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보훈해봄
대학원 첫 문화예술경영 전공인의 밤 축제에서 무대에 사회자로 올라 건넨 인사가 기억난다. “문화예술경영 전공 문화기획자로서 나는 내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고 또한 만날 수 있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 였다. 지난 주말 역시 같은 공간과 시간을 함께 즐겼다.
한국인에게 축제는 오랜 역사 속에서 두레 문화와 깊은 연관을 맺으며, 공동체의 정신을 대변하는 중요한 문화적 행사였다. 그러나 최근 상업화된 축제들이 사람 수를 성공의 잣대로 삼으면서, 그 본래의 의미와 따뜻한 사람 냄새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대노 북페스타는 상업적 틀을 벗어나 공동체와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한 소박하면서도 깊은 감동을 전하는 축제로 첫선을 보여줬다.
지난 6월 21일(토)과 22일(일), 동해시 어달항 아침햇살 정원에서는 ‘2025 어대노 북 페스타’와 ‘북 콘서트’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도심의 소음에서 한걸음 벗어난 바닷가 공간에서, 무더위와 장마 예보를 뚫고 찾아온 청소년 가족들과 지역 주민들의 열띤 참여 속에 따뜻하고 뜻깊은 시간을 만들었다.
‘어대노’는 동해시 어촌활력증진지원 시범 사업지인 어달, 대진, 노봉 세 마을의 앞 글자를 딴 이름이다. 이번 축제는 주민과 예술가, 청소년, 그리고 문화기획자가 함께 준비한 공동체 중심 프로그램으로 기획되었다. 특히 인기가수 위주의 라인업을 지양하고, 편지 쓰기, 북 토크, 동해시민합창단, 해변 노래학교, 노을 요가 등 지역의 삶과 정서에 닿는 참여형 콘텐츠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첫째 날 북 페스타에서는 권세춘 해군 중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청소년 가족 편지 쓰기 캠페인을 시작으로, 작가와의 대화, 동해시민합창단의 무대, 글 풍년 콘서트가 이어졌고, 60건이 넘는 편지가 현장에서 접수되어 목표치를 두 배 이상 넘기는 성과를 냈다. 특히 해군 제1함대 사령부 곽광섭 사령관이 방문해 낭송해 준 양광모 시인의 '멈추지 마라'는 동해 수평선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멋진 시간이었다. 화려한 문체보다 일상의 담백한 언어로 삶의 정서를 노래하는 이 시를 감상한 자리에 참석한 오종식 동해문화원장은 "건강한 목소리로 마지막 "소절, 태풍 불어도 거친 동해 바다로 나아가라!"를 낭송할 때 눈물이 글썽이기도 했다. 곽 사령관의 우렁찬 목소리를 오래 기억하고 권세춘 해군중사의 공익수호 정신이 동해시민의 정신으로 승화되길 바란다."라고 했다.
멈추지 마라_ 양광모
비가 와도
가야 할 곳이 있는
새는 하늘을 날고
눈이 쌓여도
가야 할 곳이 있는
사슴은 산을 오른다
길이 멀어도
가야 할 곳이 있는
달팽이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길이 막혀도
가야 할 곳이 있는
연어는 물결을 거슬러 오른다
인생이란 작은 배
그대 가야 할 곳이 있다면
태풍 불어도 거친 동해 바다로 나아가라!
둘째 날 열린 북 콘서트는 지역 해군 가족의 구술사를 담은 책을 중심으로 북 토크가 진행되었으며, 이후 열린 ‘해변 노래학교’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노래를 배우고 함께 무대를 채우는 진귀한 장면도 연출됐다. 세대를 잇고, 기억을 잇고, 지역의 목소리를 모아 함께 부른 이 노래는 ‘관객’이 아닌 ‘참여자’로서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순간을 만들어냈다.
주관은 동해시와 협동조합 문화발전소 공감이 맡았으며, 해양수산부, 강원특별자치도, 건축공간연구원, 국가보훈부, 동해문화원이 함께 후원 및 협력 기관으로 참여해 민관이 함께 만드는 축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이번 '어대노 북 페스타' 어떠셨나요? 질문을 던지면서 2차 사업을 준비하려 한다. ‘작지만 깊은 축제’, ‘함께 만들고 함께 감동하는 문화행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기록됐으면 좋겠다. 도시 외곽의 작은 항구에서 시작된 '이야기'와 '노래'가 앞으로 어떤 바다로 퍼져나갈지 기대된다. 어대노 북 페스타는 7월과 8월 다양한 주제로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부대행사, 축하무대, 사진_공감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