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의 끝

by 맛소금 반스푼

7년쯤 지났을 그 겨울

우연히 마주친 그 자리에서

목소리만 알아봤었어


집안의 영광을 지키기 위해

자신 혼자 희생하면 될 줄 알았던

착하고 순진했던 여자아이는


꿈을 꿀 여유도 없이 망가진 채로

아버지의 빈자리를 홀로 채우려

발버둥 치며 살아내고 있더라


추위에 얼어붙은 머릿속과

여전히 도울 수 없는 무력감이

온몸을 두드리며 못처럼 박혀


더 잘 살고 있어야 할 내가

더 행복하게 살아야 할 너를

보는 순간 울음도 안 나오더라


7년 전의 나였다면 울었을 거야

7년 전의 너였으면 웃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