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기
어제는 시나리오 작법서를 읽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시나리오를 쓰기 전에 개요를 먼저 작성하라는 이야기였다. 아, '어제 일기'란 매일매일 늦게 일을 마치다 보니, 다음 날에서야 브런치를 먹기 전에 쓰는 일기다. 이 글은 자유롭게 쓰려고 한다.
어쨌든 개요를 작성하면 시나리오를 끝까지 써서 완성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이야기였다. 사실, 어떤 글에 대해서 개요가 없다면 도중에 하차할 경우가 많은데 그럴듯했다.
영화 장면 전체를 몇 개의 문장이나 단락으로 요약하고,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그 장면에 어떤 인물이 등장해 무슨 역할을 하는지 설명을 해 두는 일이라고 한다. <책 '시나리오 쓰기의 모든 것' 중에서>
책을 읽으면서 과연 나의 인생의 시나리오는 어떠했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저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았을 뿐. 세세한 시나리오는 없었던 것 같다.
9월에서 12월까지 올해의 개인적인 시나리오의 개요를 써봤다. 지금까지는 시나리오 없이 즉흥 연기를 했다면 탄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올해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괜히 믿는 구석이 생기는 듯했다. 아니, 시나리오가 아니라 개요만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되었다.
결론을 미리 지어두고 하루를 살아가기 때문에 안정감이 생겼다. 내 마음의 시나리오라는 느낌도 들었다. 괜한 불안감이 몰려올 때는 올해 말까지의 개요를 쓱 훑어보면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이 두 가지를 개요대로 잘 살아가면 된다.
사람이 계획대로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계획도 없다면 불안감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올해 말까지의 인생에 대한 개요를 작성해 보는 것만으로도 당장 마음이 놓이는 경험을 했다. 아주 사소한 계획이라도 개인에게는 소중한 시간이다. 사소한 것이 쌓여서 사람과의 신뢰를 만들어 갈 수 있고 건강한 습관을 만들고 풍요로워지는 삶을 만들 수 있을 테니까.
시나리오를 공부하다가 엉뚱하게도 내 인생의 개요를 쓰긴 했지만, 인생은 원래 어긋나는 길 위에서 깜짝 놀랄만한 발견을 할 수도 있으니까.
그나저나 나는 시나리오 하나 정도는 쓸 수 있을까? 앞으로도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은 지금의 상담 일과 강의와 글쓰기이므로 아마 꾸준히 해 나간다면 장르에 상관없이 뭔가를 쓸 수 있긴 할 것 같다. 제발 말만 하지 말고 쓸 수 있기를. 그렇다면 쓰고자 하는 시나리오의 개요는 언제 즘 작성하게 될까? 지금부터 나의 무의식에 명령했으니 생각나는 대로 시나리오의 지도(개요)를 그릴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