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구는 성인이 다 되었지만 정수리가 훤히 보이고 게슴츠레한 눈매를 지닌 동자가 연어를 싣고 가는 수레에서 연어(보통 salmon/일본 발음으로는 '사케'이다。) 두 마리를 훔치다가 걸리고 말았다。훔치지 않았다고 우겨대자 몸수색을 당했다。강제로 발가벗겨진 동자에게서 연어가 나왔다。그러자 동자가 하는 말、
“이렇게 싸그리 까발리면 제아무리 존귀한 궁궐의 지체 높은 상궁이나 왕비、공주라 해도 그녀의 허리에 사케(갈고리 모양인 수컷의 생식기를 일컫는 속어로、발음이 연어、사케와 비슷하다。) 한두 개가 아니 나올까”
라 해서 좌중을 모두 웃게 만들었다。
---12~13세기 가마쿠라 시대의 설화집 <우지슈이 모노가타리> 중에서
기자를 하고 있을 때이니 꽤 지난 이야기이다。문화부 후배와 일본으로 출장을 갔다。산음지역이라 불리는 동해 쪽 산속 지방도시였다。그 곳 공무원이 두 명이나 붙어 우리를 안내했다。그들의 접대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일본의 가라오케도 가 볼 수 있었다。가족들이 함께 와서 노래를 부르고 돈까스 같은 간편한 음식도 먹을 수 있는 일본식 가라오케와 한국의 노래방을 비교하게 되었다。일본은 건전하구나、하며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다른 방을 기웃거렸다。한국의 가라오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여자들과 남자들이 섞여 어울려 노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유치한 스테인드글라스로 막았지만 틈새가 있어 작은 유리 창문 너머로 그 안을 보았다。꽤 질펀하게 놀고 있었다。한국처럼 일본도 여자를 부르나?
궁금해서 동행한 통역(일본 유학생)을 통해 일본 지방공무원에게 물었다。통역을 하기도 전에 얼버무려드는 표정에서 더 캐지 못하고 말았다。사진기자인 나는 야한 스테인드글라스 틈새로 일본 남녀가 노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계속 나를 경계하던 일본 공무원이 이를 봤다。일본의 산골에서 펼쳐지는 지방연극제를 소개하는 취재였기에 공무원들은 한국취재진에 열과 성의를 다해 안내했지만 지나쳐 술도 사주는 호의까지 베풀었다。그러나 가라오케 그 사건 이후 문화부 후배기자와 통역 유학생만 저녁에 초대했다。나는 빠뜨렸다。그런 자리를 일부러 피하는 편이라 잘 됐다 싶어 그 시골에 밤을 혼자 돌아다녔다。취재를 거의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갈 즈음에 그 통역 유학생이 혼자 있는 나에게 묻는다。
“신문에 게재되는 사진을 사진기자가 아닌 문화부기자가 전적으로 결정하나요? 사진기자는 자기네들이 찍어달라는 것만 찍는다고 하던데、맞아요?”
“누가?”
스테인드글라스 틈새로 찍은 사진을 공무원들은 염려했나 보다。윗선까지 보고했고 찍은 사진이 보도되지 않게 막으라는 지시를 받았고 그래서 나를 저녁 초대해 빠뜨렸던 것이다。
“선배는 필요 없는 일을 해서 나를 곤경에 빠트립니까?”
내 대답은 단순했다。
“넌 시키는 것만 하러 왔니? 그게 기자냐?”
일본 공무원에게 자기 자랑인지、
“내가 다 알아서 한다。그자(선배인 나를 두고 하는 말)는 아무 힘도 없다。”
이런 말을 유학생이 듣고 내게 들려준다。일본인에게 꼭 해야 하는지 자신도 의문이 들었다는 통역 유학생에게 나는 먼저 창피했다。나도 후배도 유학생도 다 한국인이고 한국인 하나가 일본인들에게。。。 자기 하나 접대 받자고 하는 짓거리라니。
이런 일은 한국 언론에서 매우 흔한 일이다。제 언론 역할을 못 하고 권언、정언、경언。。。 권력에 정치에 경제인에 빌붙어 그들의 입장에서 기사를 쓰고 있는 한국 기자들은 그런 것들을 버젓하게 자랑으로 삼고 있다。
이 문화부 후배기자는 신문사를 그만두고 가족 모두 영국、뉴질랜드를 거쳐 지금 호주에 12년째 살고 있다。최근 연락이 왔는데 여기서나 거기서나 사는 것은 돈에 급급하며 배 채우며 사는 게 잠깐의 대화 중에도 여실하다。아부하고 눈치 보고 그래서 그 입으로 하는 말、
“호주에서 수영장 딸린 20억짜리 집에서 살고 있다。”
일본의 복잡한 전깃줄을 보면 한국의 7、80년대가 떠오른다。지진 때문에 전기선이나 통신선들을 지하로 묻지 못한다는 건 안다。그 복잡하게 엮인 전깃줄에서 뜬금없이 한국과 일본의 역사、한국인과 일본의 마음 속에 파고든 감정을 보게 된다。숨기거나 드러내거나。。。
누가 누굴 비난하고 비판하겠는가。
아니 누가 누굴 비난하고 비판할 수 있겠는가。
'인간성은 약자에 대한 태도에서 나타난다。'는 외국 유명학자의 말에 나는 덧붙인다。
'약자라고 여기는 태도에서 나오는 오만은 그저 치졸졸렬하고 치사유치한 언행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즉 스스로 못낫다며 뻐기는 꼴이다。꼴값을 떤단 말이다。'
일본의 설화 <우지슈이 모노가타리>의 '사케 사케'를 떠올리니、 김삿갓(김병연)의 시 하나가 생각난다。
문턱에서 삽살개가 공공 짖으니
주인의 성이 공씨인 줄 알았네。
해질녘 나그네를 쫓아내다니 이 무슨 까닭인고。
아마도 공부인의 그 구멍을 잃을까 겁나나 보지。
---<욕공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