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활용법
몇주간 진행하던 중요한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하 이제 살겠다.
긴장을 놓자마자 몸살이 납니다. 정신력이 약한건가요?
구조역학
스트레스(stress)는 기계공학 용어입니다. 구조물에 힘이 가해지면, 그 외력에 반응하는 내부의 힘이 생깁니다. 이를 스트레스라고 하고 우리말로는 응하는 힘, 응력(應力)이라고 합니다.
신체반응
고대 인류는 야생에서 생존하기 위한 몇가지 능력을 진화시켜왔습니다. 그 중 하나가 코티솔(cortisol) 호르몬입니다. 코티솔이 분비되면 혈당이 증가하여 피가 뻑뻑해지고, 근육에 더 많은 피를 공급해서 신체 능력을 좋게 하며, 각성효과를 높여 예민한 감각을 유지하는 한편 염증에도 내성을 강화합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코티솔이 왜 필요한지 느껴지지요.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전투 상황(fight or flee)입니다. 상처가 나도 출혈이 느려지고 신체능력을 더 발휘해 잘 싸울 수 있도록, 몸을 싸움모드로 전환해줍니다.
현대화와 진화지체
그런데 몸이 따라 진화할 새도 없이 인간의 환경은 크게 바뀌어버렸습니다. 이젠 물리적 위협은 거의 없되 감정적 위협의 상황은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문제는, 야전의 위협이 사라지면 코티솔도 멈추지만, 정서적 위협은 가시적이지 않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코티솔이 계속 가짜 알람(false alarm)을 내면서 현대병이 생깁니다. 혈압이 높아지고, 식욕이 부진하여 불규칙하게 먹고 각성효과가 사라지지 않아 불면이 됩니다.
심리적 응력
19세기 탄생한 공학적 용어인 스트레스를, 20세기 중반에 심리학이 가져다 씁니다. 외부의 환경적 힘에 응해 생기는 인간 마음속 내력이니 적절한 차용입니다.
서두의 상황도 코티솔 반응입니다. 정신력이 약해진게 아니지요. 프로젝트라는 정서적 야수와의 싸움이 끝나고 경계가 해제됩니다. 그간 사용하던 면역력 부스트가 꺼지면서 무리했던 몸에 병이 온겁니다.
스타트업
일반 기업보다 훨씬 불확실성과 변화에 극심하게 노출된 스타트업입니다. 거기서 일하는 창업팀과 직원들은 매우 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특히 자원이 심각하게 제한된 상황에서, 제품/서비스의 가설과 시장적합도(market fit)를 확인하며 존재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서 적절한 HR적 조치는 신경쓸 겨를이 없을 경우가 많습니다. 상황은 인정되지만 바람직하지도 않지요.
다시 스트레스
중요한 점은 이겁니다.
스트레스는 능력치를 향상시킬 수도 있고,
사람을 서서히 망가뜨릴 수도 있는 내부의 힘이다.
다시 구조역학으로 가서 보겠습니다. 물질내의 응력, 스트레스는 (벡터도 아니고 텐서량이기 떄문에)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직관적으로 설명가능한 것만도 세가지입니다.
인장응력 (tensile stress)
압축응력 (compressive stress)
전단응력 (shear stress)
이 중 사람을 움추리게 하는 압축응력, 주변 사람 때문에 기운 빠지고 짜증 나는 전단응력은 소모적인 스트레스입니다. 기회가 되면 따로 다루겠습니다.
스트레스 부스터
우리는 성과를 위한 헌신과 자기 계발을 위한 텐션(tension)에서 나오는 인장 응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견딜만하고 건강한 스트레스를 기간 한정으로 발휘되는 호르몬 부스트로 활용하는겁니다. 일정 성과가 나면 잠시 이완하고 다시 텐션을 올리는 방식입니다.
내적인 성장과 고성과를 위해, 내가 스스로 부과하는 텐션에 의한 스트레스는 나쁘지 않다는 점, 오히려 능력치를 향상하여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자의 상황에 맞게 활용하면 좋을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