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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 아내와 감성적 남편의 일상
아내가 내게 '왜 이렇게 말에 예민하냐' 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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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 않게
Jan 7. 2025
아내가 차 수리를 맡겨 함께 한 차로 출근하던 날.
학교 행사가 있어 일찍 가야 한다기에
평소와 달리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는데
저 멀리 좌회전 신호가 금방 끊어질 것 같았다.
더 늦어지지 않게 신호를 받으려 최선을 다했지만
내 앞에서 끊긴 신호.
"안 갔네"
"여보, 무슨 소리야.
'안' 간 게 아니라 '못' 간 거야 ㅠㅠ"
"안 간거나 못 간거나 여튼 좌회전 못한 건 똑같잖아 ㅠㅠ"
"아니야!
'안' 간 건, 갈 의지가 없었던 거고,
'못' 간 건, 능력 부족 등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한 부정을 의미하는 거야"
"아유!! 예민해...."
(잠시 뒤)
"여보 근데, 차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고 하잖아.
이산화탄소나 일산화탄소나 똑같은 탄손데 화학적으로 왜 구분해?"
"읭?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일산화탄소랑 이산화탄소는 완전 다른데,
다 똑같은 탄소라니.."
나는 국어 교사,
아내는 화학 교사.
여보,
화학 수업하면서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똑같다고 하면 난리나지?
나도 국어 수업하면서 '안' 부정이랑 '못' 부정 똑같다고 하면 난리나...
이건 예민한 게 아니라,
전공 지식이야 ㅠㅠ
내가 그걸 구분 안하면,
난 교단을 떠나야 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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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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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교육, 입시에 진심인 고등학교 국어 교사. 정반대 성향의 아내와 알콩달콩 살고 있는 9년 차 남편. 일상에서 의미를 찾고 더 성숙하기 위해 노력하는 철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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