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지역N문화_ 추억의 어달콩쿨 성료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울려 퍼진 합창 속에 어촌 재생의 해법이 있었다
강원특별자치도 동쪽나라 어달마을, 파도 소리가 일상인 이 작은 어촌에서 지난 7일, 특별한 주민화합한마당이 열렸다. ‘청춘악단과 함께하는 추억의 어달 콩쿨’. 제목만 들으면 흔한 마을 행사 같지만, 그 안을 깊이 오래 들여다보면 고령화와 공동체 해체로 신음하는 우리 어촌이 찾아낸 하나의 답이 보인다.
오후 주민들은 도착하기 시작했고, 오후 1시 50분, OX 퀴즈대회로 시작된 행사장은 금세 웃음으로 가득 찼다. “고기어, 달달이 어달의 이름이다?” “어달 서낭제는 통장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 마을 특산물은?” 주민들은 자신의 마을 이야기를 퀴즈로 풀며 기억을 되살렸다. 그저 스쳐 지나가던 마을의 역사가, 이날만큼은 함께 나누는 이야기가 되었다.
무대 위에는 청춘악단의 추억소환 명곡 퍼레이드, 70대 어르신과 10대 청소년이 나란히 섰다. 동해 메아리 색소폰앙상블의 중후한 선율 뒤로 마중물 밴드의 젊은 에너지가 이어졌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렬한 리듬이 가을 바다를 흔들 때, 객석의 할머니들은 손주 또래 연주자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 풍경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하다. 요즘 어디서 세대가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가.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음악을 듣는 시대, 어달마을은 ‘함께 부르는 노래’를 선택했다. 청춘악단이 연주한 ‘갈대의 순정’과 ‘처녀 뱃사공’은 어르신들의 청춘을, 그리고 젊은이들에게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시간을 전했다.
행사를 기획한 문화발전소 공감의 한지숙 사무국장은 “고생한 주민과 마을관리봉사대 어벤저스를 격려하고 세대가 함께 노래하며 마을 이야기와 삶을 공유하는 것”이 이 행사의 핵심이라고 했다. 실로 정확한 진단이다. 1년간 마을을 이끈 ‘어달 어벤저스 봉사단’이라는 이름도 재치 있지만, 주민 실천 리더 중심의 어르신으로 봉사단을 꾸렸다는 사실이 더 의미 있다.
주민 대합창 ‘우리의 어달’로 막을 내린 피날레는 압권이었다. 청춘악단, 전 출연진, 그리고 마을 주민이 한 목소리로 노래했다. 가수들과 아마추어도 아닌, 그저 이 마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합창. 바다의 파도 소리와 섞인 황진이 대합창 그 노랫소리는, 어쩌면 어촌 재생의 가장 아름다운 방법론이 아니었을까.
해양수산부가 지원하고 동해시, 협동조합 문화발전소 공감이 주관한 “2025년 어촌활력증진지원 시범사업”에서 어대노(어달•대진•노봉) 마을이 최우수 성과를 거둔 비결은 하드웨어도 중요했지만 소프트웨어, 시설이 아닌 로컬리티의 힘인 사람, 지원금이 아닌 공감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어촌은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젊은이는 떠나고, 배는 점점 줄어든다. 그러나 어달마을은 보여주었다. 노래 한 곡, 축제 하나가 마을을 다시 살릴 수 있다는 것을. 함께 부르는 노래가 있는 한, 공동체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공동체가 함께한 어달의 합창이 다른 어촌 마을에도 울려 퍼지길 기대해 본다.
사진_ 문화발전소 공감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