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림형제 Jun 06. 2023

농구 좋아하세요?

'할 줄 안다' 판별하기 시리즈 ③스포츠편


다슬이슛


필자의 또래쯤 되는 한국 남자들 사이에서 소싯적 농구공 한 두 번 안 던져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은 축구나 골프 같은 다른 스포츠를 더 즐기고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90년대를 풍미했던 거대한 농구의 신드롬이 존재했고 웬만한 남학생들이 빠졌던 적이 있었다.

'마이클 조던'의 미제 농구와 '슬램덩크'의 일제 농구 틈바구니에서 꿋꿋하게 신토불이 농구를 지켜왔으나 어느새 우리의 기억에서 흐릿해진 '마지막 승부'를 기억하는가.

필자가 고등학생이던 시절, 고등학생이 TV 드라마를 탐닉한다는 것은 부모님들의 눈에는 거슬리지 아니할 수 없던 것이었다. 거실에 TV가 유일한 시청수단이었기에 부모님의 눈치를 봐가며 '마지막 승부'를 본방 사수했던 기억이 있다. 친구들과 농구를 할 때는 '윤철준'에 빙의해서는 슛을 던질 때마다 일명 '다슬이슛'을 시전 하곤 하였다. (슛을 던진 후 "다슬아!"를 외치며 공이 림을 통과하기를 바라는 주문을 외친다고 하여 '다슬이슛'이라 하였다.)




'할 줄 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선은 과연 어디부터인지 의문을 갖고 시작했던 '할 줄 안다' 판별하기 시리즈.

이번에는 스포츠로 이어 가 보려고 한다.

아직 다른 시리즈를 만나보지 못한 독자분들은 시간 되실 때 감상해 보시길 권해본다.





■ 설정 Set-ups

1. 이 글에서는 스포츠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 취미로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루어보고자 한다. 그러니, NBA나 KBL을 즐겨 보시는 분들이라면 눈높이를 많이 낮추어서 봐주시길 바란다.

2. 농구는 포지션별로 발전되는 스킬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공통 단계와 심화 단계로 나누어 실력 단계를 나누어 본다.

3. 이런 단계를 나누는 것은 사람에 따라 기준이 다르다. 이 글은 전적으로 필자의 기준으로 단계를 구분해 본 것이다. 다른 기준으로 분류해보고 싶은 사람은 자신만의 분류법으로 나누어보기 바란다.

4. 어느 누구의 법률적, 학술적 검토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정답은 없다. 특정 행태가 나쁘거나 좋다는 판단은 부적절하다.






동네 농구의 등급


남자들은 여자들에 비해 허세가 많다. 특히, 스포츠와 관련된 대화를 나눌 때 남자들은 쓸데없는 부심이 발휘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에게 매우 후한 평가를 내리는 것이다.

이제, 과연 아래의 내용들을 읽어 본 후에도 계속 자신에게 후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지 보자.


1단계) 자칭 바스켓맨

의욕이 많이 앞서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코트에 먼지만 일으킨다. 주로 40대 이상 아재들한테서 많이 볼 수 있다. 남이 하는 것을 보면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쉽지 않은 것이 농구다. 특히, 슛을 해서 림에 공을 넣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는 움직이지만 옆에서 바라보는 사람의 눈에는 허우적대는 것처럼 보인다. 슛을 얼마나 성공시켰느냐를 떠나서 동작 하나하나가 볼품없고 추해보이기 이를 데 없다. 이런 사람은 축구든 농구든 공을 가지고 하는 건 매한가지라는 엄청난 착각을 가지고 있다. 수비할 때는 공을 향해 돌진하고, 공격할 때는 림을 향해 돌진한다. 동네 농구에서도 이런 사람은 시합에 끼워주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올코트 시합을 할 때 한쪽 코트가 잠시 빈 틈을 타 얼쩡거리다가 종종 충돌사태를 빚기도 한다.

경기 규칙 숙지 (공통)

'더블드리블', '트레블링', '키킹' 등의 기본적인 바이얼레이션에 대한 개념이 없다.

드리블 (공통)

공을 보고 드리블을 한다. 엉덩이가 뒤로 빠진 상태에서 주로 사용하는 손으로만 드리블 가능하다. 방향 전환을 하려면 잠시 공에서 시선을 뗀 후 가려는 곳을 확인하고 움직인다.

점프슛 (공통)

슛이 아니라 물건을 위로 던지는 몸동작이라고 보아야 한다. 공이 손을 떠나는 포인트가 제각각이다. 추한 몸동작에도 불구하고 슛이 들어가면 좋아라 한다.



2단계) 왼손은 거들뿐

동네 농구장에서 실력자에게서든, 돈을 들여 레슨을 받았든 간에 기본기를 조금씩 연습하기 시작한 단계다. 농구의 기본기는 꽤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드리블이나 점프슛을 틈이 나면 계속 연습하지만 동네 농구장에서 시합할 때는 팀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대신 열심히 수비를 하고 리바운드를 따낸다. 공이 자신에게 왔을 때는 무리하지 않고 동료에게 패스하는 방법으로 팀 승리에 기여하기 시작하면, 시합에 끼워주기 시작한다. 슬램덩크의 강백호가 이 정도 수준의 실력이라고 보면 가까울 것 같다. 물론, 극 중에서는 엄청난 피지컬과 운동능력으로 모두를 깜짝 놀라게도 하지만 엄밀히 보자면 실력은 시작한 지 고작 몇 달 안 되는 수준이다.

경기 규칙 숙지

기본적인 바이얼레이션과 파울에 대한 이해가 있다.

드리블 (공통)

정면을 보고 드리블을 할 수 있으나, 아직 한 손만 익숙하다.

점프슛 (공통)

제대로 된 슛 폼을 갖추어 던지면 아직 힘을 발휘하지 못해 공이 멀리 가지 못한다. 페인트존 근처에서 연습하는 단계. 투바운드 게임이나 자유투 같은 것 하면서 논다.

리바운드 (공통)

요령보다는 동물적인 감각과 운동 능력에만 의존한다. 하지만 자신의 체공능력을 감안하지 않고 의욕에 앞선 점프를 하는 경우가 많다.


3단계) 포기를 모르는 남자

동네 농구의 세계에서 점차 입지를 다져가기 시작한다. 시합에서 뛸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득점에서도 기여할 정도의 실력이 된다. 팀에서 에이스급 활약을 하거나 플레이 메이킹을 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슛 찬스가 났을 때 망설임 없이 슛을 던질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다. 앞을 막고 있는 수비를 제칠 정도의 실력은 아직 아닌 관계로 돌파를 시도할 생각 없이 패스를 받는 즉시 슛동작으로 연결시킨다. 단, 수비가 붙지 않았을 때를 노린다.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정대만이 주로 보여주는 플레이로 '캐치 앤 슛(catch & shoot)'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겠다.

드리블 (공통)

경기 중 패스로 받은 공을 간수하는 정도는 가능하다. 양손 드리블도 할 수 있으나, 수비를 제치는 수준은 아니다.

점프슛 (공통)

슛 연습의 대가로 성공률도 꽤 높아졌고 슛거리도 늘어났다. 하지만, 드리블이 약하기 때문에 슛 말고 공격 옵션이 다양하지 않다.

수비 (공통)

공의 움직임에만 집착하지 않고 대인방어를 할 수 있다.


4단계) 고릴라와 여우

강백호는 채치수를 고릴라, 서태웅을 여우라고 불렀다. 둘은 팀 내 각자의 포지션에서 입지를 다진 수준급 플레이어들이다. 분명 앞서 설명한 단계보다 수준이 높다. 이제부터는 자신이 즐겨하는 플레이가 생기고, 포지션이 생기기 시작한다. 보기에도 폼도 제대로 갖춰졌고, 여러 스킬을 능숙하게 구사한다. 동네 농구에서는 대부분 자신의 신체 조건에 따라 플레이 스타일이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센터(C), 파워포워드(PF)

빅맨(Big man)들의 포지션이다. 기본적으로 신장이 크고 상대와 몸싸움을 피하지 않는다. 리바운드와 포스트업 플레이, 레이업, 골밑슛을 즐겨한다. 수비에서는 탑에서 스크린을 거는 등 공간 창출을 돕는다. 잘 연마한 피벗무브펌프업 페이크 동작이 피지컬과 어우러지면 동네 농구에서는 막을 도리가 없다.

스몰포워드(SF)

센터나 파워포드가 피지컬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다면, 스몰포워드는 주로 개인기를 이용하여 득점을 만들어내는 포지션이다. 드리블에 이은 돌파, 중장거리 슛, 그리고 수비를 집중시킨 후 동료에게 어시스트를 하는 등 다양한 공격 옵션을 가지고 있다. 돌파를 위한 크로스오버, 유로스텝 그리고 이동하다가 갑자기 멈추어 슛을 하는 풀업점퍼 등 다양한 스킬을 가지고 있다. 동네 농구에서 가장 많은 스타일이기도 하다.

슈팅가드(SG)

슈팅 능력이 우수하고 장거리 3점 슛 시도가 많다. 그렇다고 항상 슛만 던지지는 않기 때문에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상대하기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이어 설명할 포인트가드의 볼 운반을 도와야 하기 때문에 볼 핸들링에도 능숙하다. 캐치 앤 슛은 물론, 스탭백, 페이더웨이, 잽스텝 점퍼 등 슛 기술들을 주로 익힌다. 좀처럼 골밑 몸싸움은 잘 안 하는 편.

포인트가드(PG)

볼 핸들러 역할로서 드리블이 안정적이고 움직임이 날렵하다. 크로스오버, 스핀무브, 레그스루, 비하인드백 등 다양한 드리블 기술을 구사한다. 동네 농구에서 프로처럼 공격 패턴을 조립하는 수준은 많지 않다. 대신 넓은 코트 시야를 활용해 어시스트를 한다. 자신보다 신장이 큰 수비를 상대로 플로터를 사용한 득점을 하기도 하지만, 주로 먼 거리에 있는 동료에게 한 번에 패스를 연결시키는 아웃렛패스, 수비를 파고들어 돌파하다가 외곽의 오픈 찬스 슈터에게 볼을 연결하는 킥아웃 패스 등 적재적소에 볼을 배급하는 패스 스킬도 가지고 있다.

시작에서 동네 농구로 한정하고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이만하면 됐다. 이 수준들을 넘어가면 선수에 가깝다고 보아야 한다.



자, 그렇다면 농구를 '할 줄 아는' 단계는 어디서부터 인가?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2단계부터라고 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프로가 아니라 동네 농구라면 시합을 같이 뛸 수 있는 정도가 그 척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이제부터는 동네 농구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농구 기술을 몇 가지 소개해볼까 한다. 이런 기술을 장착한 수준이라면 확실히 '할 줄 안다'의 수준을 넘어 '잘한다'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보는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 프로 선수들의 하이라이트를 참고 영상으로 소환했다.


더블클러치 (난이도 ★★★★☆)

일단 레이업이나 덩크를 할 것처럼 골대를 향해 점프한 후 수비를 피해 공중에서 방향을 전환하는 고난도 슛이다. 프로 경기에서도 경기 중 더블 클러치가 나오면, 중계진의 데시벨이 높아지고 하이라이트 영상이 나올 정도니 그만큼 어렵다고 보면 된다. 공중의 체공능력과 신체 발란스가 받쳐주어야 가능하다.



노룩패스 (난이도 ★★★☆☆)

자신이 드리블하는 공을 쳐다보지 않고 드리블할 수 있다면 패스를 줄 곳을 쳐다보지 않고 패스를 던지는 것쯤이야 어렵지 않다. 문제는 패스를 받는 사람이다. 패스를 받는 우리 팀 동료가 같이 속을 수 있다. 즉, 수준이 맞는 팀워크가 전제되어야 한다. 농구코트 밖에서는 국회의원 정도 되어야 구사할 수 있다.




훅슛 (난이도 ★★★★☆) 

훅슛을 이야기할 때 카림 압둘자바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수비를 앞에 두고 쏘는 슛이지만 슛의 발사각이 높아 수비에 걸리지 않는다. 말 그대로 알고도 못 막는 슛이다. 함정은 좀처럼 잘 들어가지 않는다. 골대를 향해 정면으로 서서 던지는 일반 슛과 달리 측면으로 90도 정도 틀어 서서 던지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지게 된다. 동네 농구하다가 훅슛으로 득점을 하게 되면 어쩌다 운 좋아 들어간 것으로 취급받는다. 전문용어로 뽀록이라고 한다.



드림쉐이크 (난이도 ★★★☆☆) 

'드림쉐이크'라는 말이 생겨난 것은 하킴 올라주원 때문이다. 포스트업 플레이에 있어서 페이크 동작을 기가 막히게 해서 상대 수비를 바보로 만들어 버린다. 수비 입장에서는 공격자가 좌, 우 어느 방향으로 돌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참고 영상에서도 당시 NBA 최고 센터로 꼽히는 선수 중 한 명인 데이비드 로빈슨을 피벗과 펌프 페이크를 섞어 속여버린다.



엘리웁덩크 (난이도 ★★★★★) 

일단, 일반인의 신체조건상 덩크를 한 다는 것부터가 넘사벽이다. 그런데, 정확한 점프 타이밍을 맞춰 공중에서 공과 만나 덩크를 꽂고 유유히 착지하는 장면을 동농에서 보는 것은 정말로 흔치 않은 일이다. 아니, 거의 볼 수 없다. 패스를 올려주는 팀 동료와의 호흡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높이와 체공시간이 함께 요구되는 점프력이 필수이다.






'마지막 승부' 이야기로 글의 마무리를 짓고자 한다.


극 중 장동건의 라이벌로 등장했던 손지창은 농구 천재로 불리는 인물로 그려지는데, 감독에게 자신이 3점 라인에서 180도 터닝슛(일명 '회오리슛')을 던지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감독이 놀라면서 묻는다.


 "정말 할 수 있음? 슛 성공률 몇 프로 가능?"

 "고글만 쓸 수 있다면 50% 쌉가능"


아무리 드라마에 몰입해 있었던 필자였지만, 이 장면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상황 설정과 농구 스킬이 어쩜 저렇게 동시에 비현실적일 수 있을까 생각하니 개그로 느껴졌었다.

제발 이런 건 '할 줄 안다'라고 하지 말자.


그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마지막 승부' OST를 리와인드해본다.




참고자료

- Youtube : LGsakers "마지막승부 손지창 선생님의 회전회오리슛 도전해보았읍니다"

- 브런치 : 농신 “슛 정의와 종류 Shooting definition

- WKBL : 농구 용어

- 스포츠한국TV 한국생활체육뉴스 "생활체육 참여 1순위 '축구 풋살'... 돈 있으면 '골프'"

- 동호인스포츠 :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생활스포츠는?"

- 서울특별시 공식홈페이지 : 미디어 서울인포그래픽스 "서울시민이 가장 좋아하는 생활체육 종목은?"

- KSPO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츠포츠정책과학원 연구자료 : "생활체육참여실태 2021년 국민생활체육조사"

- WordRow : "키킹 바이얼레이션"

- 네이버 블로그 : 전자랜드 공식블로그 "농구, 이것만 알면 된다! 왕초보를 위한 농구규칙 5"

- tstory : Nongble Nongble "Step Back Jumper 스탭 백 점퍼 #3 Basketball Skill"

- Youtube : 스포타임, 파파체육, GD's Highlights, SMG Holdings-, 목소리만 큰 코치, 급식백선생, 체요스쿨, Nongble Nongble, 농알멋, QUANTUM BASKETBALL_KR, GPNB, SKILL FACTORY, 전태풍 Taepoong Chon, CoshReoprt, 임원준 Wonjun Im, 농구 좋아하세요?, 농구를좋아하는여자YouTube, 스탭맨, 4 the Win



Main Photo : Ployker from Freepik




이전 06화 당신의 영어 생존력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