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27. 기획자가 답하다. 묵호 논골담길
가슴 설레는 곳, 묵호!
고요한 마을의 모습과 애처로운 가로등, 그런 풍경 속에 흩날리는 .. 그 아름다운 묵호 모습을 담는다.
묵호의 바람은 시간에 따라, 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다. 떠난 이들의 야속한 바람, 머문 이들의 고마운 바람, 찾아올 이들의 희망의 바람. 그 바람의 중심에는 묵호가 다시 꿈꿀 수 있는 아이들의 소망도 담겨 있다.
묵호는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불야성의 시대에 흥청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배고픔의 고통을 참아야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들은 묵호항어판장과 어시장에 쓰레기통에 버려진 오징어 내장(이까여리)을 뒤져야만 했다.
시장에 버려진 배추 잎을 주워 오징어 내장과 함께 끓여 먹으며 배고픔을 참아야만 했다. 그리고 묵호항역 적탄장에서 임항철로에 떨어진 가루탄을 훔쳐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다락방 자취생은 주인이 끓여 먹던 5원짜리 라면 냄새를 맡으며 허기진 배를 움켜잡아야만 했다.
국내 최대 무연탄 수출항!
묵호는 항구도시로 팽창하면서 석탄과 시멘트 수송을 위한 화주와 외항선원들 그리고 원근해 오징어잡이를 위한 선원들과 지역주민들이 뒤엉켜 그들에 의해 형성된 어업 전진기지며 국내 최대 무연탄 수출항!
묵호는 석탄과 시멘트 수송, 원근해 오징어잡이를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인간파시를 이뤘다. 이들이 삶의 무대로 한 묵호항과 묵호언덕, 묵호항역, 시가지는 그들의 흔적과 이야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묵호오징어 하고 소리치면 우는 아이도 울음을 뚝 그칠 정도로 묵호오징어는 그 맛이 뛰어났다. 이 오징어가 햄버거로 길들여져 요즘 턱관절이 약해지면서 국민들의 간식거리에서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묵호사람들은 오징어를 반 말린 피데기 상태에서 상품으로 내놓으면서 인기를 회복하고 있다. 쫀득한 묵호피데기는 마른오징어의 명성을 대신하며 전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묵호의 언덕길은 모두 하늘을 향해 있다. 논골, 산제골, 게구석, 돗제비골, 덕장길, 해맞이길, 까막바위 등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안묵호 언덕길. 이 길은 가파르지만 19601970년대 배고픈 시절 묵호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실어 날랐다.
세상 곳곳 숱한 길가의 벽과 담장에는 어디에나 누군가 기억하지 않아도 시간의 한때를 살고 간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런 사람들의 흔적을 남긴다는 것은 그래서 한마을과 세상과 삶을 사랑하고자 하는 따스한 사랑과 의지의 표현이 된다.
강원도 동해 묵호는 다른 장소에서 잘 느끼지 못하는 작은 마을에서 풍겨오는 정겨움이 바다 내음과 함께 사람들을 따스하게 어루만져 주는 곳이다.
동해 북쪽 바닷가 마을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소박한 어촌마을 묵호는 등대와 저녁 불빛들이 하나둘씩 켜지면서 환해지는 풍경이 아름답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시간, 묵호항 마을에 하나둘씩 들어오는 저녁 불빛 풍경은 길 위에 선 모든 순례자에게 마지막 기항지 같은 숨결을 느끼기에 충분한 풍경이다.
희망을 안고 묵호항으로 향하던 한 배에서 바라본 웃지 못할 추억의 야경 일화도 구전으로 전해온다. 이 작은 시골 마을에 불을 밝히는 높은 빌딩들이 즐비 한가였다. 날 새고 본 묵호의 모습은 빌딩이 아니라 몇 평 남짓한 판자촌 모습이었다.
별빛이 내린 묵호와 논골담길의 밤을 좋아하시는 공일오비 객원 싱어 조성민씨 외 여러분을 위해 야경 사진과 이야기를 브런치로 기록합니다.
Q. 묵호와 논골담길 야경이 너무 좋아요
조성민_ 공일오비 객원 가수
사진_ 조성중 (여행작가, 책방 잔잔하게 대표)
임인선_ 사진작가
글_ ‘바다와 유목문화’ 연재 기사 일부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