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이 컵을 받고 싶지?"

타로카드 한 장으로 띄우는 편지 (컵의 기사)

by 김소영
#2기사 컵.jpg 컵의 기사


사랑에 빠진 사람의 눈은 아무리 아닌 척 가장하려 해도 감출 수가 없다죠? 글쎄요. 저는 사랑에 빠져 있는 사람의 눈을 그렇게 많이 본 적이 없어서 확신할 수는 없어요. 그게 사랑이었는지 아니었는지 그냥 모르고 지나친 적이 있었겠죠.


지금 창문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은 온통 눈으로 뒤덮여있어요. 오늘 같은 날 사랑하는 사람과 로맨틱한 데이트를 하는 연인들은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얀 눈과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의 눈빛, 생각만 해도 아름다워요.


오늘 제가 당신을 위해 뽑아 들고 온 카드는 컵의 기사 카드예요.

사랑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 카드예요. 그것도 아주 젊고 발랄할 때, 사랑스러운 연애를 처음으로 경험하는 그런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은 낭만적인 그림이에요.


저는 연애를 엉뚱하게 했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제가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도 찬물을 한 바가지 끼얹을 정도로 현실적인 이야기가 전개될지 몰라요. 저는 사랑을 믿지 않는 것도 아니고 부정적인 사람인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현실적인 사람이 되어버렸어요.


컵의 기사는 용감하게 백마를 타고 당신의 인생으로 들어오고 있어요. 그는 용맹한 사람이지만, 오늘만큼은 부드럽고 우아하게 당신에게 말하고 있어요. '오랜 시간 지켜봤는데 당신이 좋아요!'라며 컵을 건네주네요. 쑥스러워하지도 않고 마치 당연한 일을 하고 있다는 듯이 느리지만 확신에 차서 고백하고 있어요.


'오! 마이 갓! 이런 일이?' 당신은 이 컵을 받으실 건가요?


이삼십 대의 저라면, 받겠어요. 아니, 30대보다 나이가 더 많아도요. 그러니까 지금의 제 나이보다 조금 더 제가 어리다면, 힘이 있을 때 사랑도 하고 싶네요.

그렇지만 조심할 것 같아요. 아직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시기니까요. 기사는 망설임 없이 용감하게 다가와서 고백을 하고 있지만, 공주는 그의 무의식 속 깊게 감춰진 본래의 마음을 알아가야 할 시간이 꼭 필요한 거죠. 어쩌면 자신에 대해서 스스로도 잘 모르는 부분까지 말이에요.


무턱대고 사랑에 빠지면 안 된다는 말이에요. 그런 일은 소설이나 영화에 맡기고 현실적으로 이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는 뜻이에요.

나에게 다가와 나를 좋아해서 사귀고 싶다고 용감하게 고백했지만, '그래! 뭐 나도 네가 나쁘지 않아! 호감은 가지!'라고 생각된다면 만나보면서 그를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죠.


무작정 깊이 들어가지 말고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을 통해서 냉정하게 '그 기사는 앞으로도 계속 만나도 될 좋은 사람인가?'라고 자신에게 묻는 시간이 필요해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연인이나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고통받고 있어요.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는 일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도 않고 잘해봐야 '올바른 성교육'정도로만 그치니 연애는 각자의 일로 자신이 알아서 배워나가야 할 숙제로 남을 거예요.


저는 그랬어요. 나 자신에 대해서 자신감도 있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내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인가?'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했어요.

원인을 따라가 보면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이유들이 있었고 지금은 그런 저를 이해하고 있지만, 이 작은 마음의 문제 하나가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 내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때 그 사람이 나에게 좋아한다고 대충 다가올 때 저는 생각을 잘했어야 했던 거죠. 인생은 각본은 짤 수 있으나, 각본대로 움직여주는 영화 같은 것도 아니고 실전이기 때문에 핑핑 돌아가는 사건과 사건의 상황 속에서 순간을 제어하는 힘 같은 것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때 그 정도에서 그만 만났다면, 깔끔하게 이별을 인정했더라면 나는 어떠했을까? 그런데 그것 자체가 또한 좋은 일도 아니라는 것이 인생의 아이러니 같아요. '만약 내가 그 당시에 정신이 멀쩡해서 그런 이상한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과연 '지금의 딸을 만날 수 있었을까?'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인생은 숙명과 운명이 뒤죽박죽이 되어 흘러가는 것 같기도 해요. 정해진 숙명은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좋은 운명은 나 자신이 만들어갈 수 있으니 한 번 노력해 보자는 것이죠.

학교에서 어려운 학문도 배우면 이해할 수 있듯이 사랑도 최대한 배울 수 있는 한은 배우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컵의 기사는 오늘 백마를 타고 와서 당신에게 컵을 내밀며 낭만적인 고백을 하고 있어요.

그 컵을 살며시 받아들여도 좋지만, '내가 왜 이 컵을 받고 싶지?'라고 생각해 봐야 하고 또 '뭐, 나쁘지 않으니 일단 받고 만나보면서 천천히 알아가 봐야지!'라고 생각해도 모두 옳아요.


어떤 결정이든 좋아요. 그러나 당신이 해야 할 것이 있어요. 백마를 탄 기사는 어느 정도로 자신의 마음에 확신이 있는지, 내가 좋아할 만한 인품을 가지고 있는지 이걸 꼭 봐야 한다는 거예요.

누군가 적극적으로 다가왔지만,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장하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온다면, 그의 본심을 알지 못하고 사랑에 빠지는 일은 위험할 수 있겠죠.


'사랑에 눈이 멀다'는 말이 있죠? 일단 상대방이 내 마음에 들면 그에 대해서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가 없다는 뜻으로 보이고요. 상대방의 적극적인 구애는 상대방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일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는 뜻이에요.

막상 사랑을 하게 되면 현실은 냉정하고 씁쓸해질 수 있고 인생이 사랑으로 인해 꼬이지 않으려면 더욱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심을 가지고 다가오는 사람이 아니라면, 나중에 결혼을 해서도 외도를 한다든지 타인을 속일 수 있는 사람이어서 고통스러운 상황을 겪을 수도 있겠죠.


동화 속의 왕자는 공주를 구하고 둘은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고 말하지만, 왕자와 공주에게는 비밀 한 가지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왕자는 정의를 위해 용감하게 싸울 줄 아는 사람이고, 공주는 모든 것을 갖추었으면서도 마음씨까지 착하다는 점이죠.


우린 이렇게 완벽한 상황을 현실에서는 모두 갖출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심성이 정직하지도 않고 성격이 나쁠 수도 있어요.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을 알아보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고 당신이 조금만 에너지를 쓰거나 찾을 마음이 있다면,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 그는 아직 컵을 내밀고 있는 단계예요. 당신은 그 컵을 받을 수도 있고 거절할 수도 있어요. 아니, 일단 받고 알아보는 시간을 가진 후에 최종적으로 거절을 할 수도 있어요.

너무 성급하게 사랑에 달려들지 말고 나에게는 상대방을 알아가는 시간이 충분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사랑에는 냉정한 판단력과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까지 이해하면 될 거예요.


컵의 기사 카드는 젊을 때일수록 아름다운 사랑의 경험을 해보라고, 인생은 아름답다고 말해주고 있어요.

오늘 컵의 기사 카드를 뽑았다면, 상대방의 마음은 나에게 빠져들고 있고 그로부터 곧 멋진 사랑의 고백이나 청혼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해석할 수 있어요.


가슴 설레는 하루 보내세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뭐, 이만하면 행복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