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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지역N문화

10월의 마지막 날, 우리가 기다리는 노래

36. 지역N문화

by 조연섭

오늘은 10월 31일, 분주했던 문화의 달 10월의 마지막날이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각 공연장의 라이브 선곡이나 라디오와 카페에서는 어김없이 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흘러나올 것은 분명하다.


신기한 일이다. 서양에서는 이날을 ‘핼러윈’으로 떠들썩하게 보내지만, 한국에서는 유독 이 노래 한 곡이 ‘10월의 마지막 밤’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방송 DJ가 직업이었던 나 역시 직접 겪는 일이기도 하다. 수십 년이 지났어도, 세대를 구분하지 않고 다 함께 이 노래를 찾아 듣는 것은 이제 우리만의 특별한 문화이자 ‘가을맞이 의식’처럼 느껴진다. 지난 30일 저녁에도 멋진 연주가 있었다. 가수 이미자 세션밴드가 참여한 라온 색소폰 밴드 정기연주회에서도 이연교 지휘자의 지휘로 10월의 마지막 밤을 연주했다.

이 노래가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힘은 아마 가사 그 자체에 있다고 생각된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이라는 첫 소절은, 노래가 스스로 “바로 오늘, 나를 들어야 해요!” 라고 우리에게 말을 거는 것 같다. 10월 31일이 되면 우리가 노래를 찾는 게 아니라, 노래가 우리를 불러내는 셈이다. 덕분에 ‘잊혀진 계절’은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시작되는 이 계절의 경계선을 알려주는 ‘알람’ 같은 존재가 되었다.


또 하나, 이 노래는 우리 마음속의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잊혀진 옛사랑의 아련함만이 전부가 아니고 이 노래를 들으면 왠지 모르게 조금은 외롭고 쓸쓸함도 아름답게 비추는 가을, 조금은 낭만적이었던 아날로그 시대의 감성이 함께 밀려온다.


모든것이 빠르고, 화려하고, 자극적인 요즘 시대에, 1년에 단 하루, 이 노래와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10월의 마지막 밤은 채지형 여행작가가 최근 출간한 동해 이야기, '언제라도 동해'에 등장하는 느리게 변하는 도시 '묵호'와 닮았다. 조금 느리게, 조금 아련하게 지난 시간을 돌아볼 여유를 선물 받는 기분이다.


결국 ‘10월의 마지막 밤’에 우리가 이 노래를 듣는 것은, “아, 또 한 해의 가을이 이렇게 가는구나” 하고 계절의 흐름을 느끼고, 그 속에서 바쁘게 살아온 나 자신과 내 곁의 사람들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오늘 밤, 어디선가 이 노래의 익숙한 전주가 흘러나온다면, 잠시 귀 기울여보자. 각자의 ‘잊혀진 계절’을 추억하고, 또 한 해의 가을을 잘 보내고 있음을 확인하는, 우리만의 따뜻한 의식에 동참해 보는 것은 어떨까?


라온색소폰 ‘잊혀진 계절‘ 맛보기, 촬영•편집_ 조연섭
라온색소폰밴드(202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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