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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섭 Dec 17. 2023

사람 냄새나는 여기는 죽서루길 64번지!

55. 매거진 동쪽여행

사람 냄새나는 여기는 죽서루길 64번지!
공식 포스터
연극장면, 사진_조연섭

진눈깨비가 오락가락하는 삼척 가람 지역날씨다. 사람 냄새나는 관동팔경 제1루 <죽서루길_64> 연극 공연이 올려지는 가람 삼척문화예술회관 공연장을 찾았다. 연극은 15일과 16일 저녁 양일간 올려졌다. 제가 방문한 날은 15일 저녁이다. 지역출신 연출가 작품이라 기대가 크다. 생각보다 관객도 많다. 모처럼 문화생활이다. 연극도 보고 광역 재단 평가 심부름도 함께하는 퇴근 후 일정이다. 일명 넉넉하고 여유 있는 최고의 ‘행복지수 높은 알바’다. 강원특별자치도 영동남부 마을 삼척 중심으로 활동하는 극단 ‘신예’의 최신작품으로 2023년 마지막 겨울공연이다.

시작전 객석을 채우는 시민들, 사진_조연섭

흐린 함석지붕에 낡은 빨랫줄, 마루 밑에 흩어진 신발, 마당에 떨어진 낙엽은 계절을 말한다. 소박한 다가구 주택에서 삼척을 고향으로 펼쳐지는 가족과 친지 주변의 삶과 이야기 연극 <죽서루길 64> 무대 모습이다. 지역 출신 연극인이자 연출가인 김상덕 씨가 연출을 맡은 연극이다. 울기도 웃기도 하는 우리의 삶을 코믹하고 유쾌한 작품으로 가족이 함께 봐도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게 작업한 이 연극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십 년 만에 삼척으로 돌아온 선우와 엄마는 과거를 잊지 못한 보이지 않는 갈등으로 무겁고 어색하다. 필리핀에서 온 다니엘(봉수)의 코믹한 반말과 삼척언어 최 씨와 언성은 높아진다. 은빈은 삼척을 떠나려 선우와 말리는 숙모에게 현실로 졸라 보지만 쉽지 않다. 정든 사람, 아픈 기억을 안고 떠나야 했던 사람, 희망이 없다고 떠나려 했던 사람, 맘에 들어 정착하려는 사람, 타국에서 건너와 이곳을 철없이 즐기는 사람, 떠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팡질팡 사람이 있는 이곳은 사람 냄새 넘치는 죽서루길 64번지’ 다.

특히 등장인물 중 외국에서 돌아온 봉수를 코믹 캐릭터로 등장시켜 삼척 언어를 사용하는 최 씨와 반말 등 코믹하고 엉뚱한 구봉수 연기는 연극의 하이라이트로 지역성 삼척과 사람 냄새나는 죽서루 모습을 잘 표현됐다는 평가다. 또 청년들이 가족문제, 직장문제 등으로 떠나려는 고향 삼척 청년의 모습과 갈등으로 고향을 떠났다 돌아왔지만 풀지 못하는 관계, 고향을 지켜오면서 성공한 부모 이야기는 청년문제의 심각성과 사회적 문제를 생각해 보게 한다.

집 떠나 10년 만에 돌아온 삼척 청년 선우와 엄마를 보면서 생각해 본다. 물론 정답은 아니지만 청년참여연대 회원을 대상으로 청년들의 고민과 한국사회의 문제,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해 물었던 청소년이 생각하는 우리 사회들의 문제에 대한 답변이다.

청년들의 최대 고민 취업

청년들이 요즘 가장 고민하는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절반의 응답자가 ‘취업’이라고 답했다. 학생들은 “오랜 구직활동으로 인한 자존감 하락과 사회적 관계의 결여가 심각하다”라고 그 이유를 밝히며, “주변친구들과 경쟁하고 비교하면서 열등감이나 패배감을 느낀다. 뒤처지는 것 같아서 불안하다”라고 토로했다. “주택, 출산, 등록금, 취직 모두 돈과 결부된 문제”라는 이야기에서 결국 모든 고민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열심히 노력해도 별로 나아질 것 같지 않은 미래 앞에 청년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어릴 때부터 어른이 된 지금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경쟁에 지쳐있다. 그리고 공허하다. “기어코 명문대에 들어가고 정규직이 되어도 채워지지 않는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발버둥 칠 뿐, 삶은 공허하기만 하다”라고 그들은 말한다.

그러면 청년들은 자신들의 삶이 이토록 고단한 이유를 어디에서 찾고 있을까? 다수의 청년들은 “소득 양극화와 사회안전망의 부재 때문“이라고 응답했다.‘신자유주의’라는 어려운 말을 쓰지 않아도 사회안전망이 해체되고, 임금이 하락하면서 먹고살기 힘들어졌다는 것은 대다수가 삶으로 느끼는 문제다. 지금의 20~30대들은 어린이 · 청소년 시절에 IMF외환위기를 겪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가속화된 소득양극화는 부모들의 삶만 파괴한 것이 아니다. 청년들은 “좋은 일자리를 얻으려면 단순히 노력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금전적 여유가 필요하다. 기본적인 스펙을 쌓는 데도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간다. 부모님의 경제적 사정에 따라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라고 말한다. 대학에 입학하는 것부터 외국어/해외연수 등 스펙을 쌓는 것, 취업에 작용하는 인맥을 만드는 것 등은 청년들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다.

혹시 이 연극은 낮은 출산율로 인한 노동인구의 부족,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과 세대 갈등, 저출산·고령화와 청년문제 심각성과 해결 움직임이 안 보이는 등 연극에서 보여준 삼척 배경의 이야기 “떠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팡질팡 하는 사람이 서 있는 죽서루길 64번지“ 이야기의 숨겨진 문제는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나가는 말

사람 냄새나는 관동팔경 제1루 죽서루를 통해 고향을 지키며 고된 작업을 이겨내며 긴 세월 극단을 지켜온 김상덕 연극 연출가와 선우댁/전서영, 은빈역/김은빈, 선우역/최민석, 나봉수역/김정인, 정아역/임정아, 최 씨 역 /최동호를 비롯한 배우 모두의 열정과 열공 흔적을 보여준 연극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도 지속적인 작품을 통해 강원문화재단 상주공연단체로 지정된 전문성과 활발한 활동을 응원한다. 국보 지정을 눈앞에 둔 관동팔경 제1경으로 손꼽히는 보물로 주변 오십천과 함께 명승 제28호로 지정될 정도로 절경을 자랑하는 죽서루(죽서루길 63)의 정신과 가치를 오래 간직하는 삼척연극, 유니크한 삼척의 봄은 평화의 봄 죽서루길 64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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