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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섭 Aug 30. 2024

맨발 걷기와 자연이 주는 경외감!

93. 맨발 걷기

오늘도 해변을 걸었다. 신발 신고 걷기 13년, 해변 맨발 걷기 284일째, 이 일상은 이제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매일 아침 맑은 공기를 마시며 해변을 거닐고, 파도의 리듬에 맞춰 발걸음을 옮기는 시간은 나에게 고요한 위안이 된다. 오늘 아침, 내가 찾은 동해 한섬해변은 평소와는 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파도가 높고 거칠었다. 분명히 일본 열도를 향해 다가온 '사상 최강' 태풍 산산의 영향일 것이다.


태풍 산산은 일본 열도를 강타하며 225만 명의 사람들이 피난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이 숫자는 통계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225만 명의 개개인, 가족, 그리고 그들의 삶이 있다. 그들이 안전하게 상황을 벗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자연의 위력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무력했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내가 해변을 걷는 이유는 자연의 거대한 힘을 인정하고 동해는 평온할 것을 기대하며, 그 안에서 작은 평화를 찾기 위함이다. 바람이 거세지고, 파도가 높아질수록 나는 더욱 겸허한 마음으로 자연을 마주한다. 인간은 자연을 통제할 수 없으며, 오히려 자연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오늘 아침의 거친 파도가 나에게 상기시켜 주었다.


그렇기에 오늘의 걸음은 평소보다 더욱 특별했다. 태풍의 위협이 느껴지는 바람 속에서도 나는 평소와 같이 맨발로 모래를 밟으며 걷는다. 그것은 자연과 나 자신 사이의 대화를 의미한다. 바람이 내 몸을 스치고, 파도가 해변을 덮어오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평소와는 다른 감각을 느낀다. 그것은 불안감이 아닌, 자연이 주는 경외감이다.


진행 중인 동해의 자랑, 보 민속 삼화 '보역새놀이' 야학, 주말 '망상농악운동회', 다음 주 북평오일장 '위크앤드 달빛포차' 등 행사가 줄줄이 기다린다. 모두가 안전하길 바란다. 그리고 이번 태풍이 지나간 후, 그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오늘 나는 태풍의 소식과 거친 파도 속에서도 작은 평화를 찾았다. 그것은 우리가 아무리 작은 존재일지라도 자연 속에서 우리의 자리를 찾고, 그 안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내일도 나는 해변을 걸을 것이다. 자연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그 안에서 작은 평화를 찾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임을 깨달았다.

높은 파도의 행복한섬, 사진_ 조연섭
동해 행복한섬에서 바라본 아침 배, 사진_ 조연섭
90대 고령 맨발러, 사진_조연섭
생존신고, 셀카
줄지어 걷는 동해의 맨발러들, 사진_ 조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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