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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연재 Mar 01. 2020

팀 아이텔 속 '나'

외롭지만은 않아.

이번 주말은 집을 나서지 않았다.

부모님은 핸드폰 배터리 충전기를 새로 사신다고 마트 오픈 시간에 맞춰 외출하셨고, 난 몸살 때문에 무거운 몸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티비를 틀면 코로나 얘기에 몇백 명 단위로 추가되는 확진자 이야기만 나온다. 언론들의 반복되는 보도들이 심리적으로 더 압박을 가해온다.

점점 친구들과 만날 일들을 줄이고, 좋아했던 공연장, 미술관, 쇼핑몰 등에 발길을 끊은지도 오래라 나의 일상이 완전히 변해버렸다. 사회생활을 중단하면서 고립되었다. 여행 계획은 당연히 꿈도 못꾼다.

차라리 이렇게 고립돼야 하는 시기라면, 이 시기를 지혜롭게 잘 쓰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이 외출한 집안은 조용하고, 아직 쌀쌀한 날씨에 코로나 때문인지 왁자지껄 소리치며 노는 아이들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반강제적으로 나 스스로 격리한 상태이지만, 나를 위한 파스타 요리를 해보고 내가 좋아하는 티를 한 잔 내려서 밀린 책을 읽어본다. 얼마 전 구매한 마리아주 프레르의 임페리얼 웨딩 향이 참 달콤하다. 달달한 초콜렛 향과 은은한 꽃향기에 취하니 책이 더 잘 읽힌다.

그리고 며칠 전부터 찾아온 몸살을 조절하기 위해 약을 먹고 낮잠도 잔다. 정말이지 침대가 제일 안전한 곳인 건 부정할 수 없다.

우울한 낭만화가로 알려진 독일 작가 팀 아이텔의 시각으로 홀로 집에 있는 나를 보았다.

불안함은 멈추진 않지만 외롭진 않았다. 나를 위해 쏟을 수 있는 시간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팀 아이텔 작품 속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이 외로워 보인다는 것을 모르는 듯하다. 그들을 바라보는 제삼자인 관람객 혹은 우리가 그들을 외롭게 보는 것일 뿐. 그림 속 단절돼 보이는 개개인은 자신들이 놓인 상황에 몰입할 뿐 외로움의 무게에 치이는 느낌은 없다. 팀 아이텔의 그림을 본 많은 이들은 고독해 보인다고 하지만 그림 속 혼자의 세계에 있는 그들의 공간을 방해하고 싶을 정도는 아니다.


다가가다가 멈추고,

말을 걸까 하다 멈추고,

그냥 바라만 봐주는 게 

서로에게 민폐가 아닌 요즘 

자꾸만 눈에 아른거린다. 

팀 아이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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