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동서가 아기를 낳았다. 동서가 임신 중일 때, 택시를 탔는데 뒤에서 차가 들이박아 사고가 났단다. 그래서 자궁이 흔들렸다나. 동서는 그 길로 병원에 누워 아기가 태어날 때까지 일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한 4개월을 병원에만 있었던 것 같다. 가끔 시댁 소식을 전해주는 곰돌이에게
"동서는 좀 어때?"
라고 물어보면 한숨을 한번 쉬고선
"그냥 똑같은가봐."
매번 다르지 않은 말을 했다. 아기들은 어쩌다 생겨 가만히 10개월을 뱃속에 내버려두면 나오는 사람들인줄 알았는데. 무엇인가를 이룬다는 것은 역시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동서의 아기가 세상에 나왔다. 많은 사람들의 염려와 기대속에서 세상에 나온 아기는 다행히 건강했고, 3.8kg이 넘는다고 했다. 지난주말 나와 남편은 동서의 아기를 보러 조리원에 갔다. 따뜻하고 다정한 남편이지만 다소 말주변이 없고, 좋은것을 좋다라고 호들갑떨지 않으며 나쁜것을 나쁘다며 열정적으로 화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유리창 너머의 아기를 따뜻하게 바라봤다. 눈을 감고 잠을 자는 아기가 입을 오물오물거리며 숨을 쉬다가 하품을 하는 모습을 보는 남편의 눈이 그렁그렁 거렸다.
그러다 아기가 손을 꼬물꼬물 거리는 모습에 세상 환하게 웃으며 똑같이 손을 꼬물락거렸고, 아기의 눈코잎을 살펴보며 세상 저렇게 예쁘고 귀여운 것이 있냐는 듯, 온 몸으로 좋다는 것을 표현했다. 이제 그만 가자는 말에도 남편은 유리창너머 아기에게 시선을 떼지 않고 바라봤다.
난 사실 불편했다. 아직 아기를 낳을 생각이 없었는데 남편이가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심기가 좋지 않았다. 아가 넘어 유리창에서 딱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남편에게 꽥 소리를 질러 데리고 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남편은 차 호들갑 떨지 않았지만 아기에게 느꼈던 따뜻함이 남아 있는지 아빠미소같은걸 짓고 있었고, 난 그 모습에 더 심통이 나서 남편을 마구 구박했다.
아기를 좋아하는 친정 엄마에게도 동서의 아기 사진을 보내줬다. 그리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아기 귀여워?"
"그럼. 귀엽지. 그 작은 손 봤어? 아기들 손이 너무너무 작아."
"엄마는 아기가 그렇게 좋아?"
"그럼. 얼마나 이쁘다고."
"엄마는 내가 아기가 있으면 좋겠어?"
"그라믄."
엄마는 "그라믄!"이라며 확신에 찬 대답을 하다 잠시 멈칫거렸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