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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섭 Dec 05. 2024

400년 전통의 숨결, '원수산제'와 보존의지

54. Magazine_ news

400년 전통의 숨결, 원수산제와 보존의지, 전통과 현대를 잇는 문화유산의 미래

세종특별자치시의 한적한 산 중턱, 해발 295m 높이의 원수산, 이곳은 마을 공동체의 오랜 염원과 전통이 깃든 '원수산제당'이 자리 잡고 있다. '원수산제'는 일반 산신제가 아니라, 돌림병이라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탄생한 마을 주민들의 집단적 지혜와 신앙이 집약된 의례다. 40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원수산제는 지역 주민들의 삶과 염원을 이어오며, 전통의 맥을 잇고 있다.


400여 년 전, 양화리와 진의리 마을은 이름 모를 돌림병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었다. 주민들은 느티나무 아래 모여 이 고통을 나누며 하늘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 한 스님과 도인이 지나가며 “원수산에 산제당을 세우고 제를 올리면 염원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절망 속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찾은 주민들은 곧바로 제관을 선출하고 산제당을 세워 산신제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마을의 병환은 사라졌고 평화가 찾아왔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전설이 아니라, 공동체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신앙적 염원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던 역사적 사례로 남아 있다.


2004년 3월 9일, 원수산제는 세종특별자치시의 향토유적 제45호로 지정되었다. 특히, 산제당과 함께 전해지는 계문서 자료는 이 의례가 단순한 민속적 전통이 아닌, 체계적으로 기록된 고유한 문화적, 역사적, 학술적 가치를 지녔음을 증명한다. 계문서에는 제관 선출 방식과 의례 절차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 한국 민속학과 종교학, 역사학의 귀중한 연구 자료로 평가받는다. 이는 지역 공동체 신앙의 집합적 기억을 구체적으로 복원할 수 있는 소중한 단서다.


현대적 계승과 보존을 위한 노력, 임웅수 회장과 김예진 무녀의 비전

하지만 전통은 단순히 보존한다고 유지되지 않는다. 세대와 시대의 변화 속에서 전통은 그 의미를 재해석하고 현대적 가치를 찾아야만 한다. 원수산제 보존회의 임웅수 회장과 김예진 무녀는 이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다. 그는 원수산제가 민속 신앙으로 잊히지 않고, 현대인의 삶 속에서 다시금 가치를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임 회장은 “원수산제는 우리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과 유대감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중요한 문화유산입니다. 이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과거를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일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임 회장의 말처럼, 원수산제는 세종특별자치시의 역사적 자산일 뿐 아니라, 현대적 활용 가능성을 가진 문화적 브랜드로 발전할 잠재력이 크다.


보존회 설립과 사업 추진, 전통을 현재와 잇다

원수산제 보존회는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임 회장과 김무녀의 주도 아래 다양한 사업들이 추진될 계획이다. 첫째, 원수산제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재현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축제와 콘텐츠를 통해 지역민과 관광객에게 문화적 체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둘째, 정기적인 산제 의례 공연을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이를 지역 경제 활성화의 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다. 셋째, 원수산제와 관련된 자료를 학술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교육 자원으로 활용해 세대 간 전승을 도울 계획이다. 넷째, 원수산제당의 구조적 보존과 복원을 통해 문화유산의 원형을 유지할 계획이다. 특히, 축제와 콘텐츠 개발은 원수산제를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현대적 문화 자산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는 핵심 전략이다.


문화유산으로서의 시사점

원수산제는 지역 전통과 신앙을 담아내는 동시에, 현대 사회에 여러 시사점을 제공한다. 현대 사회에서 약화된 공동체 의식을 회복할 수 있는 사례로, 전통 의례가 지역민의 정체성과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산제당이라는 자연환경 속 의례는 인간과 자연이 상호작용하며 공존했던 전통 신앙의 생태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전통문화유산의 관광 자원화 가능성을 보여주며, 지역 경제 활성화와 연결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한다. 전통의 보존뿐 아니라, 이를 연구와 교육의 자료로 활용해 문화유산의 다차원적 가치를 확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첫 제례, 전통의 부활과 현대적 시작

원수산제는 그동안 수십 년 고 임장철 선생께서 집도했던 제사를 2019년부터 임 회장이 관리하며 김 무녀와 함께 모시고 있다. 고향을 떠난 많은 분들은 지금도 산제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세종시 LH공사에서 진입로 공사를 실시해 편안히 제장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제사는 매년 동짓달 초이튿날 마을제사로 지내왔다고 전해진다. 2024년 12월 2일, 원수산제 보존회는 설립 후 첫 제례를 올렸다. 세종특별자치시 산 26번지 원수산제당에서 열린 이 행사는 과거를 기리는 자리보다 전통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자리였다. 세종문화원과 (사)대한민국농악연합회의 후원을 받은 이날 제례는 지역 주민과 관계자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서 진행되었고, 전통의 부활과 현대적 계승을 향한 희망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전통의 현재적 의미와 미래적 가치

원수산제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지역의 정체성과 염원을 담아내는 상징적 유산이다. 임 회장을 비롯한 보존회의 노력은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원수산제를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적 브랜드로 발전시키는 동시에, 전통문화유산이 현대 사회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범 사례가 될 것이다. 원수산제는 400년 전 돌림병을 극복했던 염원의 시작처럼, 현대인의 삶 속에서도 공동체적 회복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영감을 제공할 것이다.

2024년 원수산신제를 올리고, 사진_ 임웅수 DB
원수산 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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