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는 감정의 빛을 느껴보아요. with 타막여우
깜짝이라는 느낌은 우리에게 새로운 것을 모아보도록 해줍니다. 그 새로운 것이 두려움이 될 수도 있고, 라온이 될 수 도 있습니다. 저의 깜짝스러움을 느꼈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어릴 적, 저는 동네 태권도 배움터에 다녔습니다. 평범한 나날이었지만, 어느 날 배움터에서 유다른 수련마당이 열린다는 소식에 마음이 두근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친구들과 함께 놀이도 하고, 맛있는 밥도 먹으며 하룻밤을 보내는 그 찰나는 어린 저에게 작은 모험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 남는 순간은 바로 "담력 훈련(담 닦음)"이었습니다. 밤이 깊어지자 사범님들은 하나둘 귀신 옷을 입고 어둠 속에 숨어 계셨습니다. 저는 손전등 하나에 기대어 산길을 따라 겨냥 하는 곳까지 걸어가야 했습니다. 사실 담 닦음이라는 걸 처음 해보는 터라, 두려움이 있으면서도 왠지 모를 설렘이 있었습니다. 산속의 밤바람은 맑았고, 친구들과 속삭이며 걷는 그 길은 평소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머리 긴 귀신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사범님이 옷을 입으신 걸 머리로는 알았지만, 그 찰나만큼은 가슴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어이없게도 그날 이후, 저는 그 때의 처지가 떠올라 한동안은 밤길이 두려웠습니다. 그러다가 두려움에 조금씩 익숙해졌습니다. 밤길을 혼자 걸을 때도 예전처럼 무섭지 않았고, 오히려 그때의 일이 되새겨져 웃음이 지어지곤 했습니다. 아마 두려움을 마주하는 일이 저를 한 걸음 자라게 한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떠셨을까요? '담 닦음' 같이 어떤 깜짝스러운 느낌 이후에 두려움이 오래도록 남을까요, 아니면 라온을 오래도록 품을까요?
자, 또 다른 깜짝스런 처지를 떠올려 봅시다. 아 그 이전에 '한(깊은 저픔)'과 '흥(라온)'이 느껴지는 상황이 먼저 있었다고 해봅시다. 왜냐하면 한국인들이 느끼는 남다른 마음결을 맛보기 위해서요.
너무 저프지만 살면서 가름을 겪는 처지도 있지요. 어떤 자리에서는 가름을 받는 일은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기 마련입니다. 때로는 그 아픔이 애끓음이 되어 오래도록 남기도 하지요. 그런데 만약, 세월이 흘러 더는 그런 가름을 받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그 동안의 아픔에 대한 따듯한 갚음까지 받게 된다면 어떨까요? 생각만 해도 라온스럽지 않나요?
자, 이런 처지에서 깜짝스러움을 느꼈다고 해봅시다. 자세하게는 제주도 도깨비가 나타났다고 해봅시다. 마을을 번쩍옮기기도 했고 너무 뜻밖의 뜬금없는 만남이라 정말 깜짝스러움을 느끼겠습니다. 아니면 사하라 모래벌 바람속에서 한 나그네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고 해봅시다. 나라를 번쩍옮겨서 너무 뜻밖의 뜬금없는 만남이지요. 이런 깜짝스러운 느낌 이후에 두려움이 오래도록 남을까요, 아니면 라온을 오래도록 품을까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깜짝이라는 느낌은 우리에게 새로운 것을 모아보도록 해줍니다. 그런데 그 새로운 것이 두려움이 될 수도 있고, 라온이 될 수 도 있습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깜짝스러움을 느끼셨다면 그 이후 어떤 생각자리를 갖는지 모아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겪음을 타막여우에 나눠주세요.
오늘, 여러분 마음은 어떤 숨결을 내쉬고 있었나요? 그 느낌, 앞으로 어떻게 남기고 이어갈지 생각해 봅시다. 먼 훗날, 당신은 아이와 어떤 마음을 이야기하고 있을지도 그려봅니다. 이 글이 여러분에게 타막여우가 잠시 그늘에 쉬듯 작은 쉼표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