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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wny Taewon Kim Mar 01. 2022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Seven and half lessons about the brain

다행이다.

2006년입니다. 제가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를 쓸때만해도 뇌과학의 초창기였습니다. 뇌의 작동원리와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의 교점을 찾아 통합적 시각을 제공하는게 제 목표였지요.

그림이 더 안작아져서 부담스럽네요

당시 초창기라 글이 귀해 뇌과학 관련됐다 싶으면 엔간한 책은 다 읽었습니다. 심지어 최면이나 NLP(자연어처리 아님, neuro linguistic programming)까지 공부했습니다. 


책 적기 시작할때 중요한 한가지 영감이 매클린의 '3중뇌 이론'인데요. 생존의 뇌(간뇌), 감정의 뇌(변연계), 합리의 뇌(신피질)로 이뤄졌고 도마뱀의 뇌로부터 뇌가 진화했다는 이론입니다.  


글을 거의 다 적을무렵 왠지기분이 쎄헸습니다. 3중뇌 관련해 이런저런 책에서 인용은 되었는데 모두가 한가지 소스를 지향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3중뇌를 지지하는 별개의 독립적 실험이나 연구가 안보였습니다. 


원고는 곧 넘겨야하는데 뭔가 찜찜하고. 마침 온라인 친구 중 수련의가 있어 물어봤습니다. 해당하는 연구자나 논문 좀 알려줄수 있는지. 말은 완곡했지만 스탠스는 단호했습니다.

의학계에선 3중뇌와 관련한 아무런 증거를 갖고 있지 않다. 


머리가 띵했지요. 혹시 최신이론이라 학계에서 인정 안하는걸까. 살며시 확증편향의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답해준 분이 대학후배 뻘 되고, 온라인 찐친이어서 진심을 담아 답해줬을거라 믿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원고를 갈아 엎었지요. 그래서 3중뇌 관련한 내용을 다 걷어 내고, 비유체계로서의 도마뱀 뇌로 바꿔서 다시 썼습니다. '감정이 결정하고 합리는 설명한다'는 방식이었지요. 

Seven and half lessons about the brain

Lisa Feldman Barrett, 2020  


뇌과학이 여기까지 왔구나.

이 책 읽으며 감탄하고 또 감탄했습니다. 뇌세포의 구조와 쓸모를 바탕으로 뇌의 진화과정과 현재 작동원리를 깔끔하게 하나의 틀로 설명합니다.  


책 챕터 1부터 까는게 3중뇌입니다. 제목이 '뇌는 하나다. 셋 아니다'입니다. 몸집이 커지면서 뇌의 부피도 커지고 그 덕에 신피질이 늘어납니다. 인간은 더더욱 잉여로와서 유별나게 신피질이 큽니다. 하지만 이건 다르게 진화한거지 더 진화한건 아닙니다. 실제로 모든 동물은 발달단계를 모두 거치며 뇌가 발육한다고 합니다. 


책의 핵심은 알로스타시스(allostasis)입니다. 신체예산(body budget)이라는 뜻인데, 뇌의 유일한 기능입니다. 원시생물이 진화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신체의 자원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종이 살아남습니다. 따라서 뇌는 예측기계(prediction machine)으로 작동합니다. 결과로 효율이 떨어져도 생존에 유리한 쪽을 택하게 됩니다.  


가소성도 그러합니다. 결국 자주 동시발화되는 뉴런끼리의 연결을 효율적으로 하면 통신의 고속도로가 형성됩니다. 요점은, 인간의 뇌가 거의 백지상태로 생겨나 유아시절을 거치며 틀을 잡는다는 점입니다. 결과적으로 인간은 문화를 유전할 수 있게 되고 엄청난 진보를 이룹니다. 


하나 더 배운 점이 있습니다. 사회적 상호작용(social interaction)입니다. 신체예산의 효율적 사용이란 측면에서 남의 뇌를 이용하는게 상호작용의 한가지 용처일 수 있다는 점을 처음 생각하게 됐습니다. 저자의 견해론, 예컨대 성경도 과거 인류의 뇌를 빌려오는 기제로 여깁니다. 이게 팀웍, 외로움, 사랑에 대한 뉴런 수준의 온전한 설명같고, 설득력 있습니다. 


뇌의 대통합 이론같습니다. 감정, 가소성, 사회적 소통, 언어 등 모든걸 하나의 기제로 설명합니다. 만들어지는 뇌와 신체예산을 효과적으로 쓰는 예측기계인 뇌.  


책읽으면서 참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때 귀찮음 또는, 게으름, 또는 오만에 빠져 책을 초안대로 냈다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이불킥하면서 팔려진 책들을 몽조리 되사고 싶을지도 모르겠습니다.   


Inuit Points ★★★★★

제목은 좀 아쉽습니다. 다 읽고 나면 이해는 가지만, 절대 안 외워지는 제목입니다. 7개 강의와 도입 챕터를 반개로 쳐서 '7과 1/2의 뇌 강의'란 원제가 훨씬 직관적이지만 한국 시장에서 마케팅적으로 어렵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주 재미나게 읽었고, 개인적으로 공부도 되었고, 십수년전 아찔한 추억까지 생각나 즐거웠습니다. 별 다섯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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