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이 하는 당신이 '불통'인 이유 Vol. 1
"당신이랑은 말이 안 통해"
"왜 그렇게 말을 하세요?"
혹시 이런 말을 최근에 들었다면 당시 상황을 반드시 복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혼잣말'을 쏟아 냈을 때 상대는 불편함을 느낍니다. 감정이나 정서의 교류는 없고 내 주장, 내 의견만 앞세웠을 겁니다. 내 감정이 제일 중요했을 겁니다. 귀를 닫고 입만 열지 않았나 생각해 봐야 합니다.
대화는 눈을 뜨자마자 시작해서 잠이 들 때까지 이어집니다. 식탁에서 가족들 간의 이야기부터, 전화 통화, 바이어 미팅, 아이템 회의, 면접 등 그 종류는 헤아릴 수도 없습니다.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손가락 수다'를 떠는 것도 대화라고 본다면 우리는 정말 쉴 새 없이 듣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대화'를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통'만 잘해도 인정을 받는 사회가 됐는데 말이죠. 대화가 쌓여서 '소통'이 됩니다. 나의 이미지는 내가 정하는 게 아닙니다.
그렇게 빠르고 품격 있는 볼은 처음이었어요.
'만화를 찢고 나온' 외모에 미국 메이저리그를 '씹어먹는 실력'까지 갖춘 일본인 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가 한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그는 '투수'와 '타자' 모두 리그 톱클래스입니다. 절대 한 사람이 둘 다 가질 수 없는 능력이죠. 여기에 과거 미담들까지 속속 소개되면서 훈훈한 인성으로도 유명세를 더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진출한 지 얼마 안 된 오타니 선수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상대 투수에게 삼진만 3번 당했습니다. 자존심도 상하고 초초했을 겁니다. 기자들이 심정을 물었고 그는 저렇게 의외의 대답을 했습니다.
"상대가 잘했다"며 상대를 치켜세웠습니다. '품격 있는 볼'이라는 표현까지 썼죠.
"오늘 내 컨디션이 안 좋았습니다."
"이건 내 진짜 실력이 아닙니다."
"다음에는 코를 납작하게 해 주겠습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부진한 날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전형적으로 '나'를 앞세운 말입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은 아니다'라며 현실을 회피하고 싶어 합니다. 문제는 그 마음, 듣는 사람에게도 전달된다는 겁니다.
오타니는 베테랑 투수에게 예우를 보내는 것이 결국 나를 돋보이게 하는 것을 알았던 겁니다. 다른 사람을 깎아 내려서 나를 높이는 게 아니라 상대의 실력을 인정하고 칭찬해 주면서 격을 함께 올리는 대화법입니다.
-나의 말에 귀를 기울여줬으면 좋겠다
-나의 생각에 공감해 줬으면 좋겠다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대화를 시작할 때 상대방에게 이런 마음을 가졌을 겁니다. 그래서 '나'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시작하죠. 문제는 상대방도 같은 마음이란 겁니다. 상대가 나에게 맞춰준다면 별 무리 없이 대화가 흐르겠지만, 저 쪽도 '내가' 중심이라면 눈에 보이지 않는 주도권 싸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많은 감정이 소모되겠죠.
상대를 대화의 주인공으로 세워주면 어떨까요? 먼저 물어봐 주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나의 이야기는 그 뒤에 하는 겁니다. 이야기하는 사람은 순서를 양보한 당신에게 호의를 가지게 됩니다. 소통은 감성적인 영역이 크 부분을 차지합니다. 마음이 열리면 대화의 문도 자연스레 열립니다.
▶"오늘 제 서비스가 만족스러웠다면 구글 저희 식당에 댓글 좀 남겨 주세요."
▷"네, 아주 좋았어요. 그럴게요."
▶"그럼 지금 제가 보는 앞에서 해주시겠어요? 제 이름이 꼭 들어가야 해요. 여기 스펠링도 확인해 주세요."
▷"지금 인터넷 연결이 잘 안 돼서요, 숙소 가서 꼭 할게요."
▶"아니요, 지금 한 번 해보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이걸로 할게요. 오늘 친절하게 잘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마음에 드는 제품 골랐어요."
▷"그러면 고객님, 다음 주에 아마 본사 고객 응대 팀에서 전화가 갈 거예요."
▶"네, 대답 잘해드릴게요."
▷"아니요, 꼭 10점을 주셔야 해요."
내가 언제 답을 달라고 했어? 그냥 들어만 달라고
고민이 있다는 입사 동기와의 술자리. 그런데 대화 끝엔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잠자코 듣는가 싶더니 본인이 분석한 결과를 늘어놓습니다. 이게 문제고 저것도 문제랍니다. 고민남처럼 행동하면 무조건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이렇게 된 게 당연한 거랍니다. 벌써 대안까지 다 세워놨습니다. 분석을 했으니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말이죠.
고민남은 왜 이 친구가 자기를 몰아세우는지 모르겠습니다. 친구한테까지 혼나려고 만난 게 아닌데요. 고민남도 이유는 알고 있습니다. 원인도 방법도 대충 압니다. 대안 세워주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이야기만 들어주면 되는데 답답합니다.
이야기는 들어줬지만 이 건 상대를 '주인공'으로 세운 게 아닙니다. 상대의 기분이나 상황은 개의치 않고 내가 할 말만 했으니까요. 진심으로 걱정이 돼서 한 말일 겁니다. 고민남도 알겠죠. 그런데 '선의'라고 모든 행동이 다 옳은 것은 아닙니다. 특히 대화에서는요.
아무리 좋은 말도 상대가 공감을 하지 못하면 그냥 '잔소리'가 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