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받지 마세요. 세금 나와요!

1. (1) 제3편 나쁜 돈 과세, 좋은 돈 비과세, 정의는 살아있다.

by TaxWiki

1. 변하지 않는 원칙 (1)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 제3편


나쁜 돈도 소득이다.


과일가게 아주머니를 통해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을 설명해 드렸습니다. 과일가게 아주머니는 앓는 소리를 하시긴 했지만, 성실하게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시는 선량한 시민 중 한 명이죠. 여기 선량한 시민이 아니라 법을 어기면서 돈을 벌려고 했던 한 범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고 어떻게 세금을 매길지 생각해 보시죠.


(주)순수한나라의 주주들이 새로운 대표이사로 '이완용'씨를 선임했습니다. 이완용 씨는 일본 유학파 출신의 엘리트였죠. (주)순수한나라 주주들은 일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가 회사의 가치를 상승시켜 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주주들의 기대와 달리 회사의 경영상황은 계속 나빠져 갔습니다. 알고 보니 대표이사는 업무시간에 회삿돈을 횡령하여 개인적으로 유흥과 골프를 치며 경영은 뒷전이었고, 업자들로부터는 수억 원의 뇌물을 챙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화가 난 주주들은 이완용 씨를 해임하고, 뇌물과 횡령에 대해서 고발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완용은 감옥에 가게 되었습니다.


기가 막힌 사연이지만, 주변에서 한 번쯤 들어봄직한 이야기입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했을 뿐, 실제 회사를 다니다 보면 비슷한 사건사고가 늘 발생하기 마련이죠. 푼 돈에 목숨 걸었다가 일생을 노력해 얻은 연봉과 평판을 한순간에 잃어버리는 어리석은 행동을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이완용이 받은 뇌물과 횡령액은 형사처벌로 끝날까요? 아닙니다. 국세청은 이완용에게 뇌물과 횡령금액에 대해서 소득세를 부과합니다. 나쁜 돈도 돈이니 소득이 생겼기 때문이죠.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으니, 이완용의 뇌물과 횡령에는 당연히 세금이 붙습니다. 대법원의 아주 유식한 표현 한 번 보실게요.


대법원 1983. 10. 25. 선고 81누136 판결
‘과세소득은 경제적 측면에서 보아 현실로 이득을 지배·관리하면서 이를 향수하고 있으면 충분하고 그 소득을 반드시 적법·유효하게 얻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


꼭 적법하게 벌어야만 세금을 매길 수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나쁘게 번 나쁜 돈도 세금 매길 수 있다고 하네요. 정의는 살아있군요. 그런데 이때 이완용 씨가 울면서 한마디 합니다.


억울합니다. 아무리 제 죄가 나쁘지만, 저는 이미 뇌물로 받은 돈을 모두 국가에 추징당했습니다. 이제는 뇌물로 받은 돈이 한 푼도 남지 않았는데 무슨 수로 세금을 내라는 말입니까? 이건 너무하지 않나요?


그렇군요. 번 돈에서 쓴 돈을 뺀 남은 돈이 소득이라고 했는데, 이완용이 뇌물로 '번 돈'에서 나라에 추징되어 '쓴 돈'을 빼면 '남은 돈'이 0원이랍니다. 소득이 없네요. 실제로 우리나라 형법에는 범죄 수익에 대해서 몰수나 추징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뇌물을 받았다가 국가에 몰수되면 경제적 이익이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죠. 당연히 국가에 몰수나 추징이 되었다면 세금은 없습니다. 또 대법원의 아주 유식한 표현 한 번 보실게요.


대법원 2015. 7. 16. 선고 2014두5514 전원합의체 판결
‘뇌물 등의 범죄에서 몰수나 추징이 이루어졌다면 후발적 경정청구를 통해 과거 성립하였던 납세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말이 좀 어렵죠. '경정청구'라는 것은 세금 환급신청입니다. 즉, 뇌물을 국가에 추징당했다면 그로 인해 납부했던 소득세는 환급받으면 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뇌물이 아니라 횡령은 조금 해석이 다릅니다. 아래 판결문 보시고 무슨 사건인지 한 번 추리해 보시죠.


대법원 2024. 6. 17. 선고 2021두35346 판결
‘횡령금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국가에 의한 몰수․추징의 대상이 되지 않고... 형사재판에서 피해법인에 횡령금 상당액을 지급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위법소득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포기하는 대신 양형상의 이익이라는 무형의 이익을 얻기 위한 행위이므로, 이 점에서도 위법소득에 내재되어 있던 경제적 이익의 상실 가능성이 현실화되어 그 소득이 종국적으로 실현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 판결은 여러분들 다 아시는 세월호 사건의 당사자 세모그룹 유대균 씨 사건입니다. 유 씨는 횡령 혐의로 징역까지 살았는데요, 횡령금을 반환하였는데 종합소득세 11억 3천여만 원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니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어요. 고등법원은 이 의견이 맞다고 유 씨의 손을 들어주었죠. 그런데 대법원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횡령금 반환은 ‘감형’을 얻어내기 위해 지급하는 대가로 본 것이죠. 몰수나 추징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한 것인지. '소득을 반환한 것이 아니라, 얻은 소득으로 감형을 샀다'는 논리로 정의를 구현해 버렸습니다.


나쁜 돈은 반드시 과세된다 점 잊지 마세요.



좋은 돈은 소득이 아니라 꿈과 희망이다.


‘로또 5만 원 당첨됐어! 바꾸러 가야지.’ 주변에 종종 볼 수 있는 일입니다. 물론 저에게는 잘 생기지 않는 일이지만요. 로또에는 세금이 부과될까요? 우연한 소득이지만 소득은 소득이니 세금이 부과되어야 맞겠죠? 그런데 5천 원 당첨된 사람이 로또 가게에서 당첨권을 내밀면 그대로 5천 원을 다 주죠.


2023년 이전까지 이 금액의 한도가 5만 원이었는데, 법이 개정되어 200만 원까지는 세금이 없습니다. 등수로 치면 예전에는 로또 4등(5만 원)까지 세금이 없었는데, 이제는 3등까지는 세금이 없는 것이죠.


로또 1, 2등의 당첨자가 회당 약 100명 내외이고, 3등부터 5등까지 당첨자가 백만 명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대부분의 로또 당첨자에게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인데, 소액인 경우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이웃 나라 일본은 복권 당첨금에 과세하지 않아요. 그 이유가 굉장히 낭만적입니다. ‘서민의 꿈에는 세금을 매길 수 없다’라는 것이죠. 우리나라도 대부분의 당첨자들에게는 과세하지 않고, 고액의 당첨자들에게만 부과하니 어쩌면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면서도 서민의 꿈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 일본의 낭만적 입장을 어느 정도 취한 중간 입장을 보이고 있네요.


그럼 1, 2등은 얼마나 세금을 떼냐고요? 3억 원을 기준으로 낮은 금액은 22%, 높은 금액은 33%로 세금을 부과합니다. 일시적 행운이기 때문에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등과 같은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정해진 세율에 따라 원천징수(세금을 떼고 지급하는 제도)로 세금 납부는 끝이 납니다.


따라서 만약 로또 1등 10억 원에 당첨되어 농협에 가시면, 당첨금은 33%인 3.3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6.7억 원을 통장에 입금해 드릴 겁니다. 그걸로 세금 납부는 끝난 것이죠. 다른 종합소득과 같이 다음 해 5월에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하는 등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33%가 좀 아깝긴 하지만, 그래도 당첨되고 싶네요.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이 있죠.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서 4년 동안 땀과 노력을 쏟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나가서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질 때가 많습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펜싱 결승전에서 박상영 선수가 숨 가쁜 호흡을 가다듬으며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를 외치며 연속 5 득점이라는 기적적인 역전을 만들어 낸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실제로 당시 박 선수는 올림픽 1년 전에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엄청난 위기를 이겨내고 금메달을 거머쥐었죠. 1년 전 중상을 입은 부상자가 1년 뒤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 얼마나 힘들고 극한 노력이 있었을지 상상하기도 어렵네요.


2024년 파리올림픽을 기준으로 금메달리스트들은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월 100만 원의 연금을 받을 수도 있고, 7천8백만 원을 일시로 받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는 세금이 붙지 않습니다. 국가를 위해 흘린 땀과 노력에 대한 보상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이죠.


이처럼 국가를 위해서 희생하는 대가에 대해서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제도는 더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의무복무를 하고 있는 군인 장병들의 월급이죠. 군 장병들은 젊은 청춘을 희생하면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만큼 그 희생의 대가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입니다. 비슷한 제도로 국가유공자분들께 지급되는 보훈 급여, 전직 대통령께서 받으시는 연금 등에 대해서도 세금을 부과하지 않아요. 국위선양을 위한 노력에 대해서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제도는 개인적으로 참 잘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분들의 땀과 노력은 사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것이잖아요.


국위선양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분들이 많아질수록
우리나라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는 것이니,
그분들의 땀과 노력의 보상에는
세금보다는 박수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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