는 결과는 얻더라도 사람은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복기해 보면 별것도 아닌 걸로 그렇게 트집을 잡고 다퉜구나 싶습니다.


'대화에서 져주면 사람을 얻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는 게 이기는 것'이란 속담도 있죠. 당장은 손해를 입을 수 있지만 내가 베푸는 아량은 그 사람의 마음으로 전달됩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반드시 다양한 모습으로 나에게 되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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