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민 Dec 19. 2019

투수와 골키퍼

Week 32 - 35. 끝! (소아과 실습, 교내 실기시험)

신장내과로 시작했던 35주간의 실습이 소아과 실습 및 교내 실기시험으로 끝이 났다. 얼마 전 1시간가량 있었던 교내 실기 시험에서 말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지 아직도 정신이 없다. 실제 국시 실기는 2시간 37분 동안 친다는 걸 알고 나니 약간 걱정이 되지만, 늘 그렇듯 열심히 연습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믿는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면에서 뜻깊게 보낸 1년이라 기억에 오래 남기고 싶다. 점점 더 아는 게 넓어지고 할 줄 아는 것들도 많아져 언젠가 나를 볼 사람들에게 믿음과 도움을 꼭 주고 싶다.




어릴 적 TV에서는 토요일 점심마다 지상파에서도 프로야구를 중계해주더랬다. 아빠는 소파에 누워 지루하고 끝나지 않는 공놀이를 참을성 있게 보곤 했다. 나는 주말에만 하루 종일 볼 수 있던 아빠에게 야구를 주제 삼아 이것저것 물었다.


아빠, 투수도 잘하면 점수를 낼 수 있어?



아빠는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하고는 아니라고 말했다. 나는 재차 물었다.



그러니까, 저 사람이 아무리 잘해도 못 이길 수도 있다는 거네?



그렇지, 같은 팀이 하나 해줘야지. 그 날의 대화는 뭐 대충 이랬다. 물론 현대 야구에서 분업화가 이루지는 과정에서 투수 대신 전문 타격을 하는 지명타자와 같은 제도가 만들어지긴 했지만, 투수 본연의 역할은 무엇보다도 '점수를 주지 않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야구를 많이 보고, 또 심심찮게 했어서 그런지 대학교 와서도 공을 던졌다. 3년 정도 투수만 주구장창 했는데 얻은 별명은 '천지인'이었다. 하늘에 한 번, 땅에 한 번, 그다음엔 사람한테 공이 간다고 해서. 다행히도 야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서 안타를 맞더라도 내 뒤의 수비수들이 해결을 해주었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게 꼭 실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거의 유일하게 만족스러운 기억

 

어쨌든 난 투수나 골키퍼를 보면 (그럴 처지는 아니지만) 뭔가 안쓰럽다. 마운드 위에 홀로 서서 밑져야 본전인 싸움을 하는 기분은 느껴보지 않으면 모르니까. 수비수들까지 하프라인 너머에 올라갔을 때 덩그러니 남겨진 골키퍼도 마찬가지고.


안개 때문에 일찍 경기가 끝났지만 15분 동안 혼자 그라운드에 남겨졌다고 한다




병원에서 한창 일하고 있는 선배들이 가끔씩 털어놓는 푸념에는 온갖 종류의 이야기가 있다. 대체 아픈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 거냐며 제발 사람들이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한 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 (물론 그 와중에도 콜 받고 일하러 가셨다ㅠㅠ)


예방접종은 체계적이며 모든 학문이 그렇듯 깊게 들어가면 예외도 많다. 종류는 생백신과 사백신이 있고, 생백신의 경우에는 만약 동시에 맞지 않는다면 최소 4주간의 간격을 띄워야 한다. 항체 생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자주 보이는 질문에는 생백신과 사백신 중에서 그래서 뭐가 더 낫냐, 뭐 이런 건데 횟수 외에는 크게 차이가 없다.


어느 정도 외워야 한다. 의대 교육의 정수는 반복.


어느 순간부터 가운을 입은 사람들과 투수, 골키퍼가 겹쳐 보인다. 막는 사람들이 너무 빨리 지치지 말아야 할 텐데.



참고 기사

https://news.v.daum.net/v/20191203201324515?f=m

판단은 알아서 하기...



사진 출처

https://www.reddit.com/r/pics/comments/aiskes/goalkeeper_sam_bartram_standing_alone_on_the/

이전 09화 밤과 새벽, 그 사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