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직업, 우리 선택, 법으로부터의 보장을 말하다
1948년 7월 17일에 대한민국 최초의 헌법이 공포되었으며, 이는 전제왕정국가에서 민주공화국으로의 전환을 의미했다. 제헌헌법은 전문과 10장 103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3·1운동과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헌헌법 공포를 기념하여 1948년 8월 1일 체신부에서 태극기와 중앙청 앞 가족의 모습을 디자인한 기념우표 2종을 각각 50,000매씩 발행했다.
(본 글은 법률 전문서적의 내용을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풀어 쓴 것입니다. 법적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부 내용이 원문의 의도나 법적 해석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법률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원문 및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과는 무관합니다.)
“내가 원하는 일을 자유롭게 택하고 이어나갈 수 있는 권리, 과연 어디까지 보호될까요?”
대한민국 헌법 제15조는 모든 국민이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해준다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곧 국가가 직업 선택이나 수행 과정에서 지나치게 개입하거나 부당한 제한을 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어권적’ 의미를 지닙니다. 동시에, 국민이 직업을 통해 생계뿐 아니라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객관적 가치질서’로서의 의미도 갖습니다.
헌법은 1962년 제3공화국 헌법부터 직업의 자유를 명시적으로 규정했습니다. 그 이전에는 이 권리가 별도로 기술되지 않아 거주이전의 자유 안에 포함된다는 의견과, 헌법에 열거되지 않은 자유와 권리로 취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습니다. 이후 헌법이 여러 차례 개정되는 과정에서 직업의 자유가 확대 보장되거나 법률유보조항이 생겼다가 없어지는 등 다양한 역사를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신분제의 굴레에서 벗어나 근대 헌법이 마련한 직업의 자유”
봉건시대의 엄격한 신분제 사회에서는 특정인의 직업이 세습되거나 금지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근대 시민사회의 등장과 과학기술의 발전 속에서 재산이 아닌 노동을 통해 성장한 시민 계층이 등장하자,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 국가 발전에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미국·프랑스 등의 초기 인권선언에는 직업의 자유가 명시되지 않았지만, 이후 여러 헌법이 이 권리를 분명히 규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독일의 경우 1849년 푸랑크푸르트 헌법과 1919년 바이마르헌법, 그리고 현행 독일 기본법(기본법 제12조)에서 직업의 자유가 중요한 기본권으로 보장되어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대부분의 민주국가가 이를 헌법적 가치로 채택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다양한 조약(예: 세계인권선언 제23조,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6·7조)에서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1948년 세계인권선언은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free choice of employment)”를 명시하였고, 국제협약에서도 적정 임금이나 안전한 노동조건,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등 “노동 권리”를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규정이 개인에게 직접적인 소송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각국 정부가 이를 국내법으로 실현하도록 계속 압박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자유롭게 일하는 권리”가 왜 이렇게 다층적인 의미를 가질까요?
직업을 통해 사람들은 단순히 생계를 유지할 뿐 아니라, 자신이 가진 능력을 펼치고 성장할 기회를 얻습니다. 근대 이후 산업화와 분업화가 진행되면서 국가와 사회는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가진 다양한 직업 군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개개인은 직업을 통해 경제·사회활동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부(富)나 재산을 많이 소유하지 못한 보통 사람들이 삶의 기반을 구축하는 가장 큰 수단은 직업의 유지입니다. 직업의 자유가 제한되면 개인의 경제적 안정과 사회적 참여가 크게 위축될 수 있습니다.
기업 규모가 커지고 경제력이 집중되면서 대기업은 국가에 준할 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소수 대기업이 시장을 독점해 노동자가 자유로운 직업 선택이나 이동을 하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늘어납니다. 이는 직업의 자유가 “근로자”와 “기업”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예컨대, 대기업과 노동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노동법적 분쟁이나 제한 문제가 “직업의 자유” 해석을 통해 조정될 여지가 커집니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일까? 헌법상 ‘국민’만 가능할까?”
헌법 제15조는 ‘국민’에게만 직업의 자유를 부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학설에 따라 외국인에게도 일부 인정할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다만 통상 “전략적” 이유로 외국인의 경제활동에 대해 상호주의·조약 등을 적용해 제한하기도 합니다.
기업 형태의 법인이나 단체도 일정 범위에서 직업의 자유의 주체로 인정됩니다(헌재 1996. 3. 28. 94헌바42 등). 특히 영리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라면,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영업 방식을 정할 권리까지 포함되어 보호됩니다.
직업이라 함은 소득을 목적으로 어느 정도 ‘지속적’으로 행해지는 활동을 말합니다. 따라서 일시적·우발적 행위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지속성”과 “생활수단성”이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지속성] 한두 번의 임시 활동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할 의도가 있는 활동
[생활수단성] 이를 통해 일정 소득이 발생하거나, 적어도 그 가능성이 있는 활동
또한 “직업 선택”부터 “수행”(광범위한 영업의 방식, 광고·영업시간 제한 등), 그리고 “직장선택”(노동자로서 어느 회사에 근무할 것인가), “직업교육장”(대학, 교육기관 등을 선택할 자유)까지 이 모든 단계가 헌법 제15조의 보호영역에 해당합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무제한으로 보장될 수는 없는데, 어디까지 제약할 수 있을까요?”
직업의 자유 역시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할 때” 법률로 제한될 수 있습니다(헌법 제37조 제2항). 그러나 국가가 이 근거를 들어 지나치게 자유를 억압하면 안 되고, 반드시 [비례의 원칙(과잉금지의 원칙)]에 부합해야 합니다.
독일 헌법재판소의 “약국판결(BVerfGE 7, 377)”을 계기로 발전한 ‘단계이론’은 우리 헌법재판소도 수용하고 있습니다(헌재 1993. 5. 13. 92헌마80 등). 요약하면:
직업수행의 자유 제한 직업 자체가 아니라, 직업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 방식에 대한 규제가 있는 경우 예: 영업시간, 영업장소, 광고 제한 등 이때는 공익 달성을 위한 “합목적성”이 인정되면 비교적 폭넓게 허용됩니다.
직업선택(주관적 요건) 제한 특정 자격(학력·시험합격·연수 등)이나 인적 신뢰성(전과, 신체조건 등)을 요구해 직업진입을 막는 경우 더 엄격하게 정당화돼야 하며, 과잉금지 원칙을 면밀히 적용해야 합니다.
직업선택(객관적 요건) 제한 개인 능력과 무관하게 “수요”가 충족되어야 허가를 내주는 식으로, 시장진입 자체를 막는 경우 가장 강한 규제이며, 국민 생존이나 의료 등 매우 중대한 공익을 지키기 위해서만 허용합니다.
이런 식으로 가장 덜 제한적인 수단을 우선 택해야 한다는 정신이 ‘단계이론’에 녹아 있습니다.
“방어권이면서도, 국가에게 뭔가를 해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을까요?”
직업의 자유는 기본적으로 국가가 함부로 간섭하지 못하게 하는 방어권적 성격을 가집니다. 하지만 현대 복지국가에서 국가가 해야 할 일이 늘어나면서 ‘적극적’ 의무도 강조됩니다. 예컨대 고용촉진 제도나 법적 장치를 통해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직업보호장치와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일도 헌법 정신과 관련됩니다. 다만 이를 직접 “직업의 자유” 조항에서 도출하기보다는 근로의 권리(헌법 제32조), 교육을 받을 권리(헌법 제31조) 같은 규정과 결합해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재산권, 근로권, 공무담임권 등과는 어떻게 어우러질까요?”
근로의 권리는 국가가 “일할 기회”를 정책적으로 마련해주길 기대할 수 있는 사회적 기본권 성격이 강합니다. 반면 직업의 자유는 개인이 원하는 일을 국가가 제한하지 못한다는 방어적 성격이 큽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두 권리가 서로 보완적 역할을 합니다. “일하지 않는 자유”도 존재하지만, 국가가 일자리 정책을 시행하지 않으면 직업의 자유 자체가 공허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산권은 이미 취득한 재산을 보유·사용·처분하는 권리를 지칭하고, 직업의 자유는 소득을 창출하는 과정의 자유를 핵심으로 합니다. 즉 “행위”를 통제하느냐, “결과물”을 통제하느냐가 두 권리를 구분하는 중요한 시점입니다. 다만 영업권에 관한 세금·규제가 재산권 침해인지, 직업 수행에 대한 제한인지 혼재되는 경우가 있어, 상황별로 어떤 측면이 더 본질적인지를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예: 헌재 1999. 2. 25. 96헌바64).
공직은 “특별한 공적 업무”를 수행한다는 특징이 있어, 공무담임권이 우선 적용됩니다. 다만 강제로 특정 공직에 취임시키는 것은 직업의 자유로부터도 보호되는 영역이어서, 두 조항이 서로 배타적이기보다는 상호 유기적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법적 권리 이상으로, 우리 사회 발전의 자양분”
직업의 자유는 단순히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개인적 선택권이 아니라, 자유로운 경쟁과 혁신을 장려하고, 사회 구성원의 삶을 안정적으로 지지하는 큰 틀입니다. 오늘날 대기업·산업집중, 4차 산업혁명 같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이 자유가 어떻게 해석되고 보호될지에 따라 경제·사회 전반이 받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
결국 “직업”은 개인의 경제적 기반일 뿐 아니라, 자아를 실현하는 통로입니다. 국가 역시 공익 차원에서 개인의 직업 활동을 적절히 조율할 필요가 있지만, 그 과정에서 그 어느 권리보다 심도 깊은 헌법적 검토가 요구됩니다. “직업의 자유”는 그만큼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핵심 기본권입니다.
(본 글은 [헌법 주석서(법제처 연구용역), 한국헌법학회, 제15조]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법률 해석과 적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법률 자문을 대체할 수 없으며, 구체적인 법률문제는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