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글로 걷는 맨발 걷기
맨발 걷기와 배고픔 잊는 몸의 균형
‘건강하면 배고픔을 모른다’는 말이 있다. 몸이 균형을 이루고 있을 때, 우리가 자주 느끼는 배고픔이라는 신호도 덜 느낄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는 1년 동안 맨발 걷기를 실천하면서 이 말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아침마다 동해의 바닷길을 따라 맨발로 걷는 시간이 쌓일수록 내 몸은 더 가벼워지고, 식욕이라는 신호가 예전처럼 날 괴롭히지 않았다.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맨발 걷기는 발바닥의 신경을 자극해 혈액순환을 활발하게 한다. 발바닥에 집중된 자극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면 혈류가 개선되고, 그 덕에 소화 기능을 포함한 여러 신체 시스템도 원활해진다. 이렇게 몸 안의 흐름이 잘 맞춰지면 신체가 굳이 과도한 에너지를 요구하지 않게 된다. 자연스럽게 불필요한 배고픔도 덜 느끼게 되는 것이다.
또한 걷기는 호르몬의 균형을 맞추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우리가 걷는 동안 몸에서는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되고, 식욕을 조절하는 렙틴과 그렐린 같은 호르몬의 조화가 이루어진다. 과거에는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음식을 찾던 나였지만, 이제는 맨발로 땅을 디디며 걷는 동안 내 몸이 정확히 필요로 하는 에너지만 요구하는 것을 느낀다.
무엇보다도, 맨발로 자연을 걸을 때 우리는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대지를 맨발로 느낀다는 것은 신체 운동은 물론 나 자신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경험이다. 스트레스가 점차 사라지면서, 더 이상 음식이 위안이 되지 않는다. 걷기로 인해 줄어든 스트레스 덕에 불필요한 심리적 배고픔도 잦아들었다. 나의 몸은 나의 마음과 함께 스스로를 돌보고 있었다.
맨발 걷기는 몸과 마음의 연결을 강화한다. 발바닥으로 직접 땅을 느끼며 걷다 보면, 나는 나의 몸에 더 집중하게 된다. 바닥의 차가운 돌, 따뜻한 모래,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을 느끼며 내 몸이 진정으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게 된다. 그렇게 내 몸은 더 이상 쓸데없는 배고픔에 휘둘리지 않게 된다. 그것이 바로 건강해진다는 것, 몸의 균형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1년 동안 맨발 걷기를 해오며 나는 이 같은 변화를 몸소 경험했다. 몸의 자연스러운 에너지 흐름이 균형을 찾을 때, 배고픔마저 자연스럽게 조절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맨발로 걷는 이 작은 습관이 내게 준 선물은, 단순히 신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내면의 평안과도 이어져 있다. 건강해진 나의 몸은 이제 더 이상 과도한 욕구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필요한 것만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