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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렬 Feb 20. 2018

70일 만에 헬스

2017.7.20 작성한 글

어제 일이다. 등이 결려 11시간 만에 잠에서 깼다. 더 눕고 싶어 몸을 옆으로 좌우 번갈아 가며 방바닥에 기댔다. 어깨보다 등이 아파 결국 30분도 넘기지 못한 채 이부자리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통증 부위는 승모근과 광배근에 집약됐다. 오래 누워 피가 안 통해서 오는 저릿한 느낌이거늘 했으나 목과 어깨를 돌려보니 뻐근하고 욱신댔다. 근육통이었다. 통각점 탐색 움직임이 커져 대흉근까지 이완 수축작용이 일어나자 팽팽해진 근육조직에서 통증이 연주됐다.   가령 손가락으로 살짝 누르면 ‘레’, 팔을 안쪽으로 모으면 ‘파’, 팔꿈치가 어깨 높이 이상으로 올라가면 ‘시레파’. 70일 만에 운동을 한 대가가 이렇게 까지 클 줄 이야. 중학교 2학년 이후 두 달 넘도록 팔굽혀 펴기를 단 한 번도 안 해본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70일 전 헬스장 등록기간 종료와 함께 운동도 종료됐다. 5월 9일이 헬스장 등록 만료일이었다. 재등록할 겨를이 없었다. ‘재등록이 문젠가. 뭣이 중한가. 운동에 쓸 힘 아껴 정권교체에 모든 힘을 다 끌어 모으리라’ 말하면 멋이 나겠지만, 실상은 헬스장 재등록비도 벌 겸 대선 개표 참관 알바를 했다. 다음날 중요한 인터뷰를 했고 그 다음 주는 삼일 간 진행되는 예비군 훈련 등등 아무쪼록 바쁜 5월이었다. 허나 웨이트 트레이닝과 유산소 운동을 안 해도 섭섭하지 않은 신체활동이 보장됐다. 스마트폰 만보기 기능으로 5월 9일부터 5월 31일까지 걸음 평균을 내보니 10,468보에 달했다. 체중이 감소됐고 피곤도 덜 했다. 일례로 예비군 훈련복 하의를 탈의하면 항시 남던 허리 축 벌건 자국이 없었고 자장가나 다름없던 안보교육 시간에 단 1초도 졸지 않는 이변을 낳았다. 굳이 운동할 할 필요가 없었다.     


원래 운동을 해야 좋은 컨디션이 유지됐고 잠도 잘 잤었다. 운동이 재미있기도 했고. 허나 막상 운동을 중단하니 식곤증이 사라졌고 밤에는 숙면이 보장됐다. 전보다 확장된 여가 시간엔 케이블TV 서비스 게임프로그램 ‘맞고’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최소 한 달간 운동을 안 해보자는 목표를 세웠는데 여태껏 가장 달성하기 쉬운 목표였다. 이에 근 이십년 만에 운동에서 완전한 해방을 맞았다. 돌이켜 보면 단계적인 해방과정이었다. 20살 초중반 생활체육학과 전공생으로 호텔트레이너를 꿈꾸며 술과 커피보다 단백질 보충제를 훨씬 많이 마셨다. 허나 20살 후반 진로가 변경되면서 보충제를 끊었다. 서른 살 초반에는 운동주기를 최소 주 4회 운동에서 최소 주 2회 운동으로 변경했다. 현재인 서른 살 중반에 이르러서야 한 달을 넘도록 운동을 안 해도 되는 자유를 쟁취했다. 그런데 6월 말과 7월 초에 기승을 부린 폭염과 장마가 변수가 될지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걷는 걸 좋아해서 보통의 경우 출퇴근 시 전철역에서 집까지 2.5km 거리를 도보로 이동한다. 그렇지만 덥거나 비가 내리면 최대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자연스레 신체활동은 최소화 됐다. 몸속에 먼지가 소복소복 쌓이는 느낌. 찌뿌듯한 상태가 만성이 되자 신경이 예민해졌다. 어떤 일로 신경이 곤두세워지는 게 아니라 가만 앉은 상태 자체가 짜증을 유발했다.  아무리 술을 마시며 여흥을 즐기고 잠을 푹 자도 가시질 않았다. 끝내 찾은 건 헬스장이었다. 두 달 사이 몸무게가 3kg정도 빠졌는데 벤치프레스 원판 중량은 기존보다 20kg를 빼야했다. 전에는 운동을 무리하면 기구를 잡은 손바닥이 떨렸는데 이번엔 손바닥이 아닌 가슴과 등이 떨렸다. 떨리는 몸을 가누고 샤워장에 들어갔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몸속에 미소하게 파르르 떨리는 간지러움과 개운함이 피어올랐다. 짜증이 말끔하게 해소됐다. 해결방법이 이다지도 간단하다니. 지난 해방감이 무색하고 뭔가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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