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공부할 땐, 책을 몰아 읽습니다. 책들간에 공통의 지향과 달라지는 결을 보며 그 주제에 입체적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NFT 레볼루션'에 이어, 두번째 NFT 책입니다.
Matt Fortnow and QuHarrison Terry, 2021
이 책은 놀랄만큼 지적입니다.
통상적으로 핫하게 뜨고 있는 주제의 초기 저술들은 대개 비슷합니다. 빨리 책 내려니 마음이 급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힘겹게 서술하다보니, 깊이보다는 넓이에 매달립니다. 넓이조차 무조건 넓지 않게 경계를 짓고 세계를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즉, 이 기술이 대체 뭔지, 다른 거랑 (혹은 그전이랑) 뭐가 다른지, 이걸로 뭘 할수 있는지 정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죠. 게다가, 높은 확률로 테키가 쓰기 때문에 미시적 설명과 정확성에 매몰되기도 합니다. 혹은 완전 담론으로 올라가 조감만 하다가 뜬구름잡다 마무리하기도 하죠.
성공여부와 별개로 이 책이 장한건, NFT의 가치는 무엇인가를 따져보려는 시도입니다. 가치평가의 탐구는 이책의 가장 빛나는 서술 두가지 중 하나입니다. 기존 수집품 시장의 문제점들, 위조와 소유이력(provenance) 증명이 안되는 단점을 보완하고, 추가로 블록체인의 장점인 탈중앙화와 스마트계약에 의한 영구한 로열티를 설명합니다.
이 지점에서 좀더 정세하게 가치를 따지고 평가하는 valuation까지 은근 기대했지만 아직은 역부족입니다. 가치요소를 궁구해보는 사고의 틀에서 멈췄습니다. 더 큰 아쉬움은, 본인들의 경험인, 수집품에 지나치게 포박된 결과, 미술품 중심으로 비유하고 설명하면서 NFT가 갖는 장점과 가치요소를 놓쳤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분석적인 접근 자체를 저는 높이 평가합니다. 이런 아이디어들이 충돌하고 뭉치면서 쓸모있는 사고의 틀이나 도구들이 생기니까 말입니다.
다른 한가지 인상적인 서술은, NFT의 역사에서 미래까지라는 통시적 관점을 시도했다는 점입니다. 뒤샹과 앤디 워홀의 전복적 사고에서 비롯된 현대 예술품의 디지털 버전으로 NFT를 상정하고 점과 점을 연결합니다. 따라서 미래는 수집품을 지나 메타버스, 담보불가(non-bankable) 자산, 디지털 지갑으로서 NFT로 무게 중심이 옮겨 가리라는 예측을 합니다.
이상은 제가 발견한 책의 미덕이지만, 분량상으로는 NFT 거래의 매뉴얼인 반정도 차지합니다. 거래 트는 방법, 민팅하는 방법, 구매하고 파는 방법을 상세히 설명합니다.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겠지만 NFT가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공부하는 입장에선 훌훌 넘길 내용이기도 합니다.
Inuit Points ★★★☆☆
민팅 따라하기를 제외하면, 내용은 적절한 난이도와 제 구미에 딱 맞는 생각의 무게를 지니고 있습니다. NFT 관련해 딱 한권을 읽는다면 이것으로 족하지 않을까 생각도 듭니다. 별 셋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