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이 하는 당신이 '불통'인 이유 Vol. 3
노래 제목만 보면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헷갈리죠. 그런데 전주 한 소절만 들려주면 딱 떠오릅니다. 연상작용이 발동하는 겁니다.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말을 끊어 먹었던 사람'
'이야기 잘 들어주던 사람'
'재치 있게 잘 받아치던 사람'
그 사람과 어떤 대화를 했는지까지는 잘 기억이 안 납니다. 그런데 그 때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는 딱 떠오릅니다. 노래 전주를 들은 것처럼요.
우리 일상 대화의 대부분은 '스몰 토크', 즉 잡담이기 때문에 내용 자체는 특별할 게 없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이미지는 한 번 슥 스쳐가는 짧은 대화로도 생각보다 강하게 남습니다. 그리고 잘 지워지지도 않습니다. 배달음식의 '기름 때'처럼요.
외국인이 길을 묻습니다. 공통적으로 당황하겠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길을 알려주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본론만'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서(영어를 못해서가 아니죠) 한두 문장으로 끝날 겁니다. 그 짧은 대화에서도 그 외국인은 각각 다른 인상을 받고 기억할 겁니다.
우리 부장은 그래도 재미 있는 사람이니까 괜찮아요.
똑같이 힘들긴 한데, 웃으면서 하니까 전보다는 훨씬 나아요.
지난 편에 등장했던 B 부장, '스몰 토크'로 부서원들과의 유대감을 쌓아 후배들이 좋아하는 선배입니다. 소통을 잘하는 리더죠. 그런 B 부장에게도 어려운 선택의 시간이 있습니다.
조직에선 누가 봐도 하기 싫은 일을 누군가는 해야합니다. 고된 일도 누군가가 맡아야 하죠. 심지어 다른 사람이 하기 싫다고 던져 두고 간 일도 또 누군가는 처리해야 합니다. 그 '누군가'를 정하는 일입니다.
한 명 한 명 너무 잘 알아서 더 어렵습니다. 눈을 딱 감고 한 명을 선택했습니다. 묵묵히 열심히 해서 좋아했던 후배였죠. 결국 또 누군가의 뒷처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미안한 마음을 여느 때처럼 농담으로 표현(?)했더니 저렇게 말하면서 오히려 선배를 달래고 갑니다.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일 수도 있지만 B 부장은 위안이 됐습니다.
짧은 일상 대화, '스몰 토크'는 하루에도 수십차례 이어집니다. 그래서 별거 아니라고 느끼지만, 상대는 당신에 대한 이미지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습니다. 그 이미지가 모여 '소통'과 '불통'을 가르는 겁니다.
짧은 대화는 상대에게 웃음만 주고 마쳐도 성공입니다. 별 뜻 없는 것을 알지만 듣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상대와 '유대감'이 쌓인 뒤에야 내 경험을 담은 이야기가 '라떼'가 아닌 '조언'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귀담아 들어야 할 이야기가 되는 거죠.
유대감이 쌓였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호감이 있다는 뜻입니다.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었음을 직감합니다. 어떤 부탁도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한 번 만들어진 '나'라는 사람의 이미지를 바꾸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이미지'는 생각보다 짧은 시간에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입'을 통해 빠르게 퍼집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특별한 검증 과정 없이 받아들여집니다. 때문에 '스몰 토크'라고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됩니다.
요즘 MZ세대들한테는 말조심해야 해
'MZ 포비아'를 겪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는 저렇게 선을 긋죠. 저 그룹에 끼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경계심이 상당합니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인상비평도 있지만, '별것도 아닌 걸로 문제를 삼는다'는 구체적인 지적도 있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는 동료지만, 거의 다른 나라 사람, 심지어 외계인 대하듯 이야기 합니다. 조심하거나 아예 대화를 피하라는 조언도 나옵니다. 그 모임의 대다수는 실제 그러고 있다고 말합니다. 상당히 잘못된 접근이죠.
저도 MZ의 대장(?)쯤 되지만, 'MZ세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는 게 아닙니다.
이렇게 상대방에 대해 색안경을, 아니 엄청 진한 썬글라스를 끼고 접근하는 방식이 문제입니다. MZ세대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던 사람들도 한창 때는 'X세대'였습니다. 그들 역시 당시 기성세대에겐 다가서기 어려운 존재였죠.
X세대와 MZ세대, 그렇게 다를까요? 세대간에는 시각과 표현방식, 사고방식의 차이가 있는 게 당연합니다. 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을 애먼 MZ세대의 탓으로 돌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대화의 접근 방식을 지금과는 다르게 고민해보는 게 먼저 아닐까요?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사람은 감정을 교류하고 공감을 나누고 싶어하는 본능이 있습니다. 실패하면 기분이 상합니다.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까지 합니다. 그래서 그게 안 될 것 같은 사람과는 대화를 시도하려 하지 않습니다. 말이 안 통하는 상대와 최악의 대화를 하고 난 뒤에 저런 반응이 나오죠. 정보도, 감정적 교류도 안 됐을 때 상대방은 나를 '벽'으로 생각합니다.
'매우 조심'하거나 '피해야'하는 대상과의 대화는 어떨까요? 아무런 문제를 삼을 수 없는 말만 골라서 하게 됩니다. 여유가 없으니 대화에 웃음도 없고, 겉돌 수밖에 없습니다. 유대감이 생길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짧은 대화에서도 '말조심'은 해야합니다. 그러나 내가 '벽'이 되면 안 되겠죠. 그런 사람을 '불통'이라고 부를테니까요.
그럴 수록 긴장을 풀고 더 대화를 시도하려고 해보세요.
내 얘기 꺼낼 생각은 접어 두고, 후배들 요즘 관심사가 뭔지 질문부터 시작해 봅니다. 생각도 묻고 의견도 묻고… 그동안 잘 이해가 안 됐던 것들도 물어보세요. 이런 적이 없었으니 처음엔 어색해 하겠지만, 뚝심 있게 나갑니다. 중간에 너무나 내 얘기, 조언을 하고 싶을 겁니다. 꾹 참습니다.
이런 사소한 변화도 상대방은 알아차릴 겁니다.
매우 어색해 보일지라도 노력하는 사람은 달리 보이게 마련입니다.
질문만으로도 상대를 생각하고 배려한다는 느낌을 충분히 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