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연섭 Feb 07. 2024

[10인 10색] 첫눈 추억을 소환하는 시간!

119. 매거진 글소풍

입춘이 지난 2월 온통 하얀 세상 눈잔치는 이어집니다. 첫눈의 기억 둘째 추억 소환입니다. 첫째 소환 '펄 펄 눈이 옵니다'는 필자의 추억이 소한됐다면 둘째는 10명의 지인들이 기억하는 첫눈 추억을 책 읽는 기분의 단문 인터뷰로 소환해 봅니다.

논골담길 설경, 사진_조연섭

• 홍근_ 전 동해지방해양수산청장

첫눈의 기억 첫 순서는 공직에서 전문가적 소양을 위해 박사학위를 취득 한 해양항만전문가로 동해해수청장을 역임한 홍근 전 청장입니다.

때는 1990년 1월 초 동해지방해양수산청 과장 보임을 하고 며칠 된 날 흰 눈이 소복소복 쌓이고 있었어요. 집도 들에도 온통 눈으로 쌓이기 시작했어요. 아주 아름다운 고향 풍경이었죠. 두타산이며 청옥산이며 모든 산천이 흰 눈으로 변해가고 있었지요. 너무 많이 내려 교통통제가 될 것 같아 직원들을 일찍 퇴근토록 조치하고 집에 왔는데 그날저녁 갑자기 부친이 돌아가셨어요. 다음날 전국에서 문상오시는 분들이 그다음 날도 눈이 계속 내려 고속버스 안에서 승용차 안에서 대관령 2차선 고속도로에 갇혀 12시간씩 고생하다 문상도 못하고 다시 고속도로에서 서울 등지로 돌아가기도 했었지요.

폭설로 고속도로에 갇혀 12시간 사투!

눈은 1미터 정도 쌓였고 도로변 차량은 눈에 덮여 보이지 않을 정도였어요. 즐겁게 보이든 눈이  밉기까지 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에요. 도로의 눈은 차량통행으로 다져져서 제설장비로도 치울 수없이 얼어 시내도로가 통제되고 버스도 겨우 다니고  직원들은 출근을 걸어서 다니고 눈은 대형장비로 굴착하여 눈을 뜯어낸다음 제설장비로 제거하는 진풍경이었답니다. 눈은 내릴 때는 시상이  떠오르지만 내린 다음은 교통마비 낙상 따른 부상 등으로 일반생활에 많은 지장을 초래하기도 하는 단점도 있습니다.

눈 오면 전 학년 토끼사냥!

1960년 초 어린 저는 겨울이 되면 형님들이 타시든 일제 스케이트를 타기 위해 전천강 얼음 위로 가서 큰 스케이트 속에 빈 양말을 밀어 넣고 스케이트를 탔지요. 눈이 내리면 군인들이 눈으로 원처럼 링을 만들어 경기장처럼 타기도 했고요. 주변에 어묵국물을 팔기도 하고요. 스케이트 타다 넘어져서 다치기도 하고 눈이 온날은 더욱더 옷을 버려서 엄마에게 혼도 나기도 했죠. 어릴 때 추억은 눈이 오는 논밭으로 들판으로 뛰어놀던 생각이 그리워지곤 한답니다. •

우리가 국민학교 때는 겨울이 되고 눈이 내리면 그 다음다음날 선생님들의 인솔하에 청옥산 입구 쪽으로 4학년이상 전원이 토끼 사냥을 갑니다. 산중턱에서 아래로 뛰어다니면 토끼는 갈길을 잃고 잡히게 되지요. 토끼는 선생님들께서 가져가시고 우리는 하루를 즐기는 것이지요. 눈이 오면 솔방울이랑 나무가 젖어 학교 난방이 어려워 기차역 주변 무연탄을 가져와 주먹탄을 만들어 난로를 피우던 추억도 있습니다.


• 전경애_ 시인

시인이자 꾀꼬리 같은 목소리의 시낭송가로 널리 알려진 분이며 사회적 문화활동도 활발한 분이시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겨울 방학을 하고 시내에 있는 묵호 극장에서 영화를 한 편 보고 나왔는데 세상이 온통 눈 세상으로 변해있었다. 무릎까지 쌓인 눈은 집으로 오는 길을 막아서 교통 두절이 되었다. 남편과 택시를 기다리며 조금씩 걷다가 걷다가 오지 않는 택시를 포기하고 망상까지 두 시간 눈길을 헤치며 걸어왔다.

겨울 나목이 흰옷을 걸치고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모습들이 숲 전령사처럼 아름다워 보였다. 오늘처럼 산골에 눈이 쌓이면 그 시간이 가장 추억처럼 그리워진다. 그럴 때는 추억을 소환하여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에 발자국을 내어 보기도 하고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에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한계령을 위한 연가> 시를 읊어 보기도 한다. ^^


• 홍도영_ 교사

소녀 같은 감성으로 수많은 책 프로그램으로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는 선생님이십니다.

딸아이가 어린 시절 우린 태백에 살았어요. 태백엔 겨울 내내 눈이 많아서 두꺼운 김장봉투에 담요를 깔고 아이를 넣어주면 훌륭한 비닐 썰매가 만들어졌습니다. 인도에 내려앉은 눈을 쓸어 모아놓은 눈더미는 간이 눈썰매장이 되었고요. 목적지가 없어도 길 떠나기 좋았던 태백의 겨울! 내 아이의 유년시절은 그리 하얗고 즐거웠습니다.


• 최은자_ 전 초등학교 교장

초등학교 교장 재직시절 교내 시설 환경과 학생 프로그램의 창의적인 프로그램 개발과 보급으로 유명했던 선생님이시다.

하얀 눈!

우리 어린 시절 겨울엔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다.

담장 너머 쌓인 눈을 밟고 학교 가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4학년?

하굣길에 1학년 동생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오후 내내  눈 쌓인 (속초) 시청 마당에서 뒹굴고, 눈사람 만들고, 눈싸움하고 해 질 녘 다 늦은 저녁이 되어(요즘처럼 방수가 되는 장갑도, 옷도 없던 시절이라 벙어리장갑도 털옷도 흠뻑 젖어) 집으로 들어갔고 나는 손가락에 동상이 걸렸었다. 동상의 비법이라고 엄마는 물에 불린 생콩을 입으로 씹어 동상 걸린 내손에 붙여주셨고... 기적처럼 빨갛게 부풀어 올라있던 내손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야단을 칠만도 한데...

엄마는 빨갛게 언 내손을 따뜻하게 잡아주셨고 그 비리디 비린 생콩을 씹어 붙여주셨다. 하얀 눈이 내리는 날이면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동생 꾀어 흰 눈과  한 덩어리 되어 뒹굴던 정말 철없이 무모했던 내 모습과 두 손 꽁꽁 얼어 동상이 되었던 내손에 생콩을 씹어 내손에 붙여 주시던 엄마의 젊으셨던 모습이 클로즈업된다. (지금도 그렇지만 난 참 엉뚱한 구석이 은근히 많다) 흰 눈 내리는 오늘 하늘에서 엄만

날 내려다보시고 계실까?


• 임웅수_대한민국농악연합회 이사장

한국민속예술축제 연출자로 대통령상을 연속 4회 수상하는 경력의 민속 문화유산 연출자이며 지도자시다.

전기 없던 옛날

흐린 호롱불이 너울너울

창호지 위에서 춤추던 시절

동네  친구와 밤이 짙어지는 줄 모르고

찐 고구마에 동치미 사이에 두고

도란도란 담소 나누다가

귀가의 아쉬움을  달래며

친구집을 나설 때

신발 두 켤레 위에 소복이 쌓인 흰 눈

가로등 하나 없는 시골길에

달빛 품은 흰 눈이 나의 귀갓길을 밝혀 주었다

칠흑 같은 겨울밤

온 마을에 하얗게 빛을 주는 흰 눈

청량한 겨울밤공기를 넘어

작게 들려오는 건너 마을 누렁이  짖는 소리

지금도 그리워지는 유년시절 내 동네

어머니의 품처럼 늘 그리운 고향마을

지금도 흰 눈은 환하게 나의 기억을 비춰주고 있다.


• 이정애_ 경영학 박사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 중소기업청 경영컨설턴트로 유명한 박사다.

강원도 속초댁은 하얀 눈에 대한 추억이 많쵸. 눈이 너무너무 많이 와서 치워도 치워도 안되어서 눈만 오면 아버지께서 문에 가마니를 달아 못을 박아서 문을 보호해야 할 정도로.. 요즘은 저가 자랄 때처럼 눈은 그렇게 많이 안 오는 거 같아요. 온실가스가 너무 많아서 그런 건지. 일단 공기가 옛날보다는 안 좋은 거 맞죠?


• 나팔박_ 연주자 및 가수

절친 가수 박상철과 KBS 6시 내 고향으로 전국을 누볐던 나팔수 나팔박입니다.

어렸을 적 고향은 겨울에 눈이 정말 많이 내렸습니다. 어렸을 적엔 눈 오는 것 자체가 좋았는데 조금 커서는 눈이 정말 싫었습니다. 왜 나면 집마당은 물론이지만 동네사람들이 한 집에 한 명씩 큰 길가에 눈을 직접 쳐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버지 일찍 돌아가시고 형도 서울 가고 중학교부터 제가 남자로 가장 이었으니 당연 제가 눈 치우러 나가야 했으니까요. 우리 양리 1반 구간은 4킬로 정도였으니 하루 종일도 못 칠 때가 많았습니다.


• 정희정_ 가수

대학가요제에서 내가 좋아하는 화가를 부른 가수 정희정입니다.

강여고 시험 보러 오는 날 눈이 내 키만큼 와서 기차역까지 겨우 갔고 기차도 눈 때문에 연착돼서 강릉 학교에 12시쯤 도착했더니 그때까지 못 온 학생들 때문에 시험시간도 연기하고 다들 기다리고 있어서 겨우 시험 치고 고등학교 입학한 기억이 문득 떠오릅니다.


• 설증남_ 문화관광해설사

평소 글쓰기와 특징 있는 해설로 인기 있는 해설사 중의 한분으로 특히 동해 사랑이 크신 분이다.

1990년으로 기억합니다. 그해 8월에 생애첫차 르망을 구입해 그해겨울 크리스마스에 아들들 데리고 자연농원 눈썰매장 다녀오는 길이었어요. 옛 고속도로 장태산에서 장평 내려오는 길에서 미끄러지며 차가 지그재그로 밀리며 죽을뻔한 기억이 납니다. 너무도 위험한 상황에도 젊었다는 이유로 용기 있게 두려움 없이 앞지르기로 왔던 기억이 생각납니다. 얻은 교훈은 눈길은 안전운전입니다.


• 김종문_ 전 동해부시장

2011년과 2012년 눈이 연속 며칠 내려 산더미 같은 망상리조트와 오토캠핑장 눈 제설작업이 생각납니다. 전 시설 이용불가에도 눈 속의 캠핑을 즐기고자 고집하던 외지관광객의 설득 또한 힘들었던 기억입니다. 어찌 보면 그때 여행자들의 말처럼 눈 그 자체가 그립고, 신나는 광경이라 생각되기도 해요. 우리가 눈 속의 노천온천을 상상하면 기분 좋아지는 것처럼 지금 생각해 보면  눈 자체가 관광상품인데 왜 그랬을까?  지금 그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 아마 기후위기 대응 프로그램의 하나로 <망상리조트 폭설여행> 등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폭설과 일출의 조화
나가는 말

드라마 같은 눈의 일생을 통해 기억 속의 첫눈 추억을 소환해 봤습니다. 당시는 대부분 마을마다 눈이 많이 내린 공통점이 있고 여유와 낭만보다 불편사항해소가 우선인 분위기로 당시 사회상이 눈 추억으로 읽히는 순간입니다. 온 대지를 하얗게 수놓아 하얀 나라를 만든 눈 추억은 첫눈 내리는 날 음악다방에서 혹은 포장마차에서, 혹은 역 앞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사랑을 키워간 동화 속 이야기 같은 추억에서부터 높은 산을 덮은 눈은 다시 녹아 물이 되는 등 대 자연의 생명 지키기와 순환을 돕는 소중한 생명이자 계절이 만들어내는 과학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회교육의 완성 ‘나의 브랜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