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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wny Taewon Kim Apr 16. 2022

뉴맵

검무 한판을 본 기분입니다. 내용이 치밀하고, 치명적이지만, 그 문장은 사뭇 아름답습니다.  

Daniel Yergin, 2020 


리스트에 올려두고도, 두꺼워서 선뜻 손이 나가지 않던 책입니다. 지난 연말, 느닷없는 열정에 휩싸여 읽었습니다. 연도 바뀌는 다소의 여유와, 그 참엔 뭔지 거시적인 담론이 적절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너지. 

딱 이 한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근대사, 지정학이 얽힌 패권 지도를 그립니다. 예긴에게 펜은 칼입니다. 검무추듯 빛을 뿌리며 난마처럼 얽힌 현대정치의 스토리를 발라냅니다. 


왜 에너지인가

에너지는 산업과 생활에 밀착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편재하지요. 따라서 수요와 공급의 동선이 멀고 자연히 지정학이 개입합니다. 교역의 부피와 경제적 가치가 막대합니다. 공급 측은 나라가 부자가 되었다 거지꼴이 될만큼 부침이 심합니다. 수입 측은, 경제 외적 요소로 공급선이 끊어진다면 생존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됩니다.  


절대 1강

그래서 미국은 에너지를 중심으로 외교, 군사, 안보, 정치 전략을 구사합니다. 세계 최강의 미국이라도, 중동의 공급망에 감기가 걸리면 몸살이 납니다. 석유파동때 이미 겪었죠. 게다가 에너지 관점에선 spoil된 국민입니다. 따라서 이란을, 이라크를, 이집트를, 그리고 사우디를 필요에 따라 들었다 놨다 합니다. 그런데 미국에 자원복권이 또 터집니다. 셰일 가스죠. 이제 자급을 하고도 남을 만한 물량이 나오니 수출을 해야 가격과 자국 업체를 보전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젠 골치거리 이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압살할 수 있습니다. 중동의 경찰 역할은 안해도 되니까요. 바로 이 두 가지, LNG강매와 중동외면은 미국의 에너지 전략 전환에서 발생한 필연입니다. 그 선전대 노릇을 트럼프가 했을 뿐이죠.


2강자

미국에 러시아와 사우디를 더하면 에너지 3강국입니다. 이 중 러시아는 독특한 포지션입니다. 미-소 양강 체제에서 소비에트 연방이 공중분해 되고 역사의 뒷자리로 갈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본체 러시아는 석유와 천연가스로 다시 세계사의 전면에 등장합니다. 러시아의 특징은 유럽에 있고, 구소련 국가들이 인접해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미국과 대척점에서 플레이를 합니다. 서유럽에 공급을 하면서 정치적 카드로 쓰기도 하고, 태평양 건너 미국을 견제하기도 합니다. 중국의 낙하산 역할도 자처하고요. 그 관점에서 우크라이나를 때려잡으려 노력하고 있기도 하지요. (현 시점엔 이미 쳐들어 갔네요.)


3강 사우디와 중동

중동 이야기가 전 제일 재미있었습니다. 근대사의 역학관계를 명료하게 잘 설명했습니다. 이란이 중동에 그토록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는 처음 알았습니다. 이집트 나세르를 필두로, 사담 후세인, 요즘 이란과 사우디가 그토록 원하는 지향이 중동의 맹주란 점은 예긴을 읽고서야 깨달았습니다.  


(에너지) 장외 강자 

중국을 빼놓을 수 없죠. 중국은 에너지 생산국임에도 소비량이 능가하여 막대한 수입국입니다. 에너지 안보를 위해 파워 오브 시베리아와 말라카 딜레마의 타파를 염원합니다. 그래서 일대일로(BRI, belt and road initiative)를 들고 나와 패권야욕을 공식화 하지요. 


에너지 그 이후

하지만 현대사의 추동력이 석유였다면, 석유라는 축은 언젠가 중심역을 내놓게 됩니다. 지구 보호를 위한 탄소배출은 이제 인류의 현안이 되었으니까요. 책 말미는 에너지의 미래에 대해 다룹니다. 주로 자동차 신기술과 청정에너지 관련한 내용입니다. 


Inuit Points ★★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대니얼 예긴이란 사람의 식견도 놀랍지만, 필력에 두번 놀랍니다. 고급 매거진의 기획 기사를 읽듯, 생생하고 유연한 서두부터 몰입해 읽다보면 담론을 어루만지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제법 두꺼운 책인데,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연말 연시에 읽기 딱 좋았습니다. 한해 뿐 아니라 다가올 여러 해를 그려볼 수 있었으니까요. 별 넷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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