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에 들리는 소나타
어렸을 때 한동안 외가댁에서 지내면서 합천 근처의 초계면에서 지내왔다.
외진 곳이라서 내가 있을 때만 해도 주차장은커녕 자동차보다 시장에 있는 생선들이 더 많을 정도였다.
바로 뒤로는 산이 있고, 학교는 초등학교랑 중학교가 함께 붙어서 하나밖에 없는 곳.
아침에 일어나면 숯 태우는 냄새와 닭 우는 소리가 마을 어디서든 맡을 수 있었고, 들을 수 있었다.
그때는 뒷산에서 범이나 처녀귀신이 내려와 잡아간다는 말을 믿었던 시절.
그 시절 보았던 달이 문득 생각나서, 이렇게 시를 쓴다.
불우했지만, 지나간 추억을 애도하며
보름마다, 둥근달이 뜬다
작년에는 더 컸더란다. 저 달을 바라보며
몇 년 전에는 더 밝았을 달
도시의 불야성 속에서 달을 보다 보면
어릴 적 시골에서 바라보던 그 달이 떠오른다.
화려한 조명이 없는 곳에선 으뜸, 떠오를 저 보름달은
무대 위의 독주가, 소나타를 연주하지만
불야성의 저 달은, 관중이나 다를 바 없다.
나는 지금 관중을 바라보는 관중으로
다시금 저 독주가의 소나타를 들으려
시골 밤을 회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