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는 것과 찍히는 것은 다르다.
모델과 사진가가 함께 작업하는 촬영은 간단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사진가는 원하는 이미지를 상상하며 셔터를 준비하고, 모델은 카메라에 자신이 어떻게 비칠지 몰라 긴장하거나 어색함을 느낀다. 이 간극을 좁히지 않으면, 우리가 기대했던 결과물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나는 먼저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대를 쌓는 시간을 갖는다.
내 방식 중 하나는 바로 촬영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대신, 촬영 전 20분 정도 모델과 함께 타로 카드를 펼친다. 타로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하며 긴장을 푼다. “요즘 가장 기대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혹은 “근 시일내에 가장 큰 걱정거리는 무엇인가요?” 같은 질문을 던지며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한다. 타로에 나온 이야기는 때로는 예상 밖의 주제를 던지기도 하고,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렇게 조금 더 편안한 상태에서 촬영을 시작할 수 있다.
촬영이 시작되면, 나는 모델에게 항상 내가 하는 작업의 방향성을 공유한다. “지금은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살릴게요. 하나, 둘, 셋, 갑니다!” 타이밍을 알리는 간단한 말로 모델에게 안정감을 주고자 노력한다. 몇 장을 찍고 나면 바로 결과물을 보여준다. “이렇게 나왔는데, 이 느낌 어떠세요? 다른 각도나 표현을 더 시도해보고 싶으신가요?”라고 물으며 모델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려 한다. 이런 과정은 단순히 작업 효율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모델과 내가 같은 장면을 보고 있다는 확신을 쌓아가는 데 꼭 필요하다.
타로를 통해 나눈 이야기는 촬영 중에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한 번은 한 모델이 촬영 전에 타로에서 나왔던 내용을 떠올리며 말했다. “아까 나왔던 카드처럼, 더 활기차고 자신감 있는 이미지를 표현해보고 싶어요.” 나는 그 말을 머릿속에 두고 구도를 잡았다. 모델 역시 자신의 의도를 이해한 사진 속에서 한결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자신을 표현했다. 사진 작업에서 중요한 건 단순히 기술적으로 완벽한 이미지를 만드는 게 아니다. 모델과 사진가가 서로 교감하며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순간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훨씬 더 큰 의미를 지닌다. 내가 사진가로서 해야 할 일은 모델의 긴장을 풀고, 그들이 자신의 모습을 편안하게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같은 것을 본다는 건 단순히 시선을 공유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모델과 사진가가 함께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촬영 내내 우리는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으며 작은 조율을 이어간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비로소 두 사람의 시선이 하나로 모이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의 사진은 단순한 이미지를 넘어, 모델과 사진가가 함께 공유했던 감정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카메라 뒤에서 나는 늘 모델과 같은 것을 보려고 노력한다. 우리가 나누었던 이야기가 사진 속에 녹아들 때, 결과물은 단순한 이미지 이상의 무게를 지닌다. 그리고 나는 그 사진이 우리가 함께 만든 이야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