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톡쌤 카이지 Apr 10. 2023

'내 생각'을 말하기 전 '네 생각'이 궁금해야 한다

말 많이 하는 당신이 '불통'인 이유 Vol. 2

#질문도 답도 없는 혼잣말은 대화가 아니다


그물을 짤 때 가로 줄을 '씨줄', 세로줄을 '날줄'이라고 합니다. 두 줄이 엮이면 그물 한 칸이 만들어집니다. 씨줄만 많다고 더 큰 그물을 만들 순 없습니다. 질문과 답변도 마찬가지입니다. 물 흐르듯 이어져야 더 풍성한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말은 많이 하는데 '소통'이 부족하다는 평을 듣는다, 이게 어떤 뜻일까요? 질문도 답도 없이 혼자만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았나요? 소통, 즉 대화는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입니다. 가는 말엔 반드시 오는 말이 뒤따라야 합니다. 서로가 어떤 말을 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집중을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먼저 상대에 관심을 보이는 게 좋습니다. 질문은 궁금한 게 있을 때 할 수 있습니다. 관심이 있어야 궁금한 게 생기죠. 대화의 상대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며 다가오면 마음이 열립니다. 그러면 '일방통행'이 아닌 씨줄 날줄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예상 못 했던 결론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혼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방향으로 대화가 진행돼서 더 긍정적인 내용을 상대로부터 얻는 겁니다. 대화를 통해 새로운 길을 알게 됐다면, 발전적인 결과를 도출하게 된 셈입니다.


#상대에 집중하면 '말이 통하는 사람'이 된다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 모두 성실하게 임하지 않고 있다면 질문과 답변이 이어질 수 없습니다. 잠시라도 다른 생각을 하면 흐름을 놓치고 질문이나 대답을 할 수 없겠죠. '내 말이 의미가 없었나' 상대방은 실망할 겁니다.


생각보다 질문을 하고 답을 하는 과정은 높은 집중력을 요구합니다. 그 순간만큼은 상대를 나의 머릿속에서 최우선에 둬야 합니다. 그래야 진심으로 대하는 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질문과 답변으로 꽉 찬 대화가 이어지면 감정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가 일어납니다.


'이 사람과는 대화가 통한다'


좋은 느낌을 받게 되죠. 상대에게 받은 좋은 느낌, '호감'입니다. 소통과 설득… 대화가 풀어야 할 모든 숙제의 마스터키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호감'입니다. 냉철한 분석과 논리가 좌지우지하는 비즈니스 관계에서도 '호감'처럼 감성적인 부분이 큰 역할을 합니다. 엉킨 실타래를 풀어주기도 합니다.


대화가 모여서 만들어지는 '소통'에서 '호감'의 역할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불통'은 '불호'의 연장선에 있으니까요.




#내 말에 욕심을 버려야 소통을 얻는다


영어는 우리와 어순이 다릅니다. 주어와 서술어가 먼저 나옵니다. 내 감정, 의견을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이야기합니다. 상대도 마찬가지죠. 돌려 말하기보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상대의 의중을 쉽게 알고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질문도 많이 합니다. '뭘 이런 거까지 물어?'라고 할 정도입니다. 끊임없이 물어보고 답을 합니다. 내가 이야기를 하면 꼭 상대에게 의견을 묻습니다. 그 의견에 대한 본인 의견을 이야기하죠. 내 생각에 동의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덧대고 쌓으면서' 결론을 만들어 갑니다.


반면에 우리는 상대에게 의견을 묻기보다는 '내 생각'을 말하는 데 익숙합니다. 상사나 선배들이 앉혀 놓고 일장 연설을 하는 게 낯설지 않습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보다는 "내 생각엔 말이야"가 주를 이룹니다.


상대가 주도권을 가지고 대화를 이어가면 심지어 '졌다'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 강압적으로 내 의견을 관철시키려고 하죠. "잠깐! 내가 먼저 말할게" 말도 도중에 잘 끊습니다. 내 이야기와 대화의 방향이 다르게 갈 때 불쾌하고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권위는 연설에서 나오지 않는다


"후배들이 나 싫어하는 거 알아… 내가 그래도 한참 선배인데,
여기서 부장 권위까지 없으면 더 심해지지 않을까?
더 깔보고 대할 까봐서 그런 것도 있고…"


'소통' 문제로 고민하는 선배를 만나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습니다. 팀원 8명을 둔 부장입니다. 매일 점심도 저녁도 자리를 만들어 부서원들과 시간을 갖습니다. 그런데 역시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선배도 뭐가 문제인지 몰라 답답합니다.


팀원들이 본인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밥도 술도 자주 사는데 이렇게 잘해줘도 알아주지 않는 게 서운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본인이 잘했을 때 이야기를 하면서 노하우를 알려주면 권위가 설 것으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아니에요. A 씨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세상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요. 내가 주니어 때만 해도…
(중략)
그래서 결국 계약을 따냈어요. A 씨가 생각하는 방법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거예요."


아무 대꾸 못 하고 돌아서는 팀원을 보면서 이 부장은 '작전'이 먹히는 거 같아 좋았다고 합니다. 본인이 중심을 잡으니 부서 성과도 더 좋아졌다고 이야기합니다.


이야기는 술자리에서도 이어집니다. 전엔 회식을 하면 그래도 시끌벅적했는데 점점 조용해졌습니다. 본인은 분위기가 변한 것을 나중에 알았다고 합니다.


이 부장이 저를 만난 것은 그 해 연말, 팀원들이 무더기로 부서 변경을 요청한 직후였습니다.



#'불통'인 사람의 조언은 '라떼~'에 불과하다


'선배의 경험'은 아직 일에 익숙하지 않은 후배들에겐 더없이 좋은 지침서이자 '족보'입니다.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도 실패에 대비할 수 있고, 돌아가는 길 대신 지름길로 갈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라떼(나 때)는 말이야~'이 말이 유행하면서 모든 '옛날이야기'는 '라떼'로 치환되기 시작했습니다. 후배들의 거부감을 유발하는 스피치 아이템이 돼버렸죠.


그렇지만 '훌륭한 경험'을 배우려는 수요가 줄었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아직도 유명한 강의엔 사람들이 몰리고 책 아니면 직접 만날 기회가 적던 전문가들이 TV나 유튜브 등을 통해 지식의 향연을 벌입니다. 그리고 높은 시청률과 조회수를 기록합니다.



#'나'를 내려놓고 '교감'을 해야 거부감이 사라진다


후배들이 좋아하는 B부장이 있습니다. 이 선배는 '스몰 토크(Small talk)'에 강했습니다. 직역하면 '작은 이야기'인데, 우리가 쓰는 말은 아니니 굳이 번역하면 '잡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감이 좀 다르긴 하지만요.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팀원들과 잠깐잠깐 대화를 했습니다. '소통 시간'을 정해놓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식사나 회식 자리는 '스몰 토크'의 연장이었습니다. 회식이라고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부서 일은 회의 때 하니까요. 장난도 많이 치고 질문도 많이 합니다. 그래서 팀원들의 특징을 사람마다 20개 이상 씩은 그 자리에서 쓸 수 있다고 했습니다. '스몰 토크'를 이어오면서 유대감이 쌓인 거죠.


"우리 부장 얘기는 잔소리 같지 않고 진짜 저를 걱정해서 하는 말 같았어요."


그 부서 팀원이 한 말입니다. '나를 걱정하는 사람이 해주는 말'은 받아들이는 자세 자체가 달랐습니다. 이런 사람이 공유해 주는 경험은 조언이라고 했습니다. 반대로 '잔소리', 즉 '라떼'는 말하는 사람이 본인이 원해서 하는 말이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경험도 일방적으로 강요받으면 거부감이 생긴다는 겁니다.


결국 두 부장의 평판을 가른 것은

'스몰 토크'로 쌓아온 유대감이었습니다.


이전 02화 '나의 이미지'는 상대방이 정한다… 주인공을 넘겨주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