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던 중 난데없이 문자가 왔다. 카톡이 먹통이라 문자로 보내는 거란다. 기분이 묘해졌다. 문자로 친구와 소통해 본 게 벌써 10년 전이기 때문이다. 이모티콘도 카톡 프사도 없는 단촐한 메시지가 참 단촐하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하고 싶은 말을 꾹꾹 눌러 담은 편지처럼도 보였다. 담백하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카톡은 늘 너무 많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얼굴부터 상태 메시지, 그리고 수많은 이미지까지. 그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모든 이야기가 불편하고 과하다. 영화 <완벽한 타인>의 이야기처럼 의외로 모든 관계는 그 사람에 대해 적당히 모를 때 더 편하기도 하고 말이다.
카톡의 멈춤에 오히려 마음이 놓인 건 바로 이런 아날로그 감성의 향수 때문일 것이다. 세상의 수많은 정보가 쏟아져 덮쳐버리지 않는, 잠깐의 그늘. 그 아늑함에 잠시 숨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