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남미여행자들
내가 겨울에 유럽에서 여행하던 시기엔 어디에나 남미 사람들이 많았다. 생각해보니 북반구의 겨울은, 남미의 여름방학 시기라 남미 학생들이 여행을 많이 온 듯 싶었다. 숙소에서 만난 한국 사람들이 다 다른 곳으로 떠나고 나자, 나는 이들과 주로 어울려 다녔다. 쉽게 친해지는 이들의 성격은 한국인들과 잘 맞는 듯 싶다. 비엔나에서 내가 이들을 만나자 마자 바로 난 이들과 친해졌다.
나도 남미계 사람들과는 직접 대화를 해 본 기억은 많지 않아서 그들과 정말 기초적인 주제부터 대화를 꺼내야 했다.
"너희는 남미에서 유럽에 왔을 때 느낀 인상이 뭐야?"
"하나 특이한 게 있지. 난 내가 유럽에 와서 조용히 있으면 유럽인들이 내가 남미인인 걸 모를 거라고 믿었어. 근데 다 알아보더라, 내가 남미인이라는 걸."
"넌 이름이 뭐야?"
"난 라파엘."
"난 미카엘."
많은 남미인들은 천사의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 황당하긴 하지만 기독교 신자는 그들의 이름을 외우는 데 꽤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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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친구인 줄 알았던 라파엘과 미카엘의 국적은 서로 달랐다. 한 사람은 스페인어를 쓰는 아르헨티나인이고, 다른 한 사람은 포르투갈어를 쓰는 브라질인이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서로 자기네 말을 하면서 대화를 잘 했다.
대충 목격한 내용을 정리해보니 이런 관계가 있다. 이탈리아인들은 스페인인들은 서로의 말을 잘 알아듣는다. 그리고 스페인인과 포르투갈인들 역시 서로의 말을 잘 알아듣는다. 그런데 이탈리아인들과 포르투갈인들은 서로의 말을 잘 못 알아듣는다.
마치 A와 B가 친구이고, B와 C가 친구라도 A와 C가 친구가 아닌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