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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섭 Aug 20. 2023

‘오카리나’로 행복한 우리 동네!

77. 브런치스토리 매거진 글소풍

오카리나, 마음을 치유하는 악기

오카리나 소리는 새소리같이 맑고, 우아하며 따뜻하다. 부드러운 울림소리는 잔잔하게 불어오는 바람 소리와도 같아 다른 악기에서는 느낄 수 없는 긴 여운을 남긴다. <오카리나는 마음을 치유하는 악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단체사진, 사진_김형철

오카리나는 평소 주부들이 취미로 배우는 단순한 악기의 하나로 인식해 왔다. 그 작은 악기가 사람을 만나고 지도자의 역량, 연주자의 노력에 따라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춤추게 하는 등 군중을 휘어잡는 힘을 발휘한다. 오카리나를 배운 사람들이 발표를 하는 날 대표의 초청으로 진행자가 됐다. 평소 음악을 좋아한 필자로는 반가운 일이고 어쩌다 보니 지역 오카리나 발표는 전속 MC가 됐다. 강원특별자치도 동해, 삼척지역에서 오카리나가 활성화된 중심에는 훌륭한 지도자 한 사람이 있다. 공직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인생 2막을 악기 연주 강사로 나선 심재춘 선생님이다. 팬플룻을 연주하는 사진 주인공이 바로 지도자 심재춘 선생님이다.

팬플룻 심재춘, 사진_김형철
오카리나 발표회 현장

동해와 삼척에서 교육받은 제자만 해도 동아리 축제를 개최할 만큼 저변을 확대한 지도자다. 평소 꼼꼼한 성격의 탁월한 기획력으로 매번 행사가 깔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을 발표회를 시작으로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캐럴송 콘서트까지 매년 4회 이상의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또 지도력을 인정받아 강원문화재단 실버마이크 공모사업에 선정돼 도 내 순회공연을 가진 바 있고 지역 문화재단 공모사업도 다수 운영하고 있다. 지역은 윈드 오카리나 앙상블, 노블레스 오카리나 연주단, 동해 실버 오카리나, 하늘소리 오카리나, 키움 팬플룻 등 심선생이 지도한 동아리들이 있다. 오늘도 이들 동아리가 총 출동하는 오카리나로 행복한 우리 동네 발표회가 있는 날 묵호 수변공원 상설무대 현장이다.

마무리 곡, 아리랑마치, 사진_조연섭

행사 시작 한참 전부터 도착한 출연진들은 더 멋진 무대를 위한 실전 같은 리허설이 한창이다. 이들 동아리는 문화원, 평생학습관, 노인복지관 프로그램 참여자로 구성됐다. 대부분 멤버들은 직장이나 공무원 퇴직자들로 인생 2막을 즐기는 분들이다. 공연순서가 담긴 리후렛만 봐도 이미 무대가 그려진다. 선곡도 그렇고 지역 동아리를 고루고루 무대에 세워 공동체의 관심과 문화를 통한 소통, 회복 등을 고민한 흔적도 보이고 또 시니어와 실버 등 참여로 세대가 동행하는 모습도 특징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지역이 수평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모델로 세대 간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중요성을 잘 녹여낸 프로그램으로 평가된다.

오카리나와 만나는 행복한 우리 동네 사진
사진_ 김형철 사진작가

예산 탓보다는 동호인 중심으로 지역사회를 돌아보며 지역의 생활문화를 생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날공연은 윈드 오카리나 앙상블 7중주의 <오카리나 폴카>로 시작해 동해 노인 종합복지관의 실버예술 오카리나, 동해문화원 노블레스 오카리나 <아침의 나라에서>, 키움 팬플룻 <엘콘도 파사>, 특별출연 낭만 통기타 칼립소 <아름다운 사람>, 하늘소리 오카리나 <사랑의 와이파이>, 심재춘 선생의 에어로폰 솔로 <누구 없소>, 정소영 오카리나 솔로 <도요새의 여행>과 마지막 순서는 이리랑 마치와 휘파람 합주다. 80여 명의 출연자 모두가 연주에 참여하고 2절은 출연진 모두 무대를 내려와 원형 대형으로 돌면서 <오카리나와 만나는 행복한 우리 동네>를 마쳤다.

아리랑마치, 사진_조연섭

다음은 기획, 연출, 지도를 담당한 심재춘 선생께 몇 가지 질문을 드렸다.

Q_오카리나의 매력이나 장점은 무엇인가?

다른 악기보다 좀 더 수월하게 빨리 배울 수 있다. 배우는 재미가 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다른 악기는 일정 수준에 오르기까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오카리나는 비교적 연주가 쉬운 편이다. 음색이 순하고 호흡을 쓰는 악기라 서 마음을 풀어주는 요소도 있다. 우울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말 못 할 마음을 오카리나에 대고 말하듯 연주하니까 표정도 밝아지는 면도 있다.

Q_오카리나를 배우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다른 악기도 마찬가지이지만 오카리나도 깊이 들어가면 어렵다. 현악기를 하다가 관악기를 해서일까. 혀를 쓰는 기술을 터득하는 것이 어려웠다. 텅잉이라는 기술이 있는데, 텅잉 기술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표현은 물론 음색까지도 달라진다. 그것을 익히는 것이 힘들다.

텅잉_관악기를 불 때 혀끝으로 소리를 끊으며 연주하는 기법이다.
Q_오카리나를 잘 연주하는 비법?

<욕심을 버려야 한 다.>는 답이다.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Q_우리나라 최초의 오카리나 공연은?

그동안 한국에 오카리나가 처음 알려진 계기가 1980년대 KBS에서 방영한 일본 NHK제작의 다큐멘터리 "대황하"를 통해서라고 알려져 있었다. 대황하 다큐멘터리의 OST를 일본의 오카리나 연주자인 노무라 소지로가 담당하면서 방송을 통해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오카리나 연주와 소리가 전파되었지만, 이것이 한국에 오카리나 처음 알려진 계기는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오래전에 이미 오카리나는 한국에서 연주되고 있었다. 기록 상으로 가장 오래된 것은, 다음과 같다.

최초 오카리나 연주 1931.6.20
연희전문학교 황재경, 만하의 장미

1931년 6월 21일 자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연회전문학교학생회 주최 학예부후원의 제1회 예술강연회가 20일 저녁 8시에 열릴 예정인데(20일 낮에 미리 기사가 쓰이고, 21일에 신문을 발간. 그 사이에 공연이 열린 것으로 이해하면 될듯하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 "황재경"이란 사람이 <만하의 장미>란 곡을 오카리나로 독주를 하기로 되어있다.

1931년 6월 21일자 동아일보 기사
잉카문명이 빚은 '영혼의 관악기'

하늘에서 들려오는 휘파람 소리일까, 한없이 맑고 영롱하다. 슬프면서도 따뜻하고 소박한 색깔, 자기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젖어든다. 풀밭에 앉아 있으면 금세라도 풀벌레가 날아들 것 같은 무공해 선율. 사막과 초원의 어느 곳에선가 들려오는 <영혼의 소리>, 인간의 감정을 그대로 전하는 순수함을 지닌 오카리나는 잉카문명이 빚은 영혼의 관악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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