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이제 끝났어, 60년 '인호수산'의 마지막 명태

30. 문화기획자의 동해실험실

by 조연섭

[현장] 볕 좋던 명당 가로막은 건물들… 묵호 덕장마을 6 가구서 5 가구로

- 60년 전통 지켜온 신경훈·조인호 부부의 눈물 "지금은 그저 막막하다"


1월 28일 오전, 강원도 동해시 묵호진동 덕장마을을 방문했다. 덕장마을 중심에 산복도로를 가로질러 자리 잡은 인호수산 신경훈(71, 여) 씨가 덕장에 마지막명태를 내걸고 있다. 지난 60년 세월, 겨울이면 으레 해오던 익숙한 몸짓이다. 하지만 곁에서 지켜보던 남편 조인호(72, 남) 씨의 표정은 예전 같지 않다.

명태 걸린 묵호 덕장마을, 사진_ 조연섭

해발 80m 언덕에서 불어오는 한겨울 칼바람이 부부의 거친 손등을 스쳤다. 이날은 부부의 평생직장이자 삶의 터전이었던 '인호수산'이 마지막 명태를 거는 날이었다.

"오늘이 진짜 마지막이네요. 영감 이름 걸고 한 게 벌써 60년인데… 참 오래도 했어요."


아내 신 씨의 손이 잠시 허공에 멈췄다. 한 마리 한 마리 꿰어 덕장에 걸던 그 손이 텅 빈 기둥을 쓸어내렸다. 수백만 마리의 명태를 묵호의 바람에 맡겨온 손이었다.

남편 이름 딴 '인호수산', 서울서 온 부부의 60년 인호수산은 묵호 덕장마을의 터줏대감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부부는 동해로 내려와 2대에 걸쳐 60년간 이곳에서 명태를 말렸다. 묵호 덕장 역사의 산증인이다. 간판에 적힌 '인호'는 남편 조인호 씨의 이름이다. 남편의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이기에, 아내 신경훈 씨는 누구보다 깐깐하게 명태를 골라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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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CU]대학원 문화예술경영 전공, 활동분야_ 문화기획, 연출, 감독, 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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