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0년 전의 일입니다.
과거 어느 날 아빠에게 물씬 두들겨 맞은 적이 있는데, 이 날은 제 인생에서 결코 잊히지 않을 날입니다.
작은 잔소리에서 시작된 아빠와의 눈치싸움은 한 달 정도 지속되었고, 그 기간 동안 제 속엔 불만이 가득 쌓여 터져 나오기 직전이었습니다.
그 당시 동생과 아빠의 여자친구도 함께 살고 있었지만, 그 집에서 제 편은 아무도 없었기에 친구에게 돈을 빌려 고시원으로 나름의 독립 준비를 했습니다.
캐리어 속에 여름옷을 가득 담고, 첫 번째 짐을 먼저 옮겨놓으려 계획했던 밤이었습니다.
그러나 한창 예민했던 아빠에게는 제 행동이 주먹과 손바닥으로 얼굴을 때리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길 만큼 신경에 거슬렸던 모양입니다.
" 계속 이렇게 사람 취급도 안 해주고, 답답해서 못 살겠어. 그러니까 그냥 내가 나가 살려고. "
아마 이렇게 말하며 캐리어를 현관문 쪽으로 옮기던 중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나가 살라는 호통과 동시에 아빠의 한 손은 제 머리카락을, 다른 한 손은 주먹과 손바닥으로 모양을 바꾸며 연신 얼굴을 내려쳤습니다.
상황을 벗어나려 발버둥을 쳤으나 힘은 부족하였고, 마지막은 아빠에게 이끌려 집 밖으로 쫓겨났습니다.
그 와중에 아빠에 의해 캐리어가 계단 밑으로 떨어져 버렸는데, 그 당시는 떨어져 버린 게 제가 아니라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안도감 뒤에는 맞았던 곳에서 아픔이 단번에 올라왔습니다.
맞았던 곳이 욱신해서였을까요, 억울하고 분해서였을까요 고시원을 향해 걸어가며 꺼이꺼이 많이도 울었습니다.
밤거리에 사람들의 눈치 따위, 그 순간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혹시 내 편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엄마에게 연락을 해보았지만, 그건 어리석은 행동이었어요.
엄마에겐 애꿎은 핀잔만 들은 채 전화가 끊겨버렸습니다.
다음 날, 아빠에게는 '앞으로 동생 볼 생각도, 연락할 생각도 하지 말라'는 연락이 와 있었고, 무서움에 곧바로 핸드폰 번호부터 바꾸었습니다.
애석하게도 그 당시 저를 가장 걱정해 주었던 사람은 취업 실습을 하던 곳의 매니저님이었습니다.
평소엔 틱틱 쏘아대던 날카로운 사람이었지만 제 얼굴의 멍든 곳을 봐주고, 이석증이 생겨 힘들어하는 저를 많이 배려해 주었습니다.
지금도, 그리고 당시에도 저는 제가 겪은 정도가 사랑의 매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아빠의 사람들은 사랑의 매라고 말합니다.
동생을 봐서라도 아빠한테 사과하고 집에 들어가라는 친할머니.
그 정도는 부모가 때릴 수 있는 거라 말하던 작은 고모.
그날 밤 아빠가 무서워 침대에 몸을 숨기고 있던 내 동생까지.
몇 년 후 어린 동생을 내세운 가족들과는 다시 연락이 닿았지만, 저는 그때 더 강인하게 끊어내지 못한 자신에게 미안하고 후회가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