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지역N문화
무대에 오를 때마다 느끼는 긴장감은 언제나 새롭다. 하지만 최근은 조금 달랐다. 투명한 단상 위, 내 손에 익숙한 마이크 옆으로 자리한 작은 스피커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사회자 전용 모니터 스피커였다. 무대 위 연주자나 가수가 아닌, 사회자를 위해 설치된 그 스피커를 보는 순간, 왠지 모를 감동이 밀려왔다.
30년 동안 수많은 마이크를 잡아왔지만, 이렇게 ‘사회자 귀’를 배려한 음향을 만난 것은 최근이 처음이다. 사회자는 종종 홀로 선다. 연주자와 관객 사이에서, 시공간의 흐름을 잇는 다리로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중심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그 소리는 때때로 무대의 울림에 묻히고, 자신이 내는 목소리가 어떤 울림으로 전해 지는지조차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 미세한 불편함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 누군가가, ‘사회자도 무대의 일부’라는 생각으로 이 작은 스피커를 두었을 것이다.
최근 여러차례 동해문화예술회관 무대에 설 기회가 있었다. 음향감독은 그 ‘보이지 않는 배려’를 실천했다. 사회자까지 배려하는 그의 마음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함께 잘 들리게 하려는’ 공동체의 철학이자, 공연예술의 본질을 되살리는 감성이다. 스피커 하나에 담긴 이타적 마음이 무대의 품격을 높이고, 음악의 울림을 더 따뜻하게 만든다.
특히 기억나는 시간은 지난 10월 23일 저녁, “동해 메아리 색소폰 정기연주회”였다. 동해의 찬가 앵콜로 관객의 마음을 울렸다. 그 뒤편, 사회자의 목소리까지 또렷이 들리게 해 준 그 스피커는, 조용히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모두가 함께 빛나는 무대가 진짜 예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