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운동에 침묵하는 체육계를 두고 지적이 많다. 연일 폭로되는 예술계 미투 운동은 경악과 분노를 일으킨다. 이에 비해 오래전부터 타 분야보다 성폭력이 만연한 스포츠계가 잠잠하다며, 각성을 촉구한다
폐쇄적인 환경, 대한체육회의 온정주의식 가해자 처벌, 피해자의 앞날과 2차 피해가 두려워, 성폭력을 당하고도 아무런 저항을 못하고 가슴앓이만 하는, 권력자 앞에서 입 가리고 눈 가리는 무력한 존재로 여긴다.
과연 그런가.
미투 운동이 일어나기 전부터 경찰에 지도자나 협회 간부 성폭력을 신고한 이들, 대한체육회 성폭력 신고센터에 신고한 이들, 아직 파악된 자료는 없지만 아마도 경찰과 대한체육회 보다 훨씬 많을 타 기관이나 단체에 성폭력 신고센터에 신고한 이들의 용기룰 너무 등한시 하는 건 아닌가. 체육계 전반을 무력한 존재들로 평가하지 마라. 체육계 대부분의 문제 원인은 선수들이나 약자들의 무력함이 아닌 기득권들의 무능함이다.
미투운동 확산 관련으로 체육계를 조명하려면 현재 체육계 인사들의 미투운동 동참을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3월 1일 JTBC <이규연의 스포라이트>는 대한체조협회 간부로부터 3년 간 상습적인 성폭력을 당했던 리듬체조 국가대표 상비군 이ㅇㅇ 감독의 미투운동 차원 방송을 방영했다. 체육계 미투운동이 확산될지 관심이 높아진다.
언론에서는 이와 관련해서 미국 여자체조 국가대표팀 팀 닥터였던 래리 나사르 성추행 사건을 예로 많이 든다. 30년 간 대학교와 국가대표 팀닥터라는 권력으로 저지른 성폭력. 피해자만 156명에 달한다. 이 사건을 전세계에 알린 결정적 계기는 2012년 런던올림픽 체조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미국 체조 선수 맥카일라 마로니 선수의 미투운동 동참에 비롯된다. 맥카일라 마로니는 13세 때부터 팀 닥터에게 성폭력을 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나아가 이 사건에는 미투운동 말고도 놓치지 말아야 할 시사점이 있다. 바로 해당기관 최고 책임자 책임이다. 래리 나사르의 성폭력 사건으로 미국체조협회장은 물론 래리 나사르가 오랫동안 근무하던 미시간주립대 총장도 사퇴했다. 그리고 미국 올림픽위원회(USOC)는 미국체조협회 회장 이사 6명 전원에게 사퇴명령을 내렸다.
한국 상황을 보자. 미투운동이 사회의제가 된 상황에서도 대한체육회는 이에 대한 아무런 입장이 없다. 작년 이때쯤 서울소재 고등학교 핸드볼 부 학생선수 한 명이 코치의 구타로 뇌사에 빠지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이때도 대한체육회는 학생에 대한 조의, 사건의 진위, 향후 대책 논의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스포츠인권 신고, 상담을 관장하는 대한체육회 인권센터가 내가 확인하기로 7개월 넘게 운영을 안 하고 있다. 사이트에 들어가면 메인화면에 홈페이지 재구축이란 글만 반 년 넘게 걸려 있다. 당연히 요즘 대한체조협회 홈페이지도 평화롭기만 하다.
(해당사이트 : https://sports-in.sports.or.kr/index_not_available.jsp)
지난 2월 19일 이에리사 전 국회의원이 초대회장으로 국가대표 출신 여성이 주축인 사단법인 100인의 여성체육인회는 체육계에 만연한 성폭력 사건들에 대해 체육 관련 행정기관의 진정성 있는 조사와 관심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누구보다 체육계 문제를 잘 알고 있는 이들이기에 기대가 생긴다. 체면 차리기 퍼포먼스가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