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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민 Oct 27. 2019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Week 29. 위장관외과 실습

언제부터인가, 고민을 아무리 해도 뚜렷한 답이 나오지 않는 일이 있을 때면


나는 우주에 많고 많은 평행세계 중 하나에 살고 있을 또 다른 나를 생각해.


이제 막 군대를 전역하고 외로이 복학했을 공돌이 재민이에 대해 주로.


과거의 어느 점에서부터 우리들은 시간으로 하여금 뻗어나간 존재일 텐데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둘 사이의 거리는 자꾸만 멀어질 테고

 

그러면 나는 이제 저 너머의 나를 상상할 생각조차 할 수 없을지 몰라.




2016년 기준으로, 위암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한 해에 암을 진단받는 사람은 22만 명에 이르는데, 그중 약 3만 명이나 위암을 진단받는다. (국립암센터 2016년 암 등록 통계) 위암이 특이한 점은, 전 세계에서도 동아시아가 발병률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암은 뚜렷한 원인이 있다기보다는 여러 인자들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여 발병하지만, 동아시아에서 특히 위암이 많은 이유는 된장, 고추장, 간장과 같은 장(醬) 문화 때문일 것이라고 교수님은 설명하셨다. 


위암의 치료는 전 세계적으로 그 차이가 조금씩 있는데, 위암 치료에서도 역시 선두주자인 우리나라는 주로 수술과 그 후 항암요법을 선호한다. 미국은 거기에다 방사선요법까지 시행하고, 유럽은 수술 전에도 항암요법을 시행한다. 이러한 차이가 이루어지게 된 배경도 알고 보면 재미있다. 


위암의 치료는 결국 림프절을 얼마나 잘 절제하냐에 달려있는데, 미국의 위암 환자들은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위암 환자보다는 평균적으로 몸집이 크고 훨씬 많이 먹으니 위 또한 역시 크다. 위 주변의 림프절도 그러해서, 수술로 림프절을 다 절제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다른 장기보다 고정이 덜 되어있는 위의 경우에도 방사선요법을 시행하는 것이다.


색이 진할수록 위암 발생률이 높은 것


위장관외과는 예과 1학년 때부터 술자리에서만 봐온 지도교수님이 계신 과다. 외과의 분과는 총 6개가 있는데, 레지던트는 4년 차까지 다 합해도 6명이 채 되지 않아 레지던트가 없는 과가 반드시 있게 마련이었다. 마침 이번 주 위장관외과에는 레지던트 선생님이 계시지 않았다. 자연스레 스크럽(수술 보조)을 할 기회도 나 같은 실습학생에게 많이 돌아갔다. (학생이 스크럽을 서면 보통 교수님의 지시에 따라 수술 도구를 가만히 들거나 당긴다)


하루는 지도교수님의 수술 스크럽을 4시간째 서니 팔이 너무 아파 나도 모르게 수술방 시계를 몇 번 봤다. (사실 그렇게 자주 봤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난다.) 마침 그건 또 어떻게 보셨는지 수술방에 계시던 간호사님이 익살스럽게 한 마디 하셨다. 



"아유, 우리 피케이 쌤 많이 힘든가 보다. 시계를 자꾸 보시네~ 쌤 집에 가고 싶어요??"



차마 괜찮다고 할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서는 스크럽이 정말 힘들긴 했으니. 괜찮다고 해야 하는데 입이 떼지지가 않았다. 대신 다른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공부... 공부가 하고 싶습니다..."



다행히 교수님도, 간호사님들도 잠시 수술을 멈추실 만큼 크게 웃어주셔서 나는 집에 갈 수 있었다. (공부... 는 못하고 침대에 한동안 누워 있었다) 


앉아서 공부만 해도 된다는 건 정말 큰 특권이다. 




나는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 사실 대한민국 학생답게 조용히 묻어가는 삶에 너무나 익숙해진, 대학교에서 교수님들이 질문을 요구할 때마다 어색한 침묵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평범한 학생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지도교수님이 계시는 과라 그런지 이번 주는 궁금한 게 많았고,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갔을 질문도 많이 했다. 


위암 수술이니 당연히 위를 절제할 텐데, 특이하게도 담석이 있다면 무증상임에도 담낭 또한 같이 절제를 하는 이유를 여쭤본 적이 있다. (담석이 있다고 무조건 담낭을 자르는 것은 아니다. 증상이 있을 때가 주요 적응증!) 담낭을 수축시키는 건 미주 신경인데, 위를 자를 때 미주신경 또한 잘리므로 담낭을 절제해 주지 않는다면 담즙의 정체가 일어나 돌이 잘 생길 수 있다는 게 답이었다.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라 신기해하니 교수님은 질린 표정을 지으시며 아직 밖에는 너희들이 모르는 세상이 많으니 공부 좀 하라고 하셨다. 혼난 것 같기도 했지만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 들었다.


임상실습을 돌다 보면 굉장히 생소한 것과 마주하게 된다. 교과서적인 진료와는 분명 맞지 않는 심평의학이 그것인데, 최선의 치료보다는 최고의 경제성을 띤 치료를 (강제로) 받게 해 준다. 보험 적용을 받기 위해 환자의 수치가 나빠질 때까지 일부러 기다리는 경우도 본 적이 있다.


심평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전국 대학병원에 적정성 평가를 시행한다. 위암 부분에서 1등급을 받으려면 위암 수술 후 항암치료 시행이 어느 비율 이상이어야 한다는 방식이다. 취지는 국가 차원의 균형적인 의료질 향상을 도모하여, 빅 5로의 쏠림 현상을 줄이고자 함이다. 그런데 이런 평가 방식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실제로 89세 위암 환자가 수술만 받아도 체력이 달려 힘들어하는데, 적정성 평가를 위해 더 힘들 수도 있는 항암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분의 경우 항암치료 처방은 내되, 복용을 굳이 강요하지는 않는 방식으로 치료가 이루어질 것 같다. 물론 환자입장에서는 보험적용이 되지만 어떻게 보면 행정을 위해 불필요한 비용이 계속 쓰이는 것이다. 


참 어려운 문제다. 공부만 해도 되던 학생 시절을 지나 언젠가는 나도 실제 환자를 두고 이런 고민을 할 날이 오겠지.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건 대체 어디까지 납득 가능한 문제일까? 


애초에, 소()의 희생은 정말 불가피한 걸까?



기억하고 싶은 글. 


‘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https://koreameme.wordpress.com/2013/05/14/%ec%a0%95%ec%9d%98%eb%9e%80-%eb%ac%b4%ec%97%87%ec%9d%b8%ea%b0%80-justice%ec%9d%98-%ec%a0%95%ec%9d%98%eb%8a%94-%ec%9d%b4%eb%a0%87%ec%8a%b5%eb%8b%88%eb%8b%a4/



잊지 않기 위해서 쓰는 것.


Billroth1, Billroth2, Roux-en-Y는 장단점이 뚜렷한 수술들이다. B1은 문합이 하나밖에 없는 대신 duodenum을 뒤에서 당겨와야 하므로 tension이 생기게 마련이다. tension이 생긴다는 건 leak 확률 또한 증가한다는 것. B2는 그러한 단점을 보완했지만 문합이 두 개이고 Bile reflux가 생길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수술이 간편하고 시간도 적게 걸리는 이유로 가장 많이 시행된 만큼 위암 재발률 역시 필연적으로 높다. (아마 bile 때문일 것으로 생각?) RY는 Bile reflux를 효과적으로 개선했지만 문합이 세 개이며 jejuno-jejunostomy 한 부분에 ectopic pacemaker로 인해 소화 지연이 생길 수 있다.


Open, laparo, robot을 단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모집단 자체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결과도 다소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Open은 예전부터 한 거고 전이가 있는 AGC에서 주로 시행된다. 더 심한 거니까 당연히 EGC만 수술하는 laparo나 robot과는 결과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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