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여행 가고 싶다. 구름 여행이 뭔지 알아?"
"알지. 계획 없이 그냥 떠도는 여행을 말하는 거지?"
"너가 그걸 어떻게 알지?"
바다가 보이는 언덕길을 같이 걸어내려 가다가 보이는 풍경에 혹해 던진 질문이었지만,
그는 오히려 확신하며 대답했다.
구름 여행이란 말은 6년 전에 사진 여행을 같이 자주 다녔던 친구 기훈과 내가 지어낸 단어였고,
그 단어를 설파하고 다닌 적이 없어서, 그 뜻을 소수의 사람만이 알고 있는 단어였다.
내 기억에도 내가 그 단어에 대해서 그에게 말한 적이 없었다.
오직 한 가지 가능성은 그가 내 일기장에 나오는 관련 설명을 기억하고 있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그럴 법도 했다.
언젠가 그는 나에게 거의 10년 치에 달하는 내 일기를 다 읽었다고 알려줬었고,
어떻게 내 일기가 변화했는지까지도 평했었다.
그렇더라도 그 수많은 내 글에서, 그것도 아주 오래전 일기에서 스쳐 지나간
한 단어의 개념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었을까?
*
그는 그 전에도 자주 그랬듯이 익살스런 표정을 지으며 과장이 가득한 성조로
나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게 유머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의 뉘앙스로 아무 때나 대놓고
나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난 그게 유머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