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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용신 May 06. 2024

사랑도 레벨이 있나요?

사랑 #2

> 사랑도 레벨이 있나요?



사랑을 이야기 할 때 마다 어릴적부터 가지고 있던 환상이 있었다. 오랜시간 함께하며 진심으로 나를 믿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것. 그 사람이 나를 신뢰한다 믿으며 같은 목적지를 향해 함께 걸어 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첫연애부터 나의 기대는 무참히 짓밟혔다. 중학생 때 시작해 고등학생까지 이어진 첫사랑은 여자친구와 내 친구의 외도로 끝났다. 목사를 꿈꾸며 신학을 공부하는 친구덕분에, 나는 한동안 사랑과 종교를 쉽게 믿을 수 없었다. 3년을 만났지만, 헤어지는데는 3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시간과 믿음으로 채워져있던 사랑에 대한 환상이 끝나면서 나는 누군가를 신뢰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다음 연애는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나만을 바라봐주는. 하지만, 나를 참 많이 좋아해줬던 그녀는 있는 그대로의 내가 아닌 본인에게 잘 하는 내 모습만 바라봐주었다. 인생 처음으로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마주하고 힘들었던 나에게 서운함을 느꼈던 그녀는 친구들에게 내 험담하기에 바빴다. 그녀에게 잘 해주지 못하는 나는 그녀가 사랑으로 바라봐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더 큰 상처를 받고 싶지 않았기에 내가 먼저 상대방에게 이별을 고했다. 


누군가는 사랑 경험과 상처를 통해 성장을 한다는데, 나는 마음을 여는 것이 두려웠다. 환상을 환상으로만 남았고, 내 현실은 성장보단 늘 제자리 걸음에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정말로 좋아했던 사람에게는 상처받고 싶지 않아 거리를 두었고,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다. 상대방은 내가 처음 사랑을 시작했을 때처럼 순수하게 나를 진심으로 대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상처를 덜 받고 싶은 어린 마음으로 정작 상대방이 나로인해 아팠던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뒤늦게 소중함을 깨닫고 후회했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있을까.

나의 지난 날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지, 내가 어린시절 꿈꿨던 사랑을 환상으로만 두지 않기위에 노력하고 있는 걸까. 사랑에도 레벨이 있다면, 나는  어느 정도 단계에 와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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