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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내게 '왜 이렇게 말에 예민하냐' 고 했다.

by 부끄럽지 않게

아내가 차 수리를 맡겨 함께 한 차로 출근하던 날.


학교 행사가 있어 일찍 가야 한다기에

평소와 달리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는데

저 멀리 좌회전 신호가 금방 끊어질 것 같았다.


더 늦어지지 않게 신호를 받으려 최선을 다했지만

내 앞에서 끊긴 신호.


"안 갔네"

"여보, 무슨 소리야.

'안' 간 게 아니라 '못' 간 거야 ㅠㅠ"

"안 간거나 못 간거나 여튼 좌회전 못한 건 똑같잖아 ㅠㅠ"

"아니야!

'안' 간 건, 갈 의지가 없었던 거고,

'못' 간 건, 능력 부족 등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한 부정을 의미하는 거야"

"아유!! 예민해...."


(잠시 뒤)


"여보 근데, 차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고 하잖아.

이산화탄소나 일산화탄소나 똑같은 탄손데 화학적으로 왜 구분해?"

"읭?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일산화탄소랑 이산화탄소는 완전 다른데,

다 똑같은 탄소라니.."


나는 국어 교사,

아내는 화학 교사.


여보,

화학 수업하면서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똑같다고 하면 난리나지?

나도 국어 수업하면서 '안' 부정이랑 '못' 부정 똑같다고 하면 난리나...


이건 예민한 게 아니라,

전공 지식이야 ㅠㅠ

내가 그걸 구분 안하면,

난 교단을 떠나야 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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