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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부름 지나 Nov 26. 2023

불편할 때까지 상상하는 거야.

#2편. 삼디랩 창업가 정태웅



::: inside this episode :::

1. 사람들이 화난 거 같은 표정을 짓는 걸 본 적이 있어. 처음에는 저게 어떤 건지 했어.

 이제는 무슨 뜻인지 그때 알겠더라. 어른들은 몰입할 때, 살짝 표정이 화난 것처럼 보여.


2.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도 사실 되게 고통스러운 면이 많아. 하지만 난 자기에게 필요한 걸 좋아하는 것도 능력인 거 같아.  딱 봤을 때, 나랑 맞는다, 판단을 바로 내리고, 이 일에 몰두할 수 있는 능력이지.

 





안녕하세요.

< 어떤 그릇에 당신을 담을까요? > 유지나입니다.



아래 사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이번 편은 정태웅이 업으로 삼고 있는 일인데요. 이번 시리즈를 연재하며 빠질 수 없는 친구였습니다.


 경희대 캠퍼스타운에 입주한, '정태웅'의 외골격을 소개합니다.





Q. 전공은 뭐야?


전자공학과를 나왔지. 도움이 된다고 느끼는 건 10에 1번 정도 돼.  마이클 프로세서, 공학설계는 에이쁠인데, 확률 및 랜덤변수 같은 건 씨가 나올 정도로 차이가 났지. 현상의 근본적인 원리는 무엇일까, 골몰하는 게 좋아.



Q. 언제부터 취미를 판 건가


늘.

자석에 구리를 감으면, 발전기가 되나 싶어서 초등학교 오 학년 때 을지로 방산시장에 걸어갔던 기억이 나. 코일. 자석. 배터리. 거기 뒷골목에 가서, 그대로 만들어봤어. 잘은 안되더라고.


Q. 이거 되나? 에서 시작한 거네.


코일 건도 만들었는데, 알루미늄 판을 관통하는 데까지 가봤어. 그때는 쓰리디 프린트가 없어서, 파이프 넣고, 자르고 했어. 중학교대신, 검정고시를 보고 진짜 공방생활이 시작됐지.



Q. 학창 시절, 외부에 인정받은 성과도 있었어?


고등학교 때 에너지 절약정책이란 공모전에 나가 장려상을 받았어.. 태양광이 2년 정도 쓰면, 발전량으로 원금을 회수할 수 있거든. 여기까진 심사위원이 시쿤등하게 보더라. 그러다 이걸 “태양광 전세 발전”이라고 이름을 붙이겠다는, 발표를 했어.


그때부터 그분이 화가 난 표정을 짓는 거야. 처음에는 이게 무슨 영문인지 몰랐어.



Q. 화난 듯한 눈빛은 어떤 거였어.


그 후에 한번 더 본 적이 있거든. 대학에 와서, 우리 한참 코로나일 때, 학부 수업 중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들었는데, 기말대신 창작과제를 내주셨어. 그때 적외선 추적식 무인포탑을 만들었어. 교수님께서 ‘자극적인 맛이 있어야지.’라고 하시더라고. 근데 그때 봤어. 묘하게, 화난 거 같은 표정. 그걸 기억해.


그러곤 “너 모터 얼마짜리 썼냐. 연구실 오면 오천만 원짜리가 있다.” 하시며 학부 연구생을 추천하셨지. 그 이후로 알게 됐어. 화난 표정은 어른들이 진지해질 때 그래. 먹이를 노리는 사냥꾼의 눈빛.




Q. 정말 만들고 싶은 뭐야 그럼.


지금도 만들고 있는데. 8년 됐지. 외골격 만든 지. 엘리시움 영화 속 슈트를 좀 찾아보면 도움이 될 거야.

소화기를 든다 하면, 그 기구 무게를 기계가 힘을 더해 들어주는 거야. 관절의 역할을 대신해 주는 거지.


고등학교 때 학교에 진학해 야자시간에 매일 그림을 그렸어. 이걸 힘을 보조해 주면, 어떤 느낌일까, 그 느낌을 상상했어. 쓰리디 프린트로 만들었지. 그리고 센서를 달았고.

기계는 30만 원 정도 하고, 필라멘트 1킬로에 만 얼마 정도. 많이 들진 않았어. 하지만 용돈은 언제나 그런데 썼지. 실제 동작을 모사하고 알아서 작동하게 만드는 데까지 노력했지.

그리고 실제 착용 해보니까, 상상 이상이더라고. 되게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가재와 그의 취미는 닮아있다.



Q. 스스로 노력을 많이 투입하는 편이야?


나는 딱히 노력을 하진 않아. 대신된다는 걸 알아. 한국에서 입시 제도는, 오지선다잖아. 시간 내 못 풀면 찍고 넘어가야 하잖아. 그건 타임어택이야. 중학교 때 나는 자퇴하고, 내 마음 가는 대로 했잖아. 그 시절부터, 내가 문제가 있으면, 안 풀려도 포기하지 않아 왔어.

하지만 나는 이게 된다, 안된다가 보일 때면, 나는 되게 집요해. 되는 상상을 많이 해.  어떻게 될 거다도 보이고, 내가 고집을 부리는 이유는, 된다는 걸 알아서 그런 거야.




Q. 그렇게 오래 하는 비결이 뭐야?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지. 그렇지만, 사실 되게 고통스러운 면이 많아.

외골격은 보통 힘을 보조하기 위해, 옆에서 스위치를 눌러주거든. 내가 만든 건 손가락이랑 이두를 힘을 줄 때 보조해 주게 되어있어. 작동구조를 깨닫기까지 2달이 걸렸어. 굉장히 힘들었지. 방에서 새벽에 한두 시까지, 팔 움직이면서, 관절에 어떻게 끼울까. 어디에 힘줄까. 센싱을 어떻게 할까. 하루종일 고민하면서 시간을 보냈어.


하지만 난 자기에게 필요한 걸 좋아하는 것도 능력인 거 같아.

딱 봤을 때, 나랑 맞는다, 판단을 바로 내리고, 이 일에 몰두할 수 있는 능력이지.




Q. 지금 돈 버는 일이랑은 다르잖아.

특별한 계획, 운명에 따라 정해져 왔다고 느껴?


그건 아닌데, 이쪽으로 가도, 길이 있겠다 싶을 때가 많았어. 그럼 그냥 하는 편이지.

집에 혼자 오래 있으니까, 왕사슴벌레를 키웠지. 품종을 개량해서 키우다, 500마리까지 키웠어. 이때 근친교배가 되지 않게 하려고, 자연적 개체를 데려오려고 하다, 야시경을 만들어 봤던 거였고.



.


Q. 길이 있겠다는 언제 찾아와?


나는 선택할 때 나는 직관을 많이 써. 직관은 사고의 제약을 벗어날 수 있는 거 같아. 우리가 생각할 때는, 언어의 특성에 따라 하잖아. 하지만 직관은 그걸 벗어나. 뇌내물리회로 같은 거야. 언어중추를 거치지 않은 직관.



Q. 그 직관을 통해 어떤 생각을 자주 해?  


복잡한 건 복잡함 그대로 두자. 그게 본질인 거 같아. 본질은 말로 표현하기 너무 힘들어. 하지만 직관적으로 인지하고 있다면, 사용할 수 있어. 설명할 수 없어도.


우리 요약 좋아하잖아. 요약은 정보의 압축이야. 거기엔 손실이 따라. 가지치기로 정보를 없애는 거거든. 비슷한 정보만을 옮기면, 본질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해. 내 직관은, 정말 깊이 파고, 본질을 보려고 하는 태도야.

새로운 일로 옮길 때, 크게 설명할 수는 없어. 그때그때 달라. '저건 달라, 저게 좋아 보이는데.'가 이유지.






 Q. 가장 후회하는 일도 있어?


지난 8년 동안 했지만, 하나에 매진을 했다면, 지금쯤 낫지 않을까 생각도 들어. 내가 요즘 돈을 벌고 있는 건, 야투경을 만드는 일이거든. 사실 외골격도 사업이 될 거 같지만, 비용규모가 있어서 쳐다보지도 않아.


 Q. 포기하고 더 좋은 걸 얻은 걸 수도   


그건 모르지. 이렇게 하면 좋을 거 같다는 후회는 할 필요가 없다고 느껴. 지금 그거 한다고 달라지진 않잖아.


 


Q. 취미를 디깅 하는 걸 업으로 삼으려면.


@TREXARMS라는 사람 영상을 하나 보여줄게. 이 유튜브 본 지가 5년 됐나.

총을 잘 쏘길래 봤는데, 사업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게 내 방향성이 되겠구나 싶은 사람이 있어.


홀스터 만드는 방법, 처음엔 취미로 만든 거야. 전문가가 된 거야. 그러다 잘 팔린다 싶으니까 채용하고, 10명쯤 직원이 될 때 장비를 가지고 자동화를 하지. 차근차근 쌓아 올린 일이 참 중요하다는 느낌이 들어.


두 번째로, 마케팅에도 노련해. 권총집이 얼마나 단단한지, 궁금한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거야. 그런데, 그의 영상은 사격을 보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만든 홀스터를 등장시키니, 자연스럽게 노출이 느는 거지.

결국은 자기가 팔고 싶다 하는 게 아니라, 이거 멋지지 않니? 보여주면 된다는 거야.





.




태웅님의 외골격 시범이 최근에 올라왔는데요. 계속하는 힘이란 어떤 걸까요?



Comfort will kill you.


사실 좋아하는 일을 해도 생각보다 고되고, 외롭기도 하죠.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해요.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면, 버틸 이유가 없죠.



그럼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 찾냐고요?

강하게 끌리면, 단순히 그 직관에 맡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좋아한다는 걸

느낀 순간, 몰입해 버리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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