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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르타르 Jun 21. 2018

전쟁은 이제 그만

어니스트 헤밍웨이, <무기여 잘 있거라> 리뷰

목요일, [단숨에 책 리뷰]
네 번째 책 : <무기여 잘 있거라>
무기여 잘 있거라. 제목 번역을 기가 막히게 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명작은 이름은 알지만 읽지 않기에 명작이라고 했던가. 그 명작을 이번에 읽어보았다.
* 열린책들 번역본으로 읽었는데 번역 중에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그 부분은 맨 아래 써놓았으니, 열린책들 번역본으로 읽으실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겠다.

1. 왜 읽었나

전쟁과 관련된 책을 읽고 싶었다.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찾아오고 있는 지금, 전쟁의 비극성을 살린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왜 우리에게 평화가 필요한지 다시 한번 새기고 싶은 마음이었다.

<열린책들> 번역으로 읽었다. 표지가 너무 예쁘다.


2. 어떤 내용인가

1차 대전 시기를 다루고 있다. 이탈리아 전선에서 싸우던 미국인 의무장교 프레더릭 헨리는 영국인 간호사 캐서린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헨리가 전쟁에 대한 생각을 바꿔나가는 것이 이 소설의 주요 플롯이라 할 수 있다.


3. 어땠나?

- '프레더릭 헨리'라는 인물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

무기여 잘 있거라를 이끄는 큰 주제는 <전쟁>과 <사랑> 두 가지다. 그럼 각 주제에 대해서 주인공인 프레더릭 헨리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가. 프레더릭 헨리는 전쟁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전쟁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주장한다. 누가 싸움을 걸어왔고 여기서 지면 노예가 될 것이기에 우리는 싸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헨리 주변에 있는 인물 중에는 그냥 전쟁광인 사람도 있고, 전쟁 자체에 대한 비판 없이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반대로 전쟁 자체가 정말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고 하루빨리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 속에서 헨리의 생각을 바꾼 것은 한 번의 부상한 번의 후퇴 과정이었다. 전쟁은 비극 그 자체였다. 이건 생존하느냐 생을 마감하느냐의 문제였다. 적에 의해서 죽을 뻔했던 첫 번째 부상은 그가 다시 전장으로 나가고 싶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때는 이탈리아군이 잘 나갈 때였다. 신문에는 연일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틈을 타 복수하고 이 전쟁을 끝내버리겠다는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전장으로 나갔다가 후퇴하는 과정에서는 적이 아닌 아군에 의해서 죽을 뻔했다. 전장에서의 법 그 자체인 야전 헌병들이 대열에서 이탈한 장교들을 그 이유도 제대로 듣지 않은 채 총살하는 장면을 지켜봤다. 부하 한 명이 아군에 의한 오인 사격으로 죽었다. 전쟁은 이제 누구도 믿을 수 없고,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그 상황에서 헨리는 자기 자신부터 평화협정을 선언했다. 스스로의 선택으로 군대를 거부한 것이다. 그리고 그 되돌릴 수 없이 탈영병이자 평화주의자가 되었다.


사랑에서는 어떤가. 헨리는 이전에 누구도 사랑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사랑은 거추장스러운 것이었다. 캐서린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를 품에 안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철벽녀 캐서린은 그런 그를 꿰뚫어 본다. 그녀는 가식적인 사랑은 원하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바뀌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부상으로 세상에 외톨이가 된 기분을 느꼈을 때였을 것이다. 사람은 정말 힘든 상황에서 사랑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재수학원에서 커플이 그렇게 많이 탄생하는 이유도, 노량진 고시학원에서 커플이 많이 탄생하는 이유도 그런 것이 아닐까. 내가 힘들고 외로운 상황에서 이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사랑 앞에 무장해제되는 순간은 혼자되어 불안하고 외로운 순간이다. 소설은 그 점을 지적하고 있다.


- 우리는 전쟁을 그만둘 수 있을까?

대다수 민중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권력을 쥐게 되면 전쟁을 원하게 된다고 소설 속 인물들은 이야기한다. 전쟁에서 이기면 이기기 때문에 전쟁을 그만두지 않고, 전쟁에서 지면 전쟁에서 지기 때문에 전쟁을 그만두지 않는다고 한다. 대치 상태면 대치 상태이기 때문에 전쟁을 그만둘 수 없다고 한다. 예방적 차원에서 선제적 타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기도 하고, 그 발언 자체가 위협이라며 무기 개발에 힘쓰기도 한다. 이 평행선 달리기에서 누구 하나가 빠져나와야만 전쟁은 사라질 것이다.


문제는 전쟁에서 빠져나오기가 쉽냐는 것이다. 헨리의 말처럼 빠져나온다면 적군의 노예가 될 수도 있다. 그 상황은 피해야만 한다. 자유를 사랑하기 때문에 전쟁의 상태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다시 자유를 억압하는 상황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전략을 잘 짜야한다. 문학 속에서는 주인공 한 명이 전장을 벗어나는 것으로 끝나지만, 실제 현실은 더 복잡하기에 우리는 이 점을 심사숙고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 아쉬웠던 주인공의 대화 번역

책 읽는 데 어색한 느낌이 굉장히 많이 들었다. 대체 뭘까 고민했다. 바로 헨리와 캐서린의 대화 번역이 어색했던 게 아닐까 생각했다. 열린책들의 번역에서는 헨리는 시종 캐서린에게 반말로 얘기하고, 캐서린은 헨리를 존대한다. 원래 영어로 쓰인 작품에서는 헨리와 캐서린이 격의 없이 얘기할 텐데, 영어로 이 작품을 읽는 사람들은 헨리가 가부장적으로, 캐서린이 순종적인 여성 캐릭터로 읽지 않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적 고정관념을 그대로 반영한 번역으로 인해 원작의 맛을 반감시킨 것이 아쉬운 대목이었다. 얼마 전 TV 프로그램에서도 영어로 대화하는 부부를 보여주면서 자막을 넣을 때 이와 같은 일이 벌어져 문제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점은 앞으로 외국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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