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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민 Nov 10. 2019

밤과 새벽, 그 사이

Week 30, 31. 간담췌, 대장항문외과 실습

어디까지가 밤이며, 어디부터가 새벽인 걸까.


까맣게 물든 방의 침대에 걸터앉아 시계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시계는 오전 5시를 살짝 넘겼다.


역은 제법 사람들이 많다.


태양보다 바삐 하루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피곤함보다는 오히려 결연함이 보인다. 금요일 아침부터 이 많은 사람들은 어디를 이렇게 가는 걸까.

 

그렇지, 암만해도 세상은 잘 돌아가는군.


나는 정말 밤으로부터 새벽을 향해 가고 있구나.


아침 8시부터 하루 종일 참석했던 대한외과학회




흐르는 시간을 따라 씻겨 내려간 기억은 알맹이만 남는다.


어떠한 문제가 있어 몸속 어느 기관의 어느 부분을 절제할 때에는 우선 지방조직과 림프조직으로 뒤덮인, 장기를 먹여 살리는 중요한 혈관과 신경을 찾고 결찰과 마킹을 해놓아 출혈과 의도치 않은 손상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그 뒤에야 비로소 병변은 제거되며, 찢어지고 잘린 부분을 바늘과 실로 이을 수 있다. (다만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하냐에 차이가 있을 뿐)


그러니까, 사실 4시간이 넘는 수술이라도 대부분의 시간은 지방과 림프 아래 깊숙이 있는 중요한 혈관과 신경을 찾고 묶는데 쓰인다.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90분이 넘는 축구에서도 골과 관계된 장면은 5분도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 시간은 그 골 하나를 위해 골키퍼를 포함한 수비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나가는 시간인 셈이다.


간밤의 하이라이트만 보고 경기와 선수를 평가하는 건 한계가 당연히 있는 것처럼, 의사가 될 의대생인 이상 수술의 전체 과정은 조금은 힘들더라도 봐야 할 필요가 반드시 있다.

 

흥미로운 건 장기간의 차이다. 위와 간, 소장과 대장은 생긴 모양도 다르지만 혈액공급이나 지방과 림프의 분포도 다르다. 예를 들어 간은 위와 같이 장기 주변에 암이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는 길인 림프절로 뒤덮여 있지는 않다. 그래서 위암이 퍼져나가는 것보다는 간암이 다른 곳으로 퍼질 확률이 당연히 낮다.


그런데 간은 우리 몸의 피가 한 바퀴를 돌고, 다시 산소를 받기 위해 폐로 가는 길에 있는 마지막 장기이기 때문에 전이가 잘 된다. 전이성 간암의 가장 흔한 원인은 바로 대장암이다. 그래서 대장암이 있는 사람이라면 혹시 간까지 전이는 되지 않았는지 꼭 체크해야 한다.


또 위암이나 다른 암들이 정확한 분자생물학적 기전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것에 비해, 대장에 생기는 용종 중 선종성 용종은 암으로의 진행 기전이 상대적으로 좀 더 알려져 있다. 그래서 대장 내시경 중 발견된 용종은 크기와 관계없이 반드시 절제하게 된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위 내시경은 만 40세라면 2년마다, 대장 내시경은 만 50세부터 5년마다 권고된다.


대장의 정상 상피가 암으로 되기까지. 아스피린의 대장암에 대한 효과는 얼마만큼일까?




학회에서 주로 이야기를 나눴던 교수님은 내게, 항상 고개를 들고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봐야 한다고 하셨다. 돈벌이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중요한 걸 놓치기 쉽다며.


고이면 썩는다.



2019 대한외과학회 Note taking


화두는 로봇수술, 노년 외과학의 도입, AI 이렇게 3가지.

로봇수술의 가장 큰 장점? 복강경이 못하는 걸 할 수 있다. 양손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Ambidexterity가 가장 대표적이다. 근데 Luncheon때 보니까 복강경 도구 중에서도 관절이 자유로운 게 나오더라. 아무래도 손떨림 보정이나 일정 이상의 힘을 가하지 못하게 돼있다는 것이 다른 장점이지만 비싼 비용은 항상 걸림돌.

노년 외과학의 도입? 노년인구는 증가하기 때문에 필연적인 미래다. Homeostenosis! 점차 항상성 감소하기 마련이다. 몇십 년 전에 70세가 항암 화학요법을 받는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지만 요즘은 80대도 다 한다. 노인에 대한 Frailty score와 같은 정밀한 평가도구를 준비하는 것과 같은 대비가 더 필요하다.

AI는 알다시피 인간과의 Cooperation 관계. 간 같은 경우 혈관에서 anatomical variant가 많은데, 증강현실로 인하여 도움이 될 것. Bowel은 움직이니까 사실 지금 어려운데, 간 같은 solid organ은 충분히 도움이 돼. 구글과 존슨 앤 존슨이 참여한 Verb sugical은 과연 현재 독점이나 다름없는 로봇시장에서 Intuitive surgical의 Da vinci와 비교해서 어떤 결과를 보일까?

머신러닝의 경우, 현재는 Vuno,  Lunit, Coreline soft와 같은 스타트업들이 Medical imaging에 집중하고 있다. AI는 Attention mechanism을 통해 새로운 insight를 제공 가능한데, 단순히 양으로 학습을 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이 특정 영상을 볼 때 어디에 집중하느냐를 파악해 그것을 학습에 응용한다. 향후 영상기반 이외의 영역으로 확장 필요하다. 그리고 역시 Big data의 중요성. Data는 어디에나 있기 때문에 그 필요성을 항상 의식하고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학회에서 들어본 'SCI 논문 쓰기'


논문을 쓰는 목적은, 쓰지 않으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논문은 크게 저널의 Editor와 Reviewer의 두 단계 심사를 거쳐서 투고가 결정이 된다. 가장 중요한 건 Abstract. 이것만 보고 Editor가 reject 할지 결정한다. Elsevier에 보면 reviewer's checklist가 있는데, 대부분 method, result, Figure&Table에서 error가 가장 많이 체크되니 다음으로는 이곳에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 뒤 저널의 독자층을 살피고, Pubmed와 같은 곳에 노출이 되는 방식으로 Open access가 되는지 여부를 체크한다.


####대문 사진은 뉴질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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