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고요 Nov 25. 2021

일은 일이고 나는 나다

일과 내 자신을 분리하자

사회 초년생이라면 처음 일을 시작하면서 모두가 한 번 맞닥뜨릴만한 감정이 있다. 일을 하고 난 다음의 성취감과 뿌듯함이다. 아무것도 모르던 백지 상태에서 자신이 맡은 업무를 익혀가고 할당 받은 업무를 스스로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해내는 수준에 이르렀을 때 뒤따라오는 보상과 인정 그리고 크고 작은 성과들이 쌓여갈 때마다 내가 조금은 중요하고 유능해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일을 잘 해냈을 때의 성취와 인정이 직장 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수단이 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감 있게 일하는 것과 회사에서 일로써 자신이 중요한 존재임을 증명하기 위해 애쓰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일터에서 자신이 저지른 크고 작은 실수를 발견했을 때 가장 먼저 엄습하는 감정이 두려움이라면 자신이 일을 대하는 태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내가 한 일에서 실수를 발견했을 때는 문제를 교정하고 해결하는 데 온 신경을 쏟는 것이 적절한 반응이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또는 결과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은 '일이 곧 나'라는 착각에 빠졌을 때 강화된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일어나는 배경을 잘 살펴보면 그 곳에는 내가 한 일의 결과에 대해 비판하는 동료와 상사들 그리고 '일을 완벽하게 잘 해내는 나'의 평판과 지위의 손상을 걱정하는 마음이 있다. 즉, 일에 대한 비판을 나에 대한 비난으로 받아들이는 왜곡된 인식이 작용하는 것이다.


일과 자신을 동일시하면 외부의 자극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처음 하는 일을 차질 없이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없으며, 누구나 익숙해진 일을 하면서도 잦은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모든 문제는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발생되는 것도 아니기에 아무리 꼼꼼히 살피고 재차 확인해도 일을 완벽하게 해내기란 쉽지 않다. 사람이 하는 일은 자로 재듯 정확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일에 대한 타인의 평가를 지나치게 의식하거나 의미 부여하지 않아야 한다. 일에 대한 내 태도와 마음이 다른 사람의 말 한 마디로 쉽게 변하지 않도록 가볍게 듣고 넘겨 버리는 것이 좋다. 여러 말 중에서 스스로 판단했을 때 업무적으로 도움이 되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말만 골라 취해보자.


일은 내가 아니다. 일은 일이고 나는 나다. 일은 돈, 명예, 사회적 지위 등 내가 원하는 무엇을 얻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며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직장에서 일에 대한 타인의 말 한 마디가 감히 나의 영역을 침범하는 일이 없도록 사적으로 받아들이지 말자. 혹여나 일을 하다가 실수를 했거나 모자람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더라도 그것은 천천히 채워나가면 그만이다.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일터를 떠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일하자. 반드시 이 일이 아니더라도 더 잘 맞는 일,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자유로운 생각과 마음으로 일터에서 시간을 보내면 타인의 말 따위에는 초연해질 수 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