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민 Oct 20. 2019

진지함과 그 너머 가벼움까지

Week 27, 28. 소화기내과 실습

병원 앞 횡단보도를 건너면 있는 아파트 단지 앞에서는 매주 화요일마다 장이 열려요. 횡단보도 너머엔 가끔씩 가는 헬스장이 있고 한 달에 두어 번은 꼭 들르는 백반집도 있고, 그보다 더 자주 찾는 고깃집이랑 치킨집도 있어요. 여하튼 꼭 화요일은 아니더라도 거기 근처를 곧잘 오가곤 한단 말이에요.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화요일이었어요.


우연히 지나가다, 장을 잔뜩 봐서 들어가는 아주머니의 팔에 서린 힘줄을 보면서 온갖 생각이 들었어요. 그분도 분명 빛날 때가 있었을 텐데. 남편과 애들한테 밥을 해주려고 살아오신 건 분명 아녔을 테니까요. 


별 생각을 다 한다 싶을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요, 분명 저분은 저만큼도 본인을 생각하시진 않을 거 같아요.


왜 그렇잖아요.


예전에 김연아 선수랑 펠프스 선수가 나온 다큐가 있었죠. 거기서 나온 장면이 간간히 머릿속을 스쳐가요. 운동할 때 무슨 생각하냐고 물으니 아무 생각도 안 한다고. 무슨 생각을 하면서 해야 하냐고.



놀랐어요. 보는 우리야 별 생각을 다하지만 당사자들은 익숙한 거죠.


언젠가부터 사람을 보면 진지함과 그 너머 가벼움까지 보여요.


지난 2주는 아침 8시 반마다 펠로우 선생님을 보고 그 날 일정을 전달받는 것이 첫 일과였어요. 그런데 아침 8시 반이면 분명히 하루를 시작할 시간일 텐데 선생님들의 얼굴은 이미 12시간 근무를 하고 온 것 같았어요. 물론 당직을 서고 오셨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몇 명이나 있었는데 다들 그러셨는걸요.   


모르겠어요. 본인을 돌아볼 여유를 가지지 못한다는 건 뭘까. 


어쩌면 그게 더 다행일 수도 있겠네요.



이전 06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